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왜 어떤 양자컴퓨터는 극저온이 필요하고 어떤 장치는 진공을 택하나…초전도와 이온트랩의 성능·제약 비교

양자컴퓨터마다 장치가 크게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같은 ‘양자비트’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물리계에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초전도 방식은 칩 위 전기회로의 양자상태를 써서 연산 속도와 집적에 강점을 보이는 대신, 열잡음을 줄이기 위해 절대영도에 가까운 밀리켈빈급 냉각이 필요하다. 반면 이온트랩 방식은 진공 속에 가둔 원자 이온의 내부상태를 써서 결맞음 시간을 길게 확보할 수 있지만, 초고진공과 정밀한 레이저 제어, 느린 다중 큐비트 연산이라는 다른 비용을 치른다.

따라서 ‘왜 어떤 양자컴퓨터는 그렇게 차갑게 식혀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모든 양자컴퓨터가 극저온을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초전도 회로가 그런 환경에서만 양자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온트랩은 대체로 초고진공과 레이저 냉각을 핵심 조건으로 삼는다. 같은 양자계산을 목표로 하더라도, 어느 물리계에서 오류를 덜 내고 더 많이 연결하며 더 크게 확장할지를 두고 서로 다른 공학적 해법이 갈라진 셈이다.


초전도 방식은 빠르지만, 열에 약하다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전기저항이 사라진 회로에서 만들어지는 양자상태다. 이런 회로는 칩 제작과 배선, 신호 제어를 반도체 산업의 제조 경험과 일부 공유할 수 있어 대규모 집적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IBM은 자사 초전도 프로세서를 희박육각형과 격자형 토폴로지로 설계하면서, 프로세서 계열의 차이를 쿼비트 수와 연결 그래프가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방식이 열과 주변 잡음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IBM은 현재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보통 진공 단열 용기와 희석냉동기 안에서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로 냉각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해야 열잡음과 외부 간섭을 줄여 양자상태가 계산에 필요한 시간 동안 유지된다. 다시 말해 초전도 방식에서 냉각장치는 보조설비가 아니라 계산 그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대신 얻는 장점은 속도다. 공개된 문헌과 기업 자료를 보면 초전도 큐비트는 일반적으로 게이트 시간이 나노초에서 수백 나노초 수준으로 짧다. IBM은 자사 플랫폼 문서에서 단일·이중 큐비트 게이트 시간이 나노초 단위로 관리된다고 밝히고 있고, 최근 기종에서는 이중 큐비트 게이트의 중앙값이 100나노초 안팎까지 내려간 사례도 제시했다. 결맞음 시간은 보통 마이크로초에서 수백 마이크로초 범위이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더 긴 수명도 보고되고 있다. 결국 초전도 방식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많이 연산하자’는 전략에 가깝다.


이온트랩 방식은 느리지만, 큐비트 자체는 오래 버틴다


이온트랩은 전하를 띤 원자를 전기장이나 자기장으로 가둬 진공 속에 띄운 뒤, 레이저와 전자기장으로 상태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NIST는 이온 큐비트가 양자중첩을 오래 유지할 수 있지만 계산 수행은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설명한다. 고체 칩 내부가 아니라 진공 속의 원자를 직접 쓰기 때문에, 재료 결함이나 고체 계면 잡음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큰 이유다.

이 방식의 대표 장점은 긴 결맞음 시간과 높은 연결성이다. 양자컴퓨터용 재료와 하드웨어를 비교한 학술 검토에서는 트랩된 이온이 실온 또는 4켈빈 수준의 장치에서 초고진공으로 운용될 수 있고, 단일 이온의 결맞음 시간이 매우 길다고 정리했다. 상용 장비 자료에서도 이 특성은 이어진다. 퀀티넘의 H2 데이터시트는 56개 이온 큐비트, 전쌍 연결, 전형적인 1큐비트 게이트 비오류율 3만분의 1, 2큐비트 게이트 비오류율 1000분의 1 수준을 제시한다. 큐비트 둘을 직접 연결하기 어려운 칩형 구조와 달리, 이온트랩은 원하는 두 이온을 같은 상호작용 구역으로 옮겨 게이트를 수행하는 식으로 사실상 전쌍 연결을 구현한다.

그러나 이온트랩이 냉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초전도처럼 칩 전체를 밀리켈빈까지 내릴 필요는 없지만, 다중 큐비트 게이트는 이온의 운동 상태가 충분히 차가워야 정확도가 올라간다. 최근 연구와 NIST 자료는 이온의 집단 운동을 제어하고 다시 식히는 과정이 성능과 확장성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즉 이온트랩의 냉각은 ‘장치 전체를 극저온으로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진공 속 이온의 운동 자유도를 정밀하게 다루는 문제에 더 가깝다.


성능 비교에서 가장 자주 섞이는 네 가지 기준


초전도와 이온트랩을 비교할 때는 적어도 네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첫째는 게이트 품질이다. 둘째는 결맞음 시간이다. 셋째는 연결성이다. 넷째는 냉각과 배선, 레이저, 진공 같은 시스템 요구 조건이다. 이 네 항목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같은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결맞음 시간이 길다고 해서 계산이 무조건 빠른 것은 아니고, 연결성이 높다고 해서 제조가 쉬운 것도 아니다.

같은 숫자처럼 보여도 측정 방식이 다르면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 퀀티넘은 제품 데이터시트에서 단일·이중 게이트 비오류율과 메모리 오류를 제시한다. 반면 IBM은 기종에 따라 개별 결합선의 이중 게이트 오류, 100큐비트 계층 오류, CLOPS 같은 시스템 지표를 함께 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려면 같은 회로 깊이, 같은 보정 조건, 같은 오류 정의로 다시 맞춰 봐야 한다. 발제에서 요구한 ‘성능·제약 비교’는 결국 하나의 순위를 매기는 일이 아니라, 어떤 지표를 무엇과 비교하느냐를 먼저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다.


왜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되지 않나


결론적으로 양자컴퓨터가 하나의 장치 형태로 수렴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어떤 플랫폼이 속도·정확도·연결성·확장성·운용 난도를 동시에 최적으로 만족하는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전도는 빠른 게이트와 제조 확장에, 이온트랩은 긴 결맞음과 높은 연결성에 각각 강점이 있다. NIST도 장기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큐비트를 섞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독자가 기억할 핵심은 이것이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각은 양자컴퓨터 일반의 조건이 아니라 초전도 같은 특정 하드웨어의 조건이다. 이온트랩은 그 대신 초고진공, 레이저 안정도, 이온 이동과 재냉각 같은 다른 난제를 안고 있다. 결국 양자컴퓨터마다 전혀 다른 장치를 쓰는 이유는 연구자들이 같은 문제를 다른 물리계로 풀고 있기 때문이며,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는 ‘양자컴퓨터’라는 한 단어가 아니라 게이트 품질, 결맞음 시간, 연결성, 냉각 요구 조건을 따로 떼어 봐야 드러난다.

자료: NIST, Quantum Computing Explained(2025); NIST, Quantum Computing with Trapped Ions(프로젝트 페이지, 2026년 10월 확인); IBM Quantum Platform, Processor types(2026년 10월 확인); IBM Quantum Platform, IBM Quantum Compute Service changelog(2026년 10월 확인); IBM Quantum Blog, IBM’s new modular architecture for cryogenic systems(2026); Quantinuum, Quantinuum System Model H2 Product Data Sheet(2025); de Leon 외, Material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for quantum computing hardware(2021)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