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공무기 수출 기회, 어디까지 보이나…확인된 시장은 ‘천궁-II’, 아직 남은 과제는 상층방어와 생산능력
한국 방공무기 수출의 기회를 판단할 때는 ‘방공’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면 오히려 사실을 놓치기 쉽다. 2026년 10월 현재 실제 계약이 확인된 시장은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인 천궁-II에 가장 뚜렷하게 모여 있다. 반면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탄을 막는 상층방어 체계는 아직 국내 전력화와 양산 단계가 더 중요하며, 차세대 성능개량 체계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금의 근거로 말할 수 있는 결론은 ‘한국 방공무기 수출 기회가 분명히 커졌다’가 아니라, ‘한국의 수출 기회는 방공 전 계층이 아니라 검증된 중층 방어체계에 먼저 열려 있다’에 가깝다.
그 판단의 출발점은 실제 발주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 1월 UAE 국방부가 천궁-II 획득을 결정했고 UAE TTI와 한국의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가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후 202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상대로 한 천궁-II 계약 사실이 한국 기업 공시와 정부 발표, 현지 정부 발표를 통해 잇달아 확인됐다. 적어도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한국 방공 수출의 실적 축은 ‘다층 방공 전체’가 아니라 ‘천궁-II 계열’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전쟁이 키운 수요, 그러나 지역별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의 미사일·드론 교전 확대는 방공 수요를 키운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다만 수요 증가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같은 강도로 나타나지 않았다. SIPRI의 2026년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2025년 국제 주요 무기 이전 규모는 2016~2020년보다 9.2% 늘었다. 유럽의 무기 수입은 210% 급증했지만, 중동은 같은 기간 13% 감소했다.
이 차이는 한국 방공 수출 전망을 읽을 때 중요하다. 전쟁이 방공의 필요성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곧바로 모든 시장에서 대규모 신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UAE·사우디·이라크처럼 실제로 계약이 체결된 나라가 있는 반면, 지역 전체의 수입 흐름만 보면 일괄적인 팽창 국면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쟁이 났으니 방공 수출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식의 직선적 전망은 원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쟁력은 어디서 확인됐나…가격만이 아니라 납기와 체계 완성도
그렇다고 기회가 과장만은 아니다. SIPRI는 한국을 2021~2025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집계했고,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 규모는 직전 5년보다 증가했다. 유럽 나토 회원국의 무기 수입 가운데 한국산 비중이 8.6%에 이르렀고, 폴란드 수입에서는 한국 비중이 47%에 달했다. 이 수치는 방공만의 성적표는 아니지만, 한국산 무기체계 전반이 서방 동맹국의 조달 대안으로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공 분야로 좁히면 경쟁력의 핵심은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는 이미 운용 시험과 양산, 수출 계약까지 이어진 체계가 있다는 점이다. 천궁-II는 국내에서 탄도탄과 항공기를 함께 상대하는 중거리 요격체계로 설명돼 왔고, 한국군 배치와 해외 계약이 모두 확인된다. 둘째는 공급 측면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 방공 체계 생산업체들도 최근 수요 급증에 맞춰 생산 확대 계획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나토의 패트리엇 미사일 대량 공동조달, 록히드마틴의 PAC-3 MSE 생산능력 증대, MBDA의 Aster 생산 가속은 모두 같은 신호를 준다. 방공 시장은 단순한 카탈로그 경쟁이 아니라, 실제 납기와 부품망, 생산라인이 수출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기회가 생긴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성능만이 아니라 인도 시점, 단가, 기술협력 범위, 후속 군수지원까지 함께 본다. 이미 계약 사례가 쌓인 천궁-II는 이런 조건을 한꺼번에 검증받은 한국산 방공 체계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회의 상한선도 분명하다…상층방어는 아직 ‘수출 주력’이라 부르기 이르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한국 방공무기 전반의 수출 고공행진을 말하기는 어렵다. 방위사업청 자료를 보면 L-SAM은 2024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했고, 2025년 1월에는 양산계획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됐다. 다시 말해 L-SAM은 국내 다층방어의 상층을 맡을 체계로 전력화 문턱을 넘는 단계에 가깝다. 그보다 성능을 더 높인 L-SAM-II는 2028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천궁-II보다 성능을 끌어올린 M-SAM Block-III도 2030년 체계개발 완료가 목표다.
이 일정은 한국 방공 수출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금 당장 해외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계약이 확인된 것은 천궁-II이지만, 상층방어와 차세대 하층방어는 아직 국내 개발·양산 이력이 더 중요하다. 방공 수출을 논할 때 체계 수준별 역할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중거리 체계에서 확인된 경쟁력이 자동으로 상층 요격체계 수출로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또 하나의 한계는 통계의 성격이다. SIPRI 수치는 계약금액이 아니라 무기 이전의 물량과 성격을 반영하는 지표다. 반대로 기업 공시나 정부 발표의 원화·달러 금액은 실제 계약 규모를 보여주지만, 인도 일정과 장기 유지보수, 현지화 조건까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몇 위 수출국이니 방공에서도 곧 같은 위상’이라는 식의 단순 비교는 피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결론
확인 가능한 근거를 종합하면, 한국 방공무기 수출의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기회는 현재로선 천궁-II가 대표하는 중거리·중고도 방어체계에서 가장 선명하게 입증됐다. 전쟁이 미사일 방어 수요를 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고 공급망 병목과 생산능력 경쟁도 함께 커졌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단순히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출된 체계의 인도와 운용 실적을 쌓고, L-SAM과 M-SAM Block-III 같은 상위·차세대 체계를 실제 양산과 전력화 단계까지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결국 질문에 대한 가장 보수적이고도 현실적인 답은 이렇다. 한국 방공무기 수출의 기회는 ‘방공 전반의 무한 확대’가 아니라, 실제 계약이 확인된 천궁-II급 체계에서 이미 열려 있으며, 그 바깥 영역은 아직 개발·양산·실전 운용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자료: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2026); 방위사업청, 한-UAE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중장기 협력 업무협약 서명 및 천궁2(M-SAM2) 수출성사(2022.1.16); 방위사업청, 제16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2025.1.16); 방위사업청, 방어범위가 대폭 향상된 L-SAM-II 개발 착수(2025.1.14); 방위사업청, M-SAM Block-Ⅲ 개발 착수 국내 기술로 미사일 방어체계 완성한다(2025.7.31); NATO, NATO to buy 1,000 Patriot missiles to enhance Allies’ air defences(2024.1.3); Lockheed Martin, Lockheed Martin’s PAC-3 MSE Achieves Record Production Year(2025.2.19); MBDA, MBDA on track with its acceleration of ASTER missile production(2025.7.23); Iraqi News Agency, Surface-to-air missile purchase detail revealed by Air Defense Commander(2024.9.19); LIG넥스원, UAE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궁 II) 공급계약 체결(2022.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