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

학교별 AI 교육 격차, 계정보급만으로는 좁혀지지 않는 이유

학교에 AI 학습 계정을 나눠 주는 일만으로 교실 격차가 줄어드는지는 이미 국제 비교 자료에서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다. OECD의 최근 교육·디지털 자료를 종합하면, 성과를 가르는 핵심은 계정 수 자체보다 학생이 실제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품질, 학교 안팎의 기기 접근성, 수업에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교사 역량과 운영 규칙에 더 가깝다. 디지털 기기가 있어도 접속이 느리거나, 과제 이해를 돕는 지원이 부족하거나, 교사가 수업 설계에 자신이 없으면 학습 격차는 그대로 남는다는 뜻이다.

다만 이 자료들이 보여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검증 가능한 상관과 조건부 효과다. 국가 단위 성취도와 학교의 디지털 준비도를 비교한 PISA 자료는 ‘기기가 많을수록 성적이 오른다’는 단순한 인과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조건에서 디지털 자원이 학습에 도움이 되고, 어떤 조건에서는 효과가 약해지는지를 보여 준다.


기기 수보다 준비도, OECD가 확인한 첫 번째 한계


OECD의 PISA 2022 결과에서 가장 분명한 대목은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의 디지털 학습 준비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OECD는 성적이 높은 교육체계일수록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자체가 곧 효과적인 수업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정리했다. 학교가 기기 사용 지침을 갖추고 있는지, 수업 중 어떻게 활용하는지, 디지털 자원이 실제 교육활동에 맞게 작동하는지가 함께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학교 간 격차에서도 드러난다. PISA 2022에서 OECD 평균으로 보면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학교가 유리한 학교보다 디지털 자원의 부족이나 낮은 품질을 더 자주 겪었다. OECD는 40개 교육체계에서 이런 불리함이 확인됐고, 불리한 학교가 더 낫다고 보고된 나라는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보급’ 정책 아래에서도 어느 학교에 더 느린 인터넷, 낡은 기기, 불안정한 플랫폼이 남는지가 격차의 실체라는 뜻이다.


디지털 접근성이 학습 성취와 만나는 지점


성과 측면에서도 단순한 보급론은 한계가 분명하다. OECD는 PISA 2022에서 디지털 자원이 더 충분하고 질이 나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수학 성취도가 더 높았다고 봤다. 그러나 학생과 학교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함께 반영하면 이 관계가 유지되는 나라는 전체의 약 20% 수준으로 줄었다. 학교의 디지털 격차가 성취도와 관련은 있지만, 그 배경에는 가정의 자원과 학교의 기존 여건이 함께 얽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무 효과도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OECD는 PISA 2022에서 학교 학습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하루 1시간 이내로 사용하는 학생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생보다 수학 점수가 평균 14점 높았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 역시 과도한 사용이나 산만한 사용까지 정당화하는 수치는 아니다. OECD는 기술이 학습을 지원할 때에만 긍정적 관계가 나타난다고 해석했고, 별도로 수업 중 디지털 기기 때문에 산만해진다는 응답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원격수업 경험을 따져 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OECD 평균에서 학생 4명 중 3명 정도는 기기나 인터넷 접근 문제를 자주 겪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과제 이해와 자기주도 학습 동기에서는 큰 어려움이 남았다. 학교 폐쇄 기간에 원격학습 문제를 덜 겪은 학생일수록 수학 점수가 평균 8점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즉 접속 자체는 필요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 학습 이해와 지속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남은 격차는 교사와 수업 설계에 있다


한국은 국제 비교에서 무조건 뒤처진 사례로 읽히지 않는다. OECD의 한국 PISA 2022 국가 노트를 보면 원격학습 시기 과제 이해의 어려움을 주 1회 이상 겪었다는 학생 비율은 25%로 OECD 평균 34%보다 낮았고, 학교 과제를 도와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비율도 19%로 OECD 평균 24%보다 낮았다. 한국이 기본적인 연결성과 학습 지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교실 간 격차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다. OECD의 TALIS 2018 기반 분석을 보면 OECD 평균에서 중학교 교사 가운데 교원양성과정에서 ‘수업을 위한 ICT 활용’ 교육을 받은 비율은 56%에 그쳤고, 교육과정을 마칠 때 ICT 활용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43%였다. 한국은 교사들의 디지털 자기효능감 분포가 학교 간에 비교적 고르게 나타난 나라로 분류됐지만, 최근 5년 안에 양성과정을 마친 교사들 가운데서도 4분의 1을 넘는 이들이 초기 교원교육에서 ICT 활용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OECD는 적시했다. 계정과 단말기 보급이 늘어도 수업 설계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면 학교별 체감 격차가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검증 가능한 범위에서 말할 수 있는 결론은 단순하다. 교실 격차와 관련해 확인되는 성과는 ‘접속 가능한 기기와 인터넷, 이를 수업에 연결하는 교사 역량, 분명한 사용 규칙’이 함께 갖춰질 때 나타난다. 반대로 한계 역시 분명하다. 국제 비교 자료는 계정 보급만으로 성취 향상을 보장하지 않았고, 디지털 자원의 효과가 사회경제적 배경과 분리돼 작동한다고도 보여 주지 않았다. 한국의 AI 교육 정책이 학교별 격차를 줄이려면 보급 대수보다 네트워크 품질, 유지보수, 교사 연수, 학교 안 지원 인력을 같은 축에서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자료: OECD, PISA 2022 Results (Volume II): Learning During—and From—Disruption(2023); OECD, PISA 2022 Results (Volume V): Learning in the Digital World(2024); OECD, Mending the Education Divide: Getting Strong Teachers to the Schools That Need Them Most(2022); OECD, Shