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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왜 예멘전에 개입했고 왜 끝내지 못했나…‘정통성 복원’에서 국경 방어로 바뀐 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 목적은 처음부터 두 갈래였다. 겉으로는 2015년 후티의 수도 사나 장악 뒤 무너진 예멘의 국제적 승인 정부를 복원한다는 것이었고, 실제 안보 차원에서는 남쪽 국경 바로 아래에 이란과 가까운 무장세력이 장기 거점을 굳히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그러나 2026년 10월 현재 확인되는 결과는 다르다. 국제적으로 승인된 정부는 사나로 복귀하지 못했고, 후티는 여전히 북부의 핵심 권역을 쥔 채 사우디를 향한 국경·에너지·해상 위협 능력도 유지했다. 사우디의 목표는 시간이 갈수록 ‘예멘 국가 재건’보다 ‘자국 안보 피해 통제와 관리된 출구 찾기’ 쪽으로 이동했다.


2015년 개입의 명분은 ‘합법정부 복원’, 실제 계산은 국경 안보


사우디가 주도한 연합군의 공습은 2015년 3월 시작됐다. 당시 사우디와 걸프권 국가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의 요청, 그리고 후티의 철수와 무장 해제를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16호를 개입의 정치적 근거로 내세웠다. 사우디 측 설명에서 반복된 표현은 예멘의 ‘정통성 회복’이었지만, 같은 시기부터 사우디는 예멘의 안보가 곧 자국 안보라는 점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후티가 사나를 장악하고 남하한 상황은 리야드 입장에서는 단순한 이웃 내전이 아니라 남부 접경지대의 전략 환경이 바뀌는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의 개입은 처음부터 예멘 내 권력복원과 자국 영토 방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문제는 이 두 목표가 시간이 갈수록 서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합법정부를 수도에 복귀시키려면 광범한 지상·정치 통합이 필요했지만, 사우디가 가장 민감하게 본 것은 국경 미사일·드론 위협을 낮추는 일이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후자는 더 절박해졌고, 전자는 점점 멀어졌다.


공습은 전선을 흔들었지만 권력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사우디의 초기 군사수단은 공중우세였다. 하지만 예멘 전장은 수도와 항만, 산악지대, 부족 연계 세력, 남부 분리주의까지 얽힌 복합전장이었다. 공습은 후티의 이동과 기반시설에 타격을 줬지만, 북부의 통치망과 전투조직 자체를 해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전쟁은 수도 탈환전이 아니라 장기 소모전으로 굳어졌다.

결과는 정치 지형에서도 드러났다. 사우디가 복원을 목표로 내세운 하디 체제는 2022년 4월 대통령권한위원회로 권한이 이양되며 사실상 다른 틀로 바뀌었다. 이는 사우디가 더 이상 2015년의 원상복구를 현실적 목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에 가깝다. 합법정부 복원이라는 전쟁 명분은 남아 있었지만, 실제 운영 목표는 반후티 진영을 겨우 묶어 세우는 관리 국면으로 이동했다.

반후티 진영 내부의 분열도 결정적이었다. 남부 분리주의를 내세운 남부과도위원회와 국제승인 정부, 그 배후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1월까지 남부 하드라마우트와 알마흐라를 둘러싼 충돌은 후티와 싸워야 할 진영이 내부 영토와 권한 배분 문제로 다시 흔들릴 수 있음을 드러냈다. 사우디가 2026년 1월 남부 세력 대화를 리야드에서 주선한 것도 이런 균열을 봉합하지 않으면 대후티 전선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의 반영이었다.


전쟁이 길어진 핵심 이유는 ‘군사적 교착’보다 ‘정치적 미완성’에 있었다


예멘전 장기화의 첫 번째 이유는 어느 한쪽도 상대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지 못한 군사적 교착이다. 후티는 국제적 고립과 공습에도 불구하고 북부의 통치 중심과 동원 능력을 유지했고, 사우디 연합군은 공중전 우위에도 이를 국가 재통일로 연결하지 못했다. 둘째는 정치협상의 구조적 미완성이다. 2022년 유엔 중재 휴전은 공세 중단, 후다이다 연료선 반입, 사나 공항 상업비행 재개를 이끌었고 민간인 피해를 크게 줄였다. 그러나 도로 개방, 급여 지급, 전국적 정전, 권력 배분을 하나의 합의로 묶는 단계로는 넘어가지 못했다.

유엔 예멘특사실이 2023년 12월 공개한 로드맵 구상은 전국 휴전, 공공부문 임금 지급, 석유 수출 재개, 타이즈 등지 도로 개방, 사나 공항과 후다이다 항만 제한 완화를 포함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의제의 무게중심이 이미 ‘후티 축출’이 아니라 ‘전면전 관리와 생활조건 완화’로 옮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우디도 이 단계에서는 후티의 완전한 패배보다 국경 안정, 미사일 위협 억제, 출구전략 마련에 더 큰 이해를 보였다.

