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필터·프렌치프레스·에스프레소, 혈중 지질 차이 있을까
비여과 커피의 디터펜 성분인 카페스톨과 카웨올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올릴 수 있다는 근거가 사람 대상 시험에서 반복해서 나왔다. 다만 이 차이는 커피 자체보다 추출 방식에 더 크게 좌우됐다. 종이필터를 쓰는 드립 커피는 관련 성분이 매우 적은 반면, 프렌치프레스처럼 종이필터가 없는 방식은 노출량이 더 크고, 에스프레소는 그 중간에 놓인다는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핵심이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인 ‘비여과 커피의 디터펜이 LDL에 영향을 주나’에 대한 답은 조건부로 그렇다에 가깝다. 다만 모든 커피가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의 건강효과를 한데 묶어 말한 관찰연구 결과와, 추출법에 따라 혈중 지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본 개입시험 결과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건강효과 일반론과 추출법 문제는 다른 질문
2017년 BMJ에 실린 우산형 종합검토는 커피와 건강 결과를 다룬 관찰 메타분석 201건과 중재 메타분석 17건을 묶어 검토했다. 이 논문은 여러 질환에서 커피 섭취가 유리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정리했지만, 그런 결과만으로 인과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무작위시험들에서는 혈압, 지질 같은 제한된 지표만 짧은 기간 살폈고, 특히 지질 변화는 추출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즉 ‘커피가 전반적으로 몸에 좋다’는 식의 일반론만으로 프렌치프레스나 에스프레소가 LDL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답할 수는 없다. 이 질문에는 카페인 양보다 커피 오일 속 디터펜이 얼마나 컵 안으로 들어오느냐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종이필터는 왜 다르고, 프렌치프레스는 왜 문제 되나
1990년대 사람 대상 무작위시험들은 종이필터의 차이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줬다. 1989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실린 12주 시험에서는 끓인 비여과 커피와 달리, 종이필터 커피는 혈중 지질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1991년 내과학회지에 실린 무작위시험에서도 끓인 커피를 마신 군은, 같은 커피를 종이필터로 거른 군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이 약 0.41밀리몰 퍼 리터 높아졌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성분이 카페스톨과 카웨올이다. 1997년 식품독성학 논문은 여러 추출법의 디터펜 함량을 비교했는데, 인스턴트와 종이필터 드립은 이들 성분이 거의 없었고 에스프레소는 컵당 대체로 중간 수준이었다고 보고했다. 같은 연구 흐름에서 프렌치프레스와 터키식, 보일드 커피처럼 종이필터를 거치지 않는 방식은 디터펜이 더 많이 남는 것으로 정리돼 왔다.
에스프레소는 프렌치프레스와 같은가
에스프레소는 흔히 비여과 커피로 묶이지만, 프렌치프레스와 완전히 같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분석 연구를 보면 에스프레소의 카페스톨과 카웨올은 종이필터 커피보다는 많지만, 컵 용량이 작아 한 잔 기준 노출량이 더 낮게 잡히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추출 조건과 컵 크기, 원두와 분쇄도에 따라 디터펜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샷 수가 늘어나면 누적 노출은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최근까지도 이 지점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인구집단을 본 2022년 연구는 에스프레소 섭취와 총콜레스테롤의 관련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런 자료는 관찰연구라서 생활습관 차이를 완전히 떼어내기 어렵다. 에스프레소에 대해서는 ‘프렌치프레스보다 항상 안전하다’거나 ‘종이필터 커피와 사실상 같다’고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 대체로 중간 위험군으로 보는 해석이 현재 근거에 더 가깝다.
독자가 실제로 참고할 기준
LDL 관리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같은 원두를 마시더라도 추출법을 먼저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현재까지의 사람 대상 시험과 메타분석을 종합하면, 종이필터를 사용하는 드립 커피는 디터펜 노출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혈중 지질 영향도 작거나 유의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프렌치프레스, 보일드 커피, 일부 금속 필터 추출은 디터펜이 더 많이 남아 LDL 상승 가능성을 더 경계해야 한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상황에 기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많이 더한 음료는 별개의 영양 문제를 만들 수 있고, 임신, 지질이상증 치료, 간질환, 특정 약물 복용 여부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확인된 근거가 말해주는 범위는 분명하다. 커피의 건강성 논쟁과 별개로, LDL만 놓고 보면 종이필터가 있는 추출법이 가장 보수적인 선택에 가깝고, 프렌치프레스와 다른 비여과 방식은 더 신중하게 볼 이유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