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와 예멘 평화협상은 왜 번번이 막히나…항구·석유수출·공무원 임금이 핵심 쟁점
예멘 평화협상이 반복해 막히는 이유는 휴전 문구 자체보다 그 뒤에 붙는 경제 조건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유엔 예멘특사실이 2023년 12월 23일 공개한 당사자 간 약속에는 전국 휴전, 공공부문 임금 지급, 석유 수출 재개, 타이즈 등 도로 개방, 사나 공항과 호데이다 항만 규제 완화가 함께 묶였다. 겉으로는 군사·정치 합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외화를 쥐고, 누가 세관·항만 수입을 관리하며, 어느 기관이 공무원 급여를 집행할지를 다시 정하는 문제였다. 이 지점에서 후티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
유엔 중재가 수년째 같은 항목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스톡홀름 합의는 호데이다·살리프·라스이사 항만 수입을 중앙은행 호데이다 지점으로 보내 임금 지급에 기여하도록 규정했다. 2023년 말 유엔 로드맵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국 임금 지급과 석유 수출 재개를 함께 넣었다. 항만 수입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남부 정부가 확보하는 석유 수출 수입과 북부를 실질 통치하는 후티 측의 항만·통관 통제 문제를 동시에 건드려야 한다는 뜻이다.
항구가 쟁점인 이유…식량과 연료, 세관 수입이 한곳에 걸려 있다
호데이다 항만 문제가 협상에서 빠지지 않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생계와 군사 압박이 이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식량계획은 2026년 10월 기준 예멘이 식량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항만 운영이 곧 식량·연료 공급, 운송비, 시장 가격, 인도주의 접근과 직결된다. 어느 쪽이 항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느냐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민생 비용과 협상 지렛대를 함께 쥐는 문제다.
스톡홀름 합의가 항만 수입의 귀속까지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유엔이 설계한 틀은 호데이다 일대 전투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항만에서 걷히는 수입을 급여 재원으로 돌려 전쟁경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항만을 열어도 누가 검사와 통관, 징수, 지출을 통제할지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합의는 쉽게 멈춘다. 후티는 항만과 북부 행정 통제의 완화를 경계하고, 정부는 항만 수입이 상대 측 통치 자금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석유수출 재개가 빠지지 않는 이유…정부 재정과 외화의 거의 유일한 원천
석유 수출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 쪽에 더 절박한 문제다. 유엔 안보리 브리핑과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후티의 2022년 10~11월 유전·수출 시설 공격 이후 정부 측 원유 수출은 사실상 멈췄고, 이는 정부의 핵심 재정원에 직접 타격을 줬다. 세계은행은 2023년 예멘의 원유 생산이 하루 평균 5만1400배럴 수준에서 1만7000배럴로 줄었고, 아덴 정부 재정수입은 30% 넘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 충격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은행의 2026년 5월 발표에 따르면 2025년에도 석유 수출 차단은 이어졌고, 정부 재정수입은 국내총생산의 5.6%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 결과 임금 지급, 보조금, 필수 지출이 함께 압박을 받았다. 유엔이 평화 로드맵에 석유 수출 재개를 넣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산업 회복이 아니라 정부의 통치 능력, 환율 방어, 공공서비스 복구를 좌우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티 입장에서는 석유 수출 재개가 상대 정부의 재정·외화 숨통을 틔워 주는 조치가 된다. 휴전과 병행해 자신들이 얻을 정치·경제적 대가가 분명하지 않다면 쉽게 동의할 유인이 크지 않다. 그래서 유엔이 임금 지급, 항만 규제 완화, 공항 운항, 도로 개방 같은 생활 조건 개선을 한 묶음으로 제시해 왔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어느 항목을 먼저 이행하고 어떤 재원으로 보장할지가 다시 막힌다.
공무원 임금은 인도주의 문제이면서 통치권 문제다
공무원 임금 지급이 늘 핵심 쟁점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멘에서는 임금이 단순한 복지나 생계비가 아니라 국가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증거다. 교사·보건인력·행정인력 급여가 끊기면 공공서비스는 무너지고, 주민은 사실상 각 지역의 무장세력과 비공식 시장에 더 의존하게 된다. 유엔이 여러 차례 2014년 급여대장을 기준으로 임금 지급을 언급해 온 것도, 전쟁 이전의 국가 틀을 최소한의 공통 기준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가장 복잡하다. 누구를 실제 지급 대상자로 볼지, 어느 지역 공무원을 어떤 비율로 인정할지, 분열된 중앙은행 체계와 행정 데이터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예멘의 재정·통화 체계는 남북으로 갈라졌고, 급여 지급은 곧 상대의 행정 정당성을 인정하는 문제가 됐다. 임금을 먼저 풀어야 휴전의 체감 효과가 생기지만, 임금을 풀려면 다시 재원과 기관 통제에 대한 정치 합의가 필요해지는 구조다.
실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문제는 부분 합의가 권력 재편으로 이어질 때다
평화협상이 항상 공전만 한 것은 아니다. 2022년 유엔 중재 휴전 뒤에는 호데이다로의 연료 유입이 늘고 사나 공항 운항이 재개되는 등 민생 측면의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이는 항만·공항·도로 같은 실무 의제가 협상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임금 체계와 수입 배분, 장기 휴전의 보증 장치로 넘어가면 곧바로 권력 재편 문제가 된다.
2024년 들어 홍해와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유엔도 중재 공간이 더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지역 확전은 예멘 내부 협상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각 당사자가 국내 타협보다 대외 군사·정치 계산을 앞세우게 만든다. 결국 예멘 평화협상의 병목은 이념 대립만이 아니라, 전쟁이 만들어 낸 경제 통치 구조를 누가 어떤 순서로 해체하거나 공유할지에 있다.
그래서 예멘 협상의 실질적 쟁점은 ‘휴전을 원하느냐’보다 ‘항만 수입과 석유수출 대금, 공무원 급여를 어떤 제도로 묶어 누가 집행하느냐’에 가깝다. 항만은 수입 물자의 관문이고, 석유는 정부 재정의 핵심이며, 임금은 국가 기능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이 세 가지를 건드리지 못하면 정치 선언은 반복돼도 실제 평화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자료: 유엔 예멘특사실, Update on efforts to secure a UN roadmap to end the war in Yemen(2023년 12월 23일); 유엔, Stockholm Agreement(2018년 12월); 유엔 안보리 회의자료 SC/15114(2022년 11월 22일), SC/15625(2024년 3월 14일), SC/15693(2024년 6월 13일), SC/15775(2024년 7월 23일); 세계은행, Macro Poverty Outlook: Republic of Yemen(2024년 4월), Yemen’s Economy Faces Mounting Crises: Report(2024년 6월 26일), Economic Strain Deepens in Yemen as Regional Risks Intensify(2026년 5월 21일); 세계식량계획, WFP warns hunger is surging in Yemen as conflict displaces thousands(2026년 10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