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도 수임 경쟁에서 진다…그런데 왜 계약을 놓친 고객에게 계속 연락할까
김앤장 조세·회계 부문 전직 책임자의 영업 조언…수임 실패를 고객 관계의 종료로 보지 않는 접근
계약을 따낸 경쟁사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다음 선택…로펌·회계법인·컨설팅회사 등 전문서비스 기업의 장기 영업 전략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모든 수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과 조직 규모, 오랜 업무 경험을 갖춘 대형로펌도 고객이 다른 법률사무소를 선택하는 상황을 겪는다. 그러나 수임 경쟁에서 패배했을 때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로펌을 창업한 한 변호사가 공개한 글에는 김앤장 조세·회계 부문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종열 전 대표의 영업 조언이 소개됐다. 글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수임 경쟁에서 실패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경쟁 상대나 고객의 결정에 불만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해당 고객을 잊어버리는 경향을 지적했다.
대신 수임에 실패했더라도 고객과 관계를 이어가고, 경쟁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고객이 만족하는지 관심을 기울이며, 향후 새로운 자문 기회가 발생할 가능성을 살펴보라는 조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해당 변호사가 소개한 2차 인용으로, 원문의 전체 맥락과 김앤장의 공식적인 영업 운영체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정 로펌의 실제 관행으로 일반화하기보다 전문서비스 기업의 영업 전략을 살펴보는 사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조언에는 중요한 경영 문제가 담겨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계약을 체결한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고객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계약에 성공한 고객에게는 담당자를 배정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수주에 실패한 고객은 영업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 쉽다.
그러나 고객이 다른 업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해당 업체와만 거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계약이 종료되거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수 있으며, 다른 분야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계약을 잃었다는 이유로 고객 관계까지 종료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영업 전략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형로펌도 수임 경쟁에서 진다…차이는 패배 이후의 대응에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고객은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 자문사를 선택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담당 변호사의 경험, 기존 거래 관계, 서비스 제공 방식, 비용, 예상되는 사건의 난도 등이 영향을 미친다.
대형로펌이 모든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산업이나 법률 쟁점에서는 규모가 작은 법률사무소가 더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고객이 비용이나 담당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임 실패 자체를 전문성 부족의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수임에 실패한 이후의 대응이다.
일반적으로 경쟁 PT나 수임 제안이 끝나면 결과를 통보받고 해당 기회를 종료한다. 고객이 다른 업체를 선택했다면 더 이상 연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법률 문제는 한 번의 계약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이 세무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로펌을 선정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사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조세 쟁점이 발생하거나 이후 다른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담당 임원이 바뀌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과 다른 전문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처음 수임한 로펌이 이러한 업무를 모두 맡는다는 보장은 없다.
특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다른 전문가에게 추가 의견을 구하거나, 사건의 성격에 따라 새로운 법률사무소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수임 경쟁에서 탈락한 로펌은 당장의 계약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미래의 법률서비스 수요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다만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고객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거나 경쟁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계약을 놓친 고객에게는 이미 많은 영업비용이 투입돼 있다
전문서비스 기업의 영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변호사는 고객의 사건과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회계사는 재무자료와 사업 구조를 분석하며, 컨설턴트는 기업의 경영 문제를 진단한다. 광고대행사는 시장과 소비자를 조사하고 실행 전략을 수립한다.
이러한 과정은 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전문인력의 시간을 사용한다.
특히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는 고객과 여러 차례 회의하고 문제의 배경과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 수임 경쟁에서 패배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 이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 법률자문을 제안하기 위해 산업 규제와 사업 구조, 주요 법적 위험을 분석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임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을 영업관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한다면 향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존에 형성된 관계와 축적한 이해를 활용할 기회도 줄어든다.
물론 과거에 확보한 고객 자료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객이 제공한 비밀정보와 개인정보는 계약 및 법령에 따른 이용 목적과 보관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과의 적법한 접촉 이력, 공개된 사업 정보, 향후 자문이 필요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는 후속 영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임 실패 고객은 단순히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업이 아니다.
이미 영업비용을 투입했고, 양측이 서로의 전문성과 요구사항을 일정 부분 이해한 관계일 수 있다.
따라서 전문서비스 기업은 수임률뿐 아니라 제안 이후의 고객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경쟁사를 선택한 이유를 모른다면 다음 수임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수임에 실패한 이후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작업은 고객이 다른 업체를 선택한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다.