셋째는 전쟁이 예멘 내부 분쟁에 머물지 않고 홍해와 중동 정세 전체에 연결됐다는 점이다. 후티의 상선 공격과 해상 봉쇄 위협은 예멘전을 해상안보 문제로 확장시켰고, 반대로 가자 전쟁 이후의 역내 긴장은 예멘 협상 동력을 약화시켰다. 2026년 4월 유엔 보고서에는 홍해 상선 공격의 일시적 소강이 기록됐지만, 7월 이후에는 사우디 관련 선박과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다시 보고됐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무대만 국경과 해상으로 넓어진 셈이다.


휴전은 성과였지만 종전은 아니었다


2022년 휴전은 사우디 개입의 드문 가시적 성과였다. 유엔과 안보리 설명에 따르면 휴전 뒤 민간인 사상자는 큰 폭으로 줄었고, 후다이다 항만을 통한 연료 반입은 늘었으며, 사나 공항에서는 거의 6년 만에 상업비행이 재개됐다. 안보리는 같은 해 9월 휴전의 가시적 효과로 사상자 60% 감소, 후다이다 연료 반입량 급증, 2만1000명 이상의 승객 이동을 언급했다. 사우디에는 이것이 후티를 굴복시키는 승리가 아니라도 최소한 국경 긴장과 국제 비난을 낮추는 실용적 성과였다.

하지만 휴전은 정식 평화협정이 아니었다. 전선은 멈췄지만 주권, 무장해제, 국가수입 배분, 남부 지위, 외부세력 철수 같은 핵심 쟁점은 남았다. 그래서 휴전의 효용은 시간이 갈수록 ‘전쟁 종식의 전단계’라기보다 ‘더 큰 전쟁 재개를 늦추는 장치’에 가까워졌다. 2026년 8월과 9월, 10월 유엔 특사 브리핑이 다시 대규모 충돌 위험과 사우디 내 민간·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경고한 것은 바로 그 취약성을 보여준다.


민간인에게 남은 것은 ‘승패’보다 붕괴의 누적이었다


사우디 개입의 결과를 평가할 때 가장 분명한 지표는 민간 생활의 악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2026년 3월 낸 예멘 인도주의대응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2230만명으로 1년 전보다 더 늘었다. 급성 식량불안 인구는 1830만명, 완전 가동 중인 보건시설 비율은 59.3%에 그친다. 후티 통제지역의 구금과 접근 제한, 정부 통제지역의 재정난, 반복되는 전선 충돌과 기후 충격이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다.

사망 규모도 단순한 전투 손실을 넘어선다. 유엔개발계획은 2024년 자료에서 직접 전투와 식량·보건·기반시설 붕괴에 따른 간접 사망을 합쳐 거의 2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추정 모델에 기반한 값이어서 전장 집계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전쟁의 비용이 공습·포격의 즉시 사망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사우디가 애초 내세운 ‘안정 회복’은 예멘 사회의 실질적 복구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의 답: 사우디는 왜 들어갔고, 무엇을 얻었나


질문으로 돌아가면, 사우디는 예멘의 국제승인 정부 붕괴를 되돌리고 남부 국경에서 후티와 이란의 영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개입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확인되는 성과는 국가 복원보다 위협 관리에 가깝다. 하디 정부는 복원되지 않았고, 후티는 축출되지 않았으며, 사우디는 결국 휴전·대화·완충지대 관리에 더 무게를 싣는 쪽으로 움직였다.

전쟁이 길어진 이유도 여기서 정리된다. 공습만으로는 후티를 무너뜨릴 수 없었고, 반후티 진영은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로 결집하지 못했으며, 휴전은 있었지만 최종 정치합의는 없었다. 여기에 홍해 항로와 역내 대립이 예멘전을 다시 외부 안보문제로 끌어올렸다. 따라서 사우디의 예멘 개입은 ‘왜 시작했는가’보다 ‘언제부터 목표를 낮춰 잡았는가’로 읽어야 실제 결과가 보인다. 2015년의 표어는 정통성 복원이었지만, 2026년의 현실은 국경 방어와 전면전 재발 억제다.

자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16(2015)(2015-04-14); 유엔 예멘특사실, Press statement by the UN Special Envoy for Yemen Hans Grundberg on a two-month truce(2022-04-01); 유엔 예멘특사실, Security Council Press Statement on Yemen(2022-09-12); 유엔 예멘특사실, Update on efforts to secure a UN roadmap to end the war in Yemen(2023-12-23); Saudi Press Agency, Saudi Arabia Welcomes Yemeni President’s Decision to Delegate Powers to Presidential Leadership Council(2022-04-07);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Yemen Humanitarian Needs and Response Plan 2026(2026-03-29); 유엔개발계획, A Roadmap to Recovery: Addressing Poverty in Yemen’s Ongoing Conflict(2024-02-2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Letter dated 9 July 2025 from the Secretary-General addressed to the President of the Security Council, S/2025/455(2025-07-09);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Letter dated 9 April 2026 from the Secretary-General addressed to the President of the Security Council, S/2026/310(2026-04-09); 유엔 예멘특사실, Briefing by the UN Special Envoy for Yemen, Hans Grundberg, to the Security Council(2026-08-13; 2026-09-10;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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