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AIS와 AI가 불법조업 의심 선박을 가려내도 제재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위성 AIS와 AI는 불법조업 감시의 범위를 크게 넓혔지만, 의심 신호가 곧바로 제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현재 공개된 원자료와 공식 사례를 대조해보면, 이 기술이 잘하는 일은 ‘수상한 움직임의 선별’이고, 여전히 국가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위반 사실의 법적 입증’이다. AIS 신호가 끊겼다는 사실, 보호구역이나 배타적경제수역 경계 부근에서 이상 항적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제 불법조업, 무허가 조업, 금지 어종 포획, 허위 보고까지 곧바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단속기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순찰 대상을 줄이고, 입항 전 검사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재 의심 선박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성과는 ‘몇 척을 잡아냈는가’보다 ‘어떤 선박을 우선 조사했는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독자가 체감하는 기술의 약속과 실제 행정·사법 절차 사이에는 큰 간극이 생긴다.
AIS와 AI가 보여주는 것은 ‘불법 확정’이 아니라 ‘의심 신호’
글로벌피싱워치는 자사 데이터 문서에서 AIS 기반의 조업, 전재, 입항, AIS 중단 이벤트를 모두 알고리즘이 추정한 ‘겉으로 보이는 활동’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플랫폼에 표시되는 조업 시간과 의심 이벤트는 수사기관의 확정 기록이 아니라, 선박의 속도·방향·항적 변화로부터 추정한 결과다. 같은 문서에는 일부 이벤트가 실제 활동이 아닐 수 있고, 반대로 실제 활동이 있어도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 한계는 조업 판별 방식 자체에서 나온다. AIS 기반 조업 탐지는 선박이 느려지거나 방향을 자주 바꾸는 패턴을 기계학습으로 읽어내는 구조인데, 이런 움직임은 조업 준비, 어구 투하·회수, 탐색 행동과 섞일 수 있다. 따라서 AI가 포착한 것은 단속기관이 추가로 확인해야 할 ‘우선 조사 대상’이지, 법정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된 위반 판정서가 아니다.
가장 큰 구조적 한계는 애초에 보이지 않는 선박이 많다는 점
AIS 기반 감시의 첫 번째 약점은 적용 범위다. 글로벌피싱워치는 현재 자사 AIS 기반 조업 데이터가 전 세계 약 330만척으로 추정되는 어선 가운데 대략 10만척 정도만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길이 12미터 미만 어선의 포착 비율은 1퍼센트 미만이고, 12~24미터는 약 20퍼센트, 24미터 이상은 최대 90퍼센트 수준이라고 밝힌다.
이 말은 곧 대형 원양어선이나 산업형 어선의 감시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연안의 소형어선이나 비공식 선대가 많은 해역에서는 공개 AIS만으로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2024년 네이처 논문도 2017~2021년 위성영상 2페타바이트를 분석한 결과, 공공 추적체계에 잡히지 않는 산업형 어업 활동이 아시아 해역에서 특히 많았고, 일부 해역에서는 알려진 조업 활동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 추적 바깥에 있었다고 제시했다. 위성 AIS와 AI가 강력한 이유는 넓은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그 바다가 아직 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AIS 결측 자체도 곧바로 불법은 아니다
AIS가 꺼졌거나 신호가 끊겼다는 사실은 대표적인 의심 지표지만, 이것만으로 불법조업을 단정할 수는 없다. 글로벌피싱워치와 FAO 자료는 AIS가 원래 충돌 회피와 항해 안전을 위한 장비이며, 위성 수신 공백, 장비 고장, 전원 문제, 혼잡 해역의 신호 간섭, 고위도·원해의 수신 한계로도 결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피싱워치는 2024년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일부 신호 공백은 장비 이상이나 해적 위험 같은 정당한 안전 사유와도 관련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AIS 중단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반복적이고 위치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측이 불법행위 은폐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OAA와 연구진이 2017~2019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상업어업에서 5만5000건이 넘는 의도적 AIS 중단 의심 사례가 확인됐고, 가려진 활동 시간은 약 490만~500만 시간에 달했다. 전체 어업 활동의 최대 6퍼센트가 이런 방식으로 가려졌다는 추정도 나왔다. 다만 이 연구 역시 ‘의도적 중단 의심’과 ‘불법 확정’을 구분했다. 분석 결과는 단속 자원의 배치를 돕는 경보 체계이지, 그 자체가 처분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제재까지 가려면 허가·어획물·관할권을 따로 입증해야 한다
불법조업 제재는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AIS와 위성영상, 레이더, 조명 탐지 같은 기술로 수상한 선박을 좁힌다. 다음으로 그 선박이 실제로 어느 나라 깃발을 달았는지, 어느 수역에서 어떤 허가를 받았는지, 어떤 어구와 어종 규제를 적용받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승선 검색, 조업일지, 전자보고, 어획물, 환적 기록, 입항 서류를 대조해 법 위반을 특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관할권과 정보 접근이다. 공해, 연안국 배타적경제수역, 해양보호구역, 지역수산기구 관리수역은 적용 규정이 다르다. 허가와 어획물 데이터, 선박 실소유 정보, 항만 입항 기록, VMS 자료는 대개 국가기관이나 지역수산기구가 보유한 비공개 정보다. 글로벌피싱워치도 공개 플랫폼에서 보이는 정보만으로는 선박이 특정 어종 규제나 어획량 규정을 실제로 지켰는지 검증할 수 없다고 밝힌다. 의심 선박을 찾는 일보다 위반을 법적으로 완성하는 일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다.
