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

상수도 누수 탐지 AI 성과, 탐지 정확도보다 실제 누수량 감소가 더 중요한 이유

상수도 누수 관리에서 AI의 성과를 따질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지표는 탐지 모델의 정확도가 아니라 실제로 새는 물이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유수율과 무수수량 지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다. 세계은행과 국내 공공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누수 탐지 기술은 어디까지나 누수 저감 체계의 한 요소일 뿐이며, 성과는 탐지 이후의 수리 속도, 수압 관리, 구역 계량, 계량기 정비, 관로 교체까지 포함한 운영 개선에서 갈린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무수수량이 단순한 숨은 누수만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무수수량을 처리·공급한 물과 소비자에게 요금이 부과된 물의 차이로 설명하고, 그 원인을 물리적 손실, 상업적 손실, 무상 합법 사용으로 나눈다. 다시 말해 AI가 누수 지점을 잘 찾아도 계량 오차나 불법 사용, 수리 지연이 남아 있으면 무수수량은 기대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


탐지 정확도와 누수 저감은 다른 단계의 성과다


세계은행의 디지털 워터 자료는 디지털 도구가 누수를 찾고 고치는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업 성과를 확정할 수 없다. 실제 사업 설계 문서를 보면 성과 목표는 특정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아니라 급수량 절감, 수입 증가, 24시간 급수 확대 같은 운영 결과로 잡힌다.

세계은행의 무수수량 감축 성과계약 운영 매뉴얼은 사업의 기본 단위를 개별 센서나 탐지 장비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기준선으로 둔다. 유입수량 계측, 구역별 블록화, 야간최소유량 분석, 수압 저감, 적극적 누수 탐사와 수리 같은 조치를 조합해 어느 방식이 실제 손실을 가장 많이 줄였는지를 따지라는 구조다. 같은 문서에는 한 구역에서 어떤 사업자는 관망 블록을 먼저 만들고, 다른 사업자는 누수 수리와 수압 조정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핵심은 기술 종류가 아니라 결과를 얼마나 줄였느냐다.

미국상수도협회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연간 물손실 감사만으로는 실제 누수 제어에 필요한 세부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누수 구성요소 분석과 고장 빈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탐지율이 높다는 발표만으로는 사업 전체의 성과를 판정하기 어렵고, 실제 손실량과 경제적 절감 효과까지 이어졌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증 가능한 성과는 유수율, 누수율, 절감 수량에서 나온다


이 원칙은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세계은행은 베트남 호찌민시의 성과계약 사례를 소개하며 누수량이 사업 이전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절감된 물은 추가로 50만 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성과가 AI 정확도나 센서 수가 아니라 최종 절감량과 공급 확대 효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국내도 비슷하다. 환경부가 2024년 12월 25일 공표한 2023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공급 수돗물은 67억9500만㎥, 이 가운데 요금을 부과한 유수수량은 58억6200만㎥였다. 전국 유수율은 86.3%, 누수율은 9.9%였다. 또 노후 상수관로 정비사업이 끝난 16개 지자체의 2023년 평균 누수율은 2016년보다 10.8%포인트 낮아졌고, 연간 약 2900만㎥의 누수 저감 효과가 있었다. 이 수치는 누수 탐지 알고리즘의 성능이 아니라 실제로 줄어든 물의 양을 보여준다.

K-water가 공개한 스마트 관망관리 솔루션 설명도 같은 방향이다. 이 체계는 IoT와 AI를 결합한 기술로 소개되지만, 운영 데이터 항목으로는 유수율과 공급량을, 분석 항목으로는 유수율과 야간최소유량을 제시한다. 사업 실적 역시 기술 정확도가 아니라 사업 전후 유수율 변화와 절감 수량으로 공개된다. K-water 자료에는 2025년 2월 25일 기준 국내 82개 지자체 사업에서 유수율이 54.9%에서 86.8%로 올랐고, 연간 1억1000만㎥ 규모의 누수 저감 효과가 있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 성과는 AI 탐지 단독 효과가 아니라 관망 조사, 블록 구축, 수압 관리, 정비 공사를 묶은 종합 사업 결과로 보는 것이 맞다.


한국에서 따져야 할 질문도 ‘얼마나 잘 찾았나’보다 ‘얼마나 줄였나’다


그래서 상수도 누수 AI 도입을 평가할 때는 질문 순서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도입 전후 같은 구역에서 무수수량, 유수율, 누수율, 야간최소유량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봐야 한다. 둘째, 탐지 뒤 실제 수리까지 걸린 시간과 수리 완료율이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수압 관리와 관로 교체, 계량기 정비가 함께 이뤄졌는지 구분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떼어내지 않으면 AI의 기여분과 기존 정비사업 효과가 뒤섞인다.

반대로 탐지 정확도 수치가 높더라도 현장 성과가 약한 경우는 적지 않다. 누수 의심 신호가 많이 잡혀도 굴착 확인 과정이 길어지거나, 예산 부족으로 수리가 미뤄지거나, 계량 오차와 무단 사용이 큰 지역이면 무수수량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작은 실증 구역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노후 관로 비중이 높고 지형이 복잡한 도시 전체로 확산할 때 같은 효과가 반복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검증 가능한 결론은 분명하다. 상수도 누수 탐지 AI의 가치는 모델이 누수를 얼마나 잘 맞히는지에만 있지 않다. 공공사업과 수도 운영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실제 누수량을 줄이고, 유수율을 높이며, 추가 수원 개발 없이도 더 많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만들었는지다. 누수 탐지 AI를 둘러싼 성과 발표도 앞으로는 정확도 수치보다 사업 전후 물 손실과 운영 지표를 먼저 내놓아야 비교와 검증이 가능하다.

자료: World Bank Group, Contracting Tools for Non-Revenue Water Reduction(2026년 10월 22일 열람); Bill Kingdom·Jemima Sy·Gerhardus Soppe, The Use of Performance-Based Contracts for Nonrevenue Water Reduction(2018); World Bank, Digital Water: Detecting Leaks: Solutions(2026년 10월 22일 열람); American Water Works Association, Water Loss Control(2026년 10월 22일 열람); 환경부, 전국 상수도보급률 99.5%, 국민 수돗물 사용량 전년 대비 줄어(2024-12-25); K-water, 스마트 관망관리 솔루션(SWNM)(2026년 10월 22일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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