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는데도 체중이 늘까…기초대사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찐다’는 말은 흔하지만, 체중 변화를 기초대사량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체중은 안정 시 에너지 소비인 기초대사량 또는 휴식대사량만이 아니라 일상 활동과 운동, 음식 섭취 뒤 소화·흡수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 체중 변화에 따라 함께 달라지는 생리적 적응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같은 몸무게라도 제지방량과 체격, 활동 수준이 다르면 하루 총에너지소비량이 달라지고, 반대로 섭취량 기록은 실제보다 적게 보고되는 일이 적지 않다.
미국 국립당뇨·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의 Body Weight Planner도 이런 전제를 깔고 설계돼 있다. 이 도구는 나이, 성별, 키, 체중뿐 아니라 신체활동 수준, 체지방률, 초기 휴식대사량 같은 변수를 함께 넣어 현재 체중 유지와 목표 체중 도달에 필요한 섭취 열량을 추정한다. 체중 변화가 단순히 ‘기초대사량이 낮아서’가 아니라 섭취와 활동, 체성분, 시간에 따른 적응이 함께 만든 결과라는 뜻이다.
기초대사량은 전체의 일부다
기초대사량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로, 하루 에너지 소비의 중요한 축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체중을 바꾸는 데 직접 맞물리는 값은 총에너지소비량이다. 여기에 걷기와 계단 오르기 같은 비운동성 활동, 계획된 운동, 음식의 열효과가 더해진다. 같은 ‘대사량’이라는 말로 묶여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구성요소가 있고, 이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따로 봐야 한다.
Hall 등이 2011년 란셋에 발표한 체중 변화 동역학 모델은 이 점을 정리했다. 이 연구는 섭취 열량 변화가 체중에 미치는 효과가 즉각적이거나 직선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체중이 줄거나 늘 때 에너지 소비도 함께 적응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즉 어느 날 섭취량을 줄였다고 해서 같은 폭의 체중 감소가 끝까지 같은 속도로 이어지지 않고, 체중이 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자체가 다시 조정된다.
제지방량과 체격 차이를 빼고 비교해야 한다
개인 간 기초대사량 차이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제지방량이다. 근육과 장기, 혈액, 체수분을 포함한 제지방 조직은 지방보다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에, 체격이 크거나 제지방량이 많은 사람은 보통 휴식 시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반대로 몸무게만 놓고 ‘나는 같은 체중의 다른 사람보다 덜 먹는데도 찐다’고 말하면, 실제로는 제지방량과 활동량 차이가 섞여 있을 수 있다.
간접열량측정은 산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바탕으로 휴식대사량을 재는 방법으로,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직접 측정 수단이다. 이런 방식으로 측정한 연구들에서는 휴식대사량이 제지방량과 강하게 연결된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보고돼 왔다. 다시 말해 ‘타고난 대사’라는 한마디보다, 몸 안에서 실제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조직이 얼마나 되는지가 먼저 설명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제지방량만으로 모든 차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제지방량 안에서도 간, 심장, 신장, 뇌처럼 에너지 소모가 큰 장기의 비중과 골격근 비율이 다를 수 있고,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남는다. 그래서 체중만 맞춘 비교보다 제지방량과 지방량, 가능하면 체성분까지 함께 비교해야 ‘대사가 느리다’는 말을 검증할 수 있다.
체중이 줄면 대사도 줄지만, 그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체중 감량 뒤 휴식대사량이 내려가는 현상은 실제로 있다. 체중이 줄면 몸이 작아져 기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가 감소하고, 여기에 예상보다 더 낮아지는 적응성 열발생 감소가 겹칠 수 있다. 일부 연구는 이런 적응이 관찰된다고 보고했고, 극단적 감량 사례에서는 오랜 기간 남아 있는 경우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조금만 먹어도 계속 살이 찌는 몸’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사 적응은 체중 유지가 어려워지는 한 요소이지만, 체중 증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만능 설명은 아니라는 연구도 적지 않다. 실제 장기 유지 과정에서는 활동량 감소, 식욕 증가, 식사 기록 오차,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행동·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결국 대사 적응은 존재하더라도, 체중 변화 전체를 설명하려면 총에너지소비량과 실제 섭취량을 함께 봐야 한다.
‘적게 먹는다’는 말은 측정부터 흔들릴 수 있다
이 주제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대목은 섭취량 추정 오차다. 자유생활 상태의 성인을 대상으로 자기기록 식사법을 이중표지수법으로 검증한 연구들을 보면, 에너지 섭취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일이 반복해서 확인됐다. 2019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성인 대상 다수 연구에서 자기보고 섭취량이 총에너지소비량보다 낮게 보고되는 경향이 정리됐다.
이 오차는 체중이 늘었다는 당사자의 경험을 거짓으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간식, 음료, 조리 과정의 기름과 소스, 주말 식사, 외식 1회분의 열량처럼 누락되기 쉬운 항목이 실제 체중 변화에는 계속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분명 적게 먹는데 왜 찌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기초대사량을 한 번 재는 것보다 일정 기간의 체중 추세, 활동량 변화, 체성분, 섭취 기록 방법의 오차를 같이 점검하는 편이 과학적으로 맞다.
결론은 ‘대사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증 가능한 근거를 종합하면, 기초대사량은 체중 변화 설명의 출발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다. 사람마다 휴식 시 에너지 소비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 상당수는 제지방량과 체격, 나이, 성별, 장기 구성 차이로 설명된다. 여기에 활동량과 음식의 열효과, 감량 후 대사 적응,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섭취량 추정 오차가 더해지면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찐다’는 현상은 하나의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체중 증가나 정체를 이해하려면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내 기초대사량이 남보다 낮은가’보다 ‘내 총에너지소비량은 어느 정도인가’, ‘제지방량과 활동량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섭취량 기록에 빠진 부분은 없는가’를 따져야 한다. 체질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기초대사량 하나로 줄이면 실제 생리학의 절반 이상을 놓치게 된다.
자료: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Body Weight Planner; Hall KD, Sacks G, Chandramohan D, Chow CC, Wang YC, Gortmaker SL, Swinburn BA, Quantification of the effect of energy imbalance on bodyweight(2011); Bosy-Westphal A, Eichhorn C, Kutzner D, Illner K, Heller M, Muller MJ, Relationship between resting metabolic rate and the composition of the fat-free mass(1998); Burrows TL, Ho YY, Rollo ME, Collins CE, Validity of Dietary Assessment Methods When Compared to the Method of Doubly Labeled Water: A Systematic Review in Adults(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