공개 사례를 보면 ‘탐지 성공’과 ‘제재 성공’은 다르게 집계된다
공개된 사례는 이 격차를 잘 보여준다. 가나에서는 글로벌피싱워치와 파트너 기관의 분석이 2020년 해군 합동 순찰에 활용돼 의심 선박 14척을 가로막았고, 이 가운데 1척은 억류, 3척은 행정벌금 처분을 받았다. 기술 분석이 실제 단속으로 이어진 드문 공개 사례다. 그러나 같은 자료에서도 핵심 성과는 모든 선박을 곧바로 처벌했다는 데 있지 않고, 민간 분석 도구에 대한 당국의 신뢰를 형성해 표적 순찰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놓여 있다.
반대로 멕시코 레비야히헤도 국립공원 사례에서는 위성 감시 자료가 반복적 AIS 중단과 보호구역 침입 의심을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해당 선박은 멕시코에서 아직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글로벌피싱워치가 밝혔다. 법적 검토와 기관 간 협업은 시작됐지만, 탐지가 자동으로 처벌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공개 자료만 놓고 보면 위성 AIS와 AI의 성과는 ‘없던 단서를 만든다’는 데 있고, 한계는 그 단서를 국가의 집행 역량이 끝까지 이어받지 못하면 결과가 흐려진다는 데 있다.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한국은 기술 감시가 실제 단속 제도로 번역되는 조건을 비교적 분명하게 갖춰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 5월 1일부터 한국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모든 중국어선에 AIS 설치와 작동을 의무화했고, 같은 날부터 외국어선 불법조업 처벌 대상 위반유형도 확대했다. 이는 의심 항적을 보더라도 선박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확인 자체가 어려웠던 문제를 줄이려는 조치다.
한국 원양어선 쪽에서는 AIS와 별도로 어선위치추적장치, 즉 VMS 체계가 이미 제도화돼 있다. 원양산업발전법 관련 자료와 해양수산부 설명에 따르면, 원양어업자는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조작하거나 작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는 VMS 항적과 옵서버 기록을 근거로 한국 원양어선의 외국 EEZ 침범 사실이 확인된 사례도 공개됐다. 공개 AIS는 넓은 바다를 함께 보는 도구이고, VMS는 정부가 법 집행을 위해 더 정확하게 보는 도구라는 구분이 한국 제도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한국에도 같은 한계는 남아 있다. AIS 의무화는 한국 수역에서 조업하는 특정 외국어선에 대한 조치일 뿐, 전 세계 모든 해역의 모든 어선을 포괄하지 않는다. 원양어업 단속은 결국 연안국, 기국, 항만국, 지역수산기구 사이의 자료 공유와 집행 협력 없이는 완결되기 어렵다. 한국이 2016년 비준한 항만국조치협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해에서 즉시 나포하지 못하더라도, 입항 단계에서 어획물 양륙과 유통을 막는 방식으로 집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 가능한 결론은 무엇인가
검증 가능한 성과는 분명하다. 위성 AIS와 AI는 넓은 바다에서 의심 선박을 좁히고, 전재·보호구역 침입·AIS 중단 같은 위험 신호를 빠르게 골라내며, 단속선과 항만 검사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데 실제로 쓰이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 정보를 활용해 억류와 벌금 같은 처분까지 이끌어냈다.
반면 검증 가능한 한계도 뚜렷하다. 첫째, 공개 AIS는 세계 어선의 일부만 포착한다. 둘째, AI가 보여주는 조업과 결측은 확정 사실이 아니라 추정 이벤트다. 셋째, 실제 제재는 허가·어획물·관할권·기국 협조·항만 집행 같은 별도 절차를 필요로 한다. 넷째, 공개 사례조차 탐지 이후 수사와 처분의 전 과정을 일관되게 추적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결국 이 기술의 현실적 가치는 ‘불법조업을 자동으로 끝내는 장치’가 아니라, 예전보다 훨씬 넓은 바다에서 수사와 단속의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도구라는 데 있다.
자료: Global Fishing Watch, Apparent fishing effort (AIS)(2025); Global Fishing Watch, Data Caveats(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Global Fishing Watch, How AIS and VMS Tracking Technologies Work: 10 Essential Questions Answered(2026년 9월); Global Fishing Watch, Datasets and Code: Apparent Fishing Effort(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Nature, Satellite mapping reveals extensive industrial activity at sea(2024); Scientific Reports, Revealing the global longline fleet with satellite radar(2022); NOAA Fisheries, Learning More about “Dark” Fishing Vessels’ Activities at Sea(2022); Global Fishing Watch, Analysis Helps Ghanaian Navy Crack Down on Illegal Fishing(2023); Global Fishing Watch, Global Fishing Watch Technology Helps Expose Illegal Fishing in Mexico’s Marine Park(2025년 4월 25일); 해양수산부, 내년 5월부터 우리 수역 내 모든 중국어선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설치 의무화(2023년 11월 2일); 해양수산부, 5월 1일부터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대한 처벌대상 위반유형 확대(2024년 4월 26일); 국가법령정보센터, 원양산업발전법 제13조; 해양수산부, 어선위치추적장치, 이렇게 설치하고 운영하세요(2021년 8월 4일); 해양수산부, ‘EEZ 침범 논란’ 원양어선 9개월째 입항 못해 보도관련(2014년 7월 14일); FAO, Parties to the PSMA(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해양수산부,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이제 발붙일 곳 없다!(2021년 5월 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