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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얼 리 칼럼] AI가 일을 대신해 주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바쁜가

생산성은 높아지고 노동시간은 그대로인 인공지능 시대… 기술이 만들어낸 경제적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데니얼 리 | AI 아틀라스 · 시대의눈 오피니언 기고

인공지능이 직장인의 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며, 복잡한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까지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몇 시간씩 걸렸던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경험담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이상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 준다면 직장인은 그만큼 덜 일하게 되는 것일까. 실제로는 업무의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과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경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도록 목표를 조정한다면 직원은 이전과 같은 시간을 일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AI의 기술적 성능을 둘러싼 논쟁과 다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지,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지에 관한 전망보다 한 단계 앞선 현실적인 질문이다. 일자리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기술 발전의 사회적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가져올 변화는 생산성 혁명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혁명의 성과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지, 기업의 비용 절감과 생산량 확대에 집중될지는 기술이 저절로 결정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의 경영 판단과 노동시장의 제도, 성과를 배분하는 방식이 그 결과를 좌우한다.


AI가 실제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근거는 이미 존재한다


AI가 직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막연한 기대에만 근거하지 않는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MIT의 대니엘 리, 린지 레이먼드 연구진은 고객상담 직원 약 5,000명의 업무자료를 분석해 생성형 AI의 실제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고객의 질문에 대응하는 직원들에게 AI가 실시간으로 답변과 관련 정보를 제안하는 도구를 제공한 뒤, 도입 전후의 업무 성과를 비교했다. 2025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출판된 최종 연구에서는 AI 도구를 이용한 직원의 시간당 고객 문제 해결 건수가 평균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업무 경험이 부족하거나 기존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직원들에게서 생산성 향상이 크게 나타난 반면, 숙련된 직원들에게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AI가 숙련자의 우수한 업무 방식을 다른 직원에게 전달하면서 학습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결과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작업을 대신하는 도구를 넘어 조직 내부의 지식과 업무 경험을 확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도 AI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고객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면 기업의 전체적인 생산 능력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15%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직원의 근무시간이 15% 줄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측정한 핵심 지표는 시간당 처리한 업무량이었으며, 실제 노동시간이나 임금이 그에 비례해 변화했다는 결론을 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삶 사이에 중요한 간극이 발생한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기술의 성과를 보여주지만, 그 성과가 노동자의 생활에 어떤 형태로 돌아왔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메일 업무가 주 2시간 줄어든 실험도 있었다


AI가 업무량을 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직원이 특정한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정규 근무시간 밖의 노동도 감소시키는 결과가 확인된 연구가 있다.

2025년 발표된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 연구에서는 66개 기업의 지식노동자 7,137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부 직원에게 이메일과 회의, 문서 작성 등 기존 업무 프로그램에 통합된 생성형 AI 도구를 제공하고, 이용 여부에 따라 업무시간과 활동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실험 후반부에는 AI 도구를 제공받은 집단 가운데 실제로 이를 사용한 약 80%의 직원이 주당 이메일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약 2시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 근무시간 외에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도 감소했으며, AI 활용이 실질적인 시간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모든 직장인이 AI를 도입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연구가 측정한 것은 이메일 업무에 사용한 시간이며, 기업과 직무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개별 직원에게 AI 접근 권한을 제공한 것만으로 업무의 전체적인 양과 구성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이 자동으로 재편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은 AI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다만 절약한 시간을 휴식과 학습에 사용할지, 다른 업무로 채울지는 별도의 문제다. 기술이 시간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시간을 누가 사용할 것인지까지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덴마크 노동시장에서는 임금과 노동시간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AI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더 넓은 노동시장 차원에서 분석한 연구도 있다. 시카고대학교의 안데르스 훔룸과 코펜하겐대학교의 에밀리 베스터고르는 덴마크의 기업·노동자 조사자료와 행정기록을 결합해 AI 챗봇 확산 이후 고용과 임금, 노동시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2026년 3월 개정된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에서 기업들의 관련 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대됐고, 노동자들도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AI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업무가 생기거나 기존 작업의 구성과 처리 방식이 바뀌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시장 행정자료를 통해 확인한 평균 임금과 기록된 노동시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챗GPT 등장 이후 약 2년의 관찰 기간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의 변화가 2%를 넘는 효과는 배제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 결과는 AI가 경제적 가치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조사 시점에 일부 생산성 향상이 나타났더라도 그것이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이나 근무시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의 업무 재배치와 새로운 역할의 등장으로 효과가 흡수될 수도 있다.

