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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열리면 자원 개발 경쟁이 시작될까…매장량 추정치와 채굴 경제성의 거리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 곧바로 석유·가스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절반만 맞다. 얼음이 줄어들수록 접근성이 일부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개발은 매장량 추정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원이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지질학적 추정, 그 자원을 현재 기술로 꺼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하고도 팔아서 남는지가 각각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관측은 북극의 물리적 장벽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북극 리포트카드 2025’에 따르면 2025년 3월 북극 해빙 최대 면적은 위성관측 47년 기록 중 가장 낮았고, 2025년 9월 최소 면적은 역대 10번째로 낮았다. NOAA는 2025년 말여름 해빙이 2005년보다 28% 덜 넓었고, 이런 변화가 해상교통 증가와 자원 개발 재평가를 불러오고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 변화는 개발 가능성의 배경일 뿐, 곧바로 상업 생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많이 인용되는 ‘북극 90억 배럴’은 무엇을 뜻하나


북극 자원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수치는 2008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북극권 자원평가다. 이 평가는 북극권 북쪽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 900억 배럴, 천연가스 1669조 입방피트, 천연가스액 440억 배럴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때문에 북극이 열리면 곧 거대한 자원 경쟁이 시작될 것처럼 읽히곤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미발견’이면서 ‘전통적’이고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 자원에 대한 평균 추정치다. USGS는 별도 설명에서 미발견 자원은 시추 등으로 아직 존재가 입증되지 않은 자원이고,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 자원은 현재의 표준 산업 기술로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양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이익을 내며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뜻하는 ‘매장량’이나 ‘확인된 경제성’과 다르다. 다시 말해, 북극 자원 추정치는 어디까지나 지질학적 상한에 가까운 정보이지, 당장 시장에 나올 공급량 예고장이 아니다.


얼음이 줄어도 비용과 인프라, 규제가 남는다


경제성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북극이 세계 미발견 전통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개발은 비용과 난이도 때문에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EIA에 따르면 북극 알래스카의 육상 석유·가스 개발 비용은 텍사스의 유사 사업보다 50~100% 더 높을 수 있다.

가스는 더 까다롭다. 북극에는 가스 비중이 큰데, EIA는 가스 가격이 원유보다 낮고 소비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수송비 부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극저온 장비, 취약한 지반, 긴 보급선, 인력 비용, 해빙과 유빙 조건, 유출사고 대응 문제까지 겹치면 ‘자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결정이 내려지기 어렵다. 해빙 후퇴는 접근 장벽을 낮출 수는 있어도 비용 구조 자체를 없애주지는 못한다.

정책과 허가도 변수다. 북극 자원 개발은 대부분 민감한 생태계와 토착 공동체 이용권, 군사·항로 이해관계가 겹치는 지역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발표와 승인, 승인과 착공, 착공과 생산 사이의 시간차가 길다. 북극 개발 경쟁을 말할 때는 면허 부여, 투자확정, 기반시설 건설, 실제 생산 개시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사례는 ‘전면적 러시’보다 ‘선별적 개발’


실제 사업 사례를 보면 북극은 이미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의 단순 경쟁장이 아니라, 경제성과 인프라가 맞는 곳만 움직이는 선별적 개발 구도에 가깝다. 대표적인 반례가 미국 알래스카 연안의 셸 사례다. 셸은 2015년 추크치해 버거 J 시추 결과를 발표하면서 석유와 가스 징후는 확인했지만 추가 탐사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결과와 함께 높은 비용, 예측하기 어려운 연방 규제 환경을 이유로 알래스카 연안 추가 탐사를 중단했다.

반면 이미 인프라와 제도 기반이 있는 곳에서는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바렌츠해의 요한 카스트베르그 유전은 2025년 3월 31일 생산을 시작했다. 노르웨이 해양국은 이 유전이 같은 해 여름 평탄 생산에 도달했고, 바렌츠해 기존 인프라 확대가 주변 중소 발견의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같은 보고서에서도 개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발견이 여럿 남아 있다고 적시했다. 북극이라서 모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깔린 일부 거점 주변에서만 경제성이 살아난다는 뜻에 가깝다.

알래스카의 윌로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미국 내무부는 2023년 3월 윌로 개발계획을 승인하면서 당초 제안된 5개 시추패드 가운데 2개를 불허해 사업 규모를 줄였다. 같은 해 12월 코노코필립스는 최종투자결정을 발표했고, 2024년 5월에는 2029년 첫 생산 목표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례 역시 ‘허가가 났으니 곧 생산’이 아니라, 축소 승인과 투자확정, 수년 뒤 생산 예정이라는 긴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북극이 열리면 자원 개발 경쟁이 시작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재의 답은 단순한 예도 아니고 단순한 아니오도 아니다. 경쟁과 개발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진행 중이지만, 그것은 해빙 감소만으로 촉발된 일괄적 러시가 아니다. 지금 확인되는 사실은 북극의 물리적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개발 검토는 늘지만, 실제 생산은 추정 매장량보다 훨씬 좁은 조건, 곧 가격·비용·인프라·허가·환경위험을 동시에 통과한 사업에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자료: NOAA, Arctic Report Card 2025 Sea Ice(2025); U.S. Geological Survey, Circum-Arctic resource appraisal: Estimates of undiscovered oil and gas north of the Arctic Circle(2008); U.S. Geological Survey, USGS Releases Estimate of Conventional Oil and Gas in Alaska Central North Slope(2020-01-23);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Arctic oil and natural gas resources(2012-01-20); Shell, Burger J well update in 2015 press releases(2015-09-28); 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Interior Department Substantially Reduces Scope of Willow Project(2023-03-13); ConocoPhillips, ConocoPhillips Makes Final Investment Decision to Develop the Willow Project(2023-12-22); ConocoPhillips Alaska, 2024 First-quarter ConocoPhillips Alaska earnings review(2024-05-02); Equinor, Johan Castberg strengthens Norway as a long-term energy exporter(2025-03-31); Norwegian Offshore Directorate, Fact box 4.3 Infrastructure development and increased profitability in the Barents Sea(2020); Norwegian Offshore Directorate, Production, operating Fields and investments(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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