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입꼬리와 눈썹이 바꾸는 ‘신뢰감’…표정은 성격이 아니라 첫인상을 흔든다

사람들은 낯선 얼굴을 보는 순간 상대의 성격까지 읽어냈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얼굴 인지 연구를 종합하면, 얼굴에서 먼저 바뀌는 것은 실제 품성의 확인이 아니라 신뢰감 같은 첫인상이다. 특히 입꼬리와 눈썹처럼 행복이나 분노를 떠올리게 하는 단서는 중립적인 얼굴에서도 사람의 인상을 움직이지만, 그 효과를 곧바로 그 사람의 도덕성이나 진짜 성향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에 가깝다.

이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알렉산더 토도로프와 니콜라스 우스터호프의 2008년 연구는 사람들이 얼굴을 평가할 때 크게 신뢰성에 가까운 가치 판단과 지배성 판단의 두 축을 사용한다고 봤다. 이 연구에서 신뢰성 축의 양끝은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을 닮은 얼굴 단서와 가까웠다. 다시 말해, 얼굴이 살짝 웃는 듯 보이거나 반대로 화난 듯 보이면 우리는 그 표정을 실제 성격 정보처럼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중립 얼굴도 ‘표정처럼’ 읽힌다


이후 연구들은 이 효과가 일시적인 표정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2010년 레슬리 제브로위츠 연구팀은 중립 표정의 얼굴이라도 분노나 행복 표정을 얼마나 닮았는지가 성격 인상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매력도나 이른바 동안 인상 같은 다른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감정 표정을 닮은 정도 자체가 따뜻함·위협성 같은 평가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2012년 레지널드 애덤스 주니어 연구팀도 비슷한 결론을 냈다. 이들은 중립 얼굴 안에도 감정을 연상시키는 구조적 단서가 들어 있으며, 사람들이 이런 단서를 바탕으로 성격 추정을 만든다고 봤다. 결국 얼굴의 고정된 생김새와 순간적인 표정은 완전히 분리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에게는 서로 겹쳐 보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입꼬리와 눈썹이 자주 거론된다.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거나 눈썹이 부드럽게 올라간 얼굴은 미세한 행복 신호처럼 읽히기 쉽고, 입꼬리가 내려가거나 눈썹이 안쪽으로 낮아진 얼굴은 분노 신호처럼 해석되기 쉽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체계가 중립 얼굴의 형태에도 과잉 일반화되기 때문으로 설명해 왔다.


같은 사람도 사진 한 장에 따라 더 믿음직해 보일 수 있다


다만 첫인상이 얼굴형만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다. 클레어 서덜랜드 연구팀은 표정과 촬영 각도를 조작한 실험에서, 신뢰성·지배성·매력 같은 사회적 인상에 대해 한 사람 안에서 나타나는 변화폭이 사람과 사람 사이 차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행복한 표정은 얼굴을 더 신뢰할 만하게 보이게 했고, 분노나 혐오 표정은 그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 결과는 같은 사람도 어떤 순간에 찍혔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정면을 본 사진, 살짝 웃는 표정, 이완된 눈가 같은 조건이 겹치면 실제 성격과 별개로 더 친절하고 믿을 만한 사람처럼 읽힐 수 있다. 반대로 무표정에 가까운 사진이라도 눈썹과 입 주변 긴장이 크면 더 차갑고 경계해야 할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021년 테일러 고건 연구팀은 자연스러운 얼굴 사진 340장을 이용해 같은 사람의 서로 다른 사진이 얼마나 다른 평가를 받는지 살폈다. 그 결과 신뢰성 평가는 사진마다 크게 흔들렸지만, 그렇다고 개인 간 차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첫인상이 이미지의 순간적 조건에 민감하면서도 일부는 비교적 안정적인 얼굴 특성에도 기대고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신뢰감’과 ‘실제 신뢰성’이 다르다는 점


이 연구 흐름이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지점도 여기다. 얼굴 단서가 신뢰감을 바꾼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것이 곧 실제 품성의 정확한 판독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과 미국 성인 1386명을 분석한 2021년 연구에서 홍승범 연구팀은 얼굴만 보고 한 판단이 일부 행동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그 판단을 얼마나 자신 있게 믿는지는 정확도와 연결되지 않았고, 정확성 역시 얼굴 자체보다 주변의 기대와 대우가 누적된 자기충족 효과로 설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얼굴 연구는 대개 두 질문을 나눠 다룬다. 첫째는 어떤 단서가 신뢰해 보이는 인상을 만드는가이고, 둘째는 그 인상이 실제 성격을 얼마나 맞히는가이다. 지금까지의 근거는 첫 번째 질문에는 비교적 분명한 답을 주지만, 두 번째 질문에는 훨씬 조심스러운 답만 허용한다.

결국 눈썹과 입꼬리는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도덕적 표지가 아니라, 관찰자의 뇌가 매우 빠르게 읽어내는 사회적 단서에 가깝다. 얼굴의 고정된 형태와 일시적 표정은 함께 작동해 첫인상을 만들지만, 그 인상은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특정 외모를 선함이나 악함과 직접 연결하는 해석이 연구 결과보다 훨씬 앞서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료: Nikolaas N. Oosterhof, Alexander Todorov, The functional basis of face evaluation(2008); Clare A. M. Sutherland, Andrew W. Young, Gillian Rhodes, Facial first impressions from another angle: How social judgements are influenced by changeable and invariant facial properties(2016-07-22); Leslie A. Zebrowitz 외, Facial resemblance to emotions: group differences, impression effects, and race stereotypes(2010); Reginald B. Adams Jr. 외, Emotion in the neutral face: a mechanism for impression formation?(2012); Taylor Gogan, Jennifer Beaudry, Julian Oldmeadow, Within-Person Variability in First Impressions From Faces(2021-05-30); Seungbeom Hong, Hye Won Suk, Yoonseok Choi, Jinkyung Na, Face-Based Judgments: Accuracy, Validity, and a Potential Underlying Mechanism(2021)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