다만 기술 도입과 노동자의 보상 변화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가 더 많은 업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근무시간이 곧바로 줄거나 임금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기술 혁신의 이익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결과가 기업 내부에 먼저 축적될 수도 있고, 시장 경쟁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수도 있다. 추가적인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러한 결과는 산업구조와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AI 혁명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면 기술의 도입률만 측정해서는 부족하다. 실제 생산성과 임금, 노동시간, 업무 강도 사이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을 빨리 끝낼수록 더 많은 일이 주어지는 역설


인공지능이 업무 효율성을 높일수록 직원이 더 바빠질 수도 있다는 문제는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2월 《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된 ‘AI Doesn’t Reduce Work—It Intensifies It’은 미국의 약 200명 규모 기술기업에서 8개월 동안 생성형 AI가 업무 관행을 어떻게 바꾸는지 관찰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AI 도구가 일부 작업을 더 빠르게 수행하도록 만들었지만, 직원들이 그만큼 일을 줄이기보다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전에는 다른 부서에 요청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던 작업도 AI를 이용하면 직접 시도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부담이 낮아지면서 직원들이 더 많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기존에 맡지 않았던 과제까지 수행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AI를 통해 작업 속도가 높아졌지만 오히려 업무의 밀도가 높아지고 하루 중 더 많은 시간에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모든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는 근거는 아니다. 연구는 특정한 조직을 대상으로 한 질적 관찰이었으며, 기업의 업무 문화와 경영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례는 AI를 둘러싼 중요한 경영 문제를 보여준다. 기술이 기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었다면 기업은 절약된 시간을 직원에게 돌려줄 수도 있지만,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조정할 수도 있다.

성과 목표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조직에서는 AI의 도입이 개인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더 높은 업무 강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이는 기술의 결함이라기보다 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경영 판단의 결과다.

반대로 불필요한 보고와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이고, 절약된 시간을 직원의 역량 개발이나 휴식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AI는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직원이 AI를 이용해 일을 더 빨리 끝냈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IMF가 추정한 2조7,000억 달러는 누구의 이익인가


AI 생산성의 경제적 규모를 평가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7월 발표한 ‘Aggregate Gains from AI and Their Distribution: Global Evidence from Usage Data’ 연구에서 실제 AI 사용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시간 절약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했다.

연구진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수집된 앤트로픽 경제지수 자료와 국가별 임금·고용 정보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AI를 활용해 절약한 시간을 각국의 노동비용으로 환산하는 노동비용 등가액(Labor Cost Equivalent)을 계산했다.

그 결과 연구에서 다룬 86개국의 AI 활용에 따른 연간 노동비용 등가액은 약 2조7,000억 달러로 추정됐다. 이는 해당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을 합산한 규모의 약 3.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해석할 때 중요한 한계가 있다. IMF 연구가 제시한 금액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인 추가 이익도 아니고, 노동자에게 지급된 임금 증가액도 아니다. AI로 절약한 시간을 임금으로 환산했을 때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보여주는 추정치이며, 실제 GDP 증가 효과와도 구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직종에 따라 이러한 경제적 가치의 분포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IMF 연구에서는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AI 활용에 따른 가치가 상대적으로 소수의 전문직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AI의 경제적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와 인프라를 갖춘 집단은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먼저 얻는 반면, 관련 기술과 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그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

따라서 AI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망만으로 사회 전체의 생활 수준이 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접근과 활용 능력, 그리고 창출된 가치의 배분 방식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기술의 성과를 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부당한가


AI 생산성의 이익을 논의할 때 기업의 역할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AI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소프트웨어 이용료와 데이터 관리, 보안, 직원 교육, 기존 업무 시스템과의 연결 등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기술 도입에 따른 실패 위험과 운영상의 책임도 부담한다.

따라서 기업이 이러한 투자에 대한 경제적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정당하다. 생산성이 향상됐다면 그 성과를 연구개발과 신규 사업, 더 나은 서비스에 투자하는 결정도 기업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에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기업이 AI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그 결과를 가격 인하나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연결한다면 기술 발전의 혜택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이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음에도 그 성과가 노동시간과 업무 강도, 보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직원이 AI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업무 방식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AI 결과물을 검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을 구매한 것은 기업이지만 그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노동자의 노력과 전문성이 포함된다.

따라서 AI가 창출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기업 또는 노동자 가운데 어느 한쪽의 성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본과 기술, 노동자의 경험과 판단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라면 배분의 문제 역시 그러한 기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생산성 향상률에 따라 임금을 기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경쟁, 투자비용, 성과의 지속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며, 실제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의 증가가 확인됐을 때 기업과 노동자가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까


AI로 절약한 시간을 노동시간 단축에 활용하자는 제안에는 현실적인 반론도 존재한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며,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 생산량을 확대해 성장하려는 유인이 있다.