가격이 문제였는지,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달랐는지, 제안한 서비스의 범위가 적절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 담당자는 수임에 실패한 이유를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생각하거나, 고객이 기존 관계 때문에 다른 업체를 선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한 해석이 실제로 맞을 수도 있지만 고객이 다른 이유로 의사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 간 거래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수주·실주 분석(Win-Loss Analysis)이 활용된다.
수주·실주 분석은 계약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이유를 고객의 평가 기준과 실제 의사결정 과정을 바탕으로 검토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영업 담당자의 추정으로 실패 사유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경우 고객의 의견을 직접 확인한다.
기업 고객 조사 플랫폼 도브테일(Dovetail)은 2026년 발표한 수주·실주 분석 안내에서 영업관리시스템에 기록된 계약 결과만으로는 고객이 경쟁사를 선택한 실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계약 실패의 원인을 확인하려면 가격과 서비스의 적합성, 경쟁사의 강점, 고객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 등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전문서비스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임에 실패한 로펌이 단순히 상대방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의 평가를 확인한다면 향후 제안 방식과 전문서비스의 구성, 가격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상세한 평가 이유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특히 공공입찰이나 법률자문 선정 과정에서는 평가 내용의 비공개와 공정성 확보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의견 요청은 고객의 의사와 관련 절차를 존중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패배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경쟁에서 개선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이다.
수임 실패 후 연락을 끊는 이유…영업 담당자의 감정도 기업 성과에 영향을 준다
앞서 소개한 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임에 실패한 고객에게 다시 연락하기 어려웠던 이유에 관한 고백이다.
글쓴이는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을 미뤘지만 실제로는 고객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민망하고 부끄러웠다고 설명했다.
전문서비스 영업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 컨설턴트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안한다. 고객이 다른 업체를 선택하면 단순히 상품 판매에 실패했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선택에는 전문성 외에도 예산과 시기, 기존 거래 관계, 서비스의 범위 등 여러 조건이 영향을 미친다.
수임 실패를 개인적인 거절과 동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담당자의 감정이 기업의 후속 영업 활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다시 연락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관계를 중단한다면 미래의 사업 기회가 개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려면 조직 차원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수임에 실패한 뒤 일정 기간 안에 제안 결과를 정리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평가 의견을 요청하며, 향후 적절한 접촉 방식을 결정하도록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실패 고객에게 정해진 간격으로 연락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객이 추가 연락을 원하지 않거나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후속 관계 관리의 목적은 거절을 무시하고 계약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새로운 필요를 느낄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전문서비스 제공자로 남는 것이다.
경쟁사의 고객이 됐어도 새로운 자문 수요는 발생한다
법률과 회계, 컨설팅 서비스는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모든 수요가 확정되는 상품과 다르다.
기업의 사업 환경이 변화하면 기존 계약과 별개의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현지 법률 검토가 필요할 수 있고, 새로운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는 세무와 회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로펌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더라도 다른 분야까지 동일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기존 자문사와 별도로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수 있다.
복잡한 법률 문제에서는 두 곳 이상의 법률사무소가 서로 다른 쟁점을 검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공동 자문에는 이해충돌과 비용, 업무 범위, 비밀유지 등의 문제가 수반되므로 고객과 각 자문사가 사전에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업체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전문서비스의 필요성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살핀다는 것이 경쟁사의 계약정보나 비공개 업무 내용을 부적절하게 수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개된 기업 정보와 고객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내용, 합법적인 관계 관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기존 서비스 제공자를 비방하는 방식 역시 장기적인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전문서비스 기업은 고객이 현재 거래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 선택을 인정해야 한다. 이후 새로운 분야의 자문이 필요해질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성을 입증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고객 관계의 지속성은 접촉 횟수보다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영업관리시스템은 계약에 성공한 고객뿐 아니라 실패한 고객도 기억해야 한다
전문서비스 기업이 수임 실패 이후의 고객 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개인의 기억과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서 수임에 실패한 이유와 당시 제안한 업무 범위, 향후 예상되는 자문 수요 등을 기록할 수 있다.
다만 기록의 목적은 모든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영업 연락을 보내는 데 있지 않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는지 이해하고, 고객에게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은 계약이 체결된 고객의 매출과 계약 유지율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수임에 실패한 고객이 이후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비율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100건의 수임 제안 가운데 30건을 확보했다고 가정해보자.
나머지 70건을 모두 종료된 영업 기회로 처리하는 기업과 향후 적절한 접촉 가능성을 분류해 관리하는 기업은 서로 다른 영업 정보를 축적하게 된다.
수임에 실패한 고객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문의할 수 있고, 일부는 기존 업체와 계속 거래할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은 사업을 종료하거나 새로운 자문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를 구분해 실제로 어떤 후속 활동이 의미 있었는지 평가하는 일이다.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것만으로 수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연락은 고객의 시간을 소모하고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CRM의 성과는 연락 횟수보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사업 기회와 연결했는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수주·실주 분석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
기업은 계약 성공률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어떤 유형의 제안에 참여해야 하는지, 어떤 고객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모든 수임 경쟁에 참여하고 모든 고객에게 연락하는 것이 효율적인 영업은 아니다. 기업의 전문성과 고객의 요구가 일치하는 기회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로펌의 경쟁력은 전문성만이 아니다…고객 관계를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
대형로펌에 근무할 때와 독립 법률사무소를 운영할 때 영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대형 조직에서는 오랜 기간 축적된 고객 관계와 브랜드 신뢰도, 내부 추천, 분야별 전문인력 등이 새로운 수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신생 법률사무소에서는 대표나 담당 변호사가 직접 고객을 발굴하고 관계를 구축해야 할 수 있다.
이때 전문적인 업무 수행 능력과 고객을 확보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유능한 변호사가 반드시 뛰어난 영업 담당자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영업에 능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의 품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전문서비스 기업이 성장하려면 두 가지 역량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조직이 커질수록 고객 관계를 특정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다른 업무로 이동하면 고객과의 접촉이 중단될 수 있다. 과거 수임에 실패했던 이유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 기준도 조직 내부에 남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고객 관계를 적절한 범위에서 조직의 지식과 업무 절차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고객의 비밀정보를 회사 내부에 무제한 공유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직 윤리와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하면서 허용된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적인 고객관계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AI 역시 이러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공개된 기업 동향을 분석하고 기존 제안 내용을 정리하며 고객의 사업 변화에 따라 필요한 전문서비스를 검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단순히 자동화된 연락을 많이 보내는 것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오히려 AI가 기본적인 정보 수집과 행정업무를 지원할수록 전문가는 고객의 실제 문제를 이해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수임 실패를 기록하는 기업과 잊어버리는 기업…장기 영업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영업 성과는 일반적으로 계약 건수와 매출, 수주율 등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지표는 중요하다. 계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서비스 기업 역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의 경쟁에서 계약을 따냈는지만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영업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서비스 시장에서는 고객과의 관계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질 수 있고,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자문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임에 실패한 고객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이후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이해했는지, 다시 사업 기회가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임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경쟁 상대나 고객의 결정만 탓한다면 다음 경쟁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제안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고객의 평가를 반영한다면 수임 실패는 전문서비스와 영업 방식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계약을 놓친 고객을 끝없이 추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후속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기대되는 사업 가치보다 크다면 다른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고객이 추가 접촉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따라서 좋은 영업 전략은 모든 고객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갈 가치가 있는 고객과 적절한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법률서비스뿐 아니라 회계법인과 컨설팅회사, 광고·홍보대행사, IT 개발회사 등 다양한 전문서비스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다.
이들 기업은 전문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판매한다. 고객이 기업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가격과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신뢰와 과거 경험, 향후 업무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용한다.
한 번의 수주 실패가 이러한 관계의 가능성을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전문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은 계약을 얼마나 많이 따내는지뿐 아니라 계약을 따내지 못했을 때 무엇을 배우고 어떤 관계를 남기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고객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른 업체를 선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때 고객이 다시 검토할 만한 전문성과 신뢰를 갖추고 있는가다.
수임에 실패한 고객을 잊어버리는 기업과 실패의 이유를 배우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은 서로 다른 영업 시스템을 운영한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순간 영업을 종료할 것인지, 그 경험을 다음 기회를 위한 지식으로 축적할 것인지의 차이다.
전문서비스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계약을 따내는 능력과 계약을 놓친 이후의 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수임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그 패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기업이 축적하는 고객 관계와 영업 역량은 달라질 수 있다.
자료: 이종열 전 김앤장 조세·회계 부문 책임자의 영업 조언을 소개한 공개 게시글(원문 미확인); Dovetail, Win-Loss Analysis: What It Is, How to Run It, and Why It Matters(2026); SPI Research, 2021 Professional Services Maturity Benchmark(2021); Fuld & Company, Why a Provider of Complex Industrial Products and Solutions Wins or Loses Bids(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