특히 해외 경쟁기업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을 낮추거나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도록 요구한다면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모든 직무가 AI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얻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문서 작성이나 자료 정리에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현장 노동과 돌봄, 대면 서비스처럼 직접적인 인간 활동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AI를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업종에 동일한 노동시간 단축 목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 반드시 기업 경쟁력과 충돌한다는 주장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정한다면 기업은 필요한 성과를 유지하면서 직원의 피로와 이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앞서 살펴본 66개 기업의 현장 실험에서는 AI를 실제로 활용한 직원들이 이메일 업무시간뿐 아니라 정규 근무시간 밖의 업무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향상의 효과가 노동자의 시간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전체 노동시간을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는 선택이 아니다. AI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얼마나 줄였는지 측정하고, 절약된 시간의 일부를 휴식과 교육, 새로운 업무에 배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기업별 시범 운영과 성과 평가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 서비스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한다면 불필요한 이념적 대립보다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업무량 증가로만 이어지지 않으려면


AI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보고서 한 건을 작성하는 데 세 시간이 필요했는데 AI를 활용해 한 시간에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면, 기업은 같은 직원에게 보고서 세 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절약된 시간을 자료의 정확성을 검증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는 데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는 업무의 목적과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만 단순히 처리 건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품질과 직원에게 새롭게 발생한 검증 부담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최종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항상 제거해 주지는 않는다. AI가 생성한 자료에 오류가 포함돼 있다면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시간도 실제 업무비용에 포함해야 한다.

기업이 AI 도입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처리량과 업무시간뿐 아니라 결과물의 정확성, 오류 수정비용, 고객 만족도, 직원의 업무 부담 등 여러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로 업무 방식이 변화한다면 직원에게 필요한 교육과 재훈련도 제공해야 한다. AI를 사용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기존 업무량을 유지하면서 기술 활용 능력까지 개인적으로 습득하도록 요구한다면 생산성 혁신의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창출된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원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며, 성과가 확인되는 경우 보상과 휴식의 형태로 환원하는 것도 중요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한국은 AI 생산성의 분배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AI 도입은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시장 변화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기술, 금융, 언론, 전문 서비스 등 여러 산업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업무 절차를 재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AI가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그 결과 노동자의 실제 업무시간과 임금, 고용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한 체계적인 자료는 더 축적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확인된 실험 결과를 한국의 모든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산업과 기업의 규모에 따라 AI 도입 역량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격차가 확대되면 기업 간 생산성 차이가 커질 뿐 아니라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적 지원은 단순히 AI 소프트웨어의 보급률을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실제 업무에 기술을 적용하도록 돕는 동시에 노동자가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고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AI 도입에 따른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변화를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실제로 어떤 업무가 줄었고 어떤 새로운 업무가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합리적인 보상과 근무체계의 조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혁신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기술 도입이 완료된 이후에 시작해서는 늦을 수 있다. 기존의 평가와 보상체계가 새로운 업무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갈등이 누적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시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AI가 인간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었다면 기업과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공동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기업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고, 노동자는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는 낮은 가격과 높은 서비스 품질의 형태로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만 정답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산업과 기업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배분 방식이 다를 수 있으며,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가 다양한 경로로 사회에 전달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원칙은 존재한다. 생산성 향상을 측정하면서 노동자의 업무 강도와 생활의 변화는 측정하지 않거나, 기술의 성과를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만 평가하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사회 전체의 진보로 평가하려면 기술이 창출한 경제적 성과와 함께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AI를 이용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사회와, 같은 성과를 더 짧은 시간에 달성할 수 있게 된 사회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AI의 성능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


AI 생산성 혁명의 성공은 노동시간과 보상에서도 확인돼야 한다


생성형 AI가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객상담 직원의 시간당 처리 성과가 증가했고, 일부 지식노동자는 이메일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였으며, 국제통화기금은 실제 AI 활용 자료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시간 절약 가치를 추정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자동으로 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에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노동시장 연구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업무 변화가 나타났음에도 관찰 기간의 평균 임금과 근무시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기업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할수록 업무의 범위와 밀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부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실제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기업이 기술 투자에 따른 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여한 성과 역시 합리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또한 생산성 향상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경쟁과 혁신의 환경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필요한 것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노동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접근이 아니다. AI 도입에 따른 실제 생산성과 업무시간, 노동 강도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과 근무체계를 조정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AI를 통해 절약한 시간을 새로운 업무로 모두 채우는 대신 직원의 전문성 향상과 휴식,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에 일부 활용한다면 생산성 혁신의 효과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설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시대다. 그러나 사람에게 남는 것이 더 높은 업무 목표와 늘어난 책임뿐이라면, 우리는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하고도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하지 못한 셈이 된다.

AI 혁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기계가 얼마나 많은 작업을 수행했는지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생산성 향상의 이익이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기술이 인간에게 시간을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경제적·사회적 제도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간의 가치는 누군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시간을 통해 인간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자료: Brynjolfsson·Li·Raymond, 「Generative AI at Work」,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25; Dillon·Jaffe·Immorlica·Stanton,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 NBER Working Paper 33795, 2025; Humlum·Vestergaard, 「Still Waters, Rapid Currents: Early Labor Market Transformation under Generative AI」, NBER Working Paper 33777, 2026년 3월 개정; Fan·Nguyen, 「Aggregate Gains from AI and Their Distribution: Global Evidence from Usage Data」, IMF Working Paper 2026/147, 2026년 7월; Ranganathan·Ye, 「AI Doesn’t Reduce Work—It Intensifies It」, Harvard Business Review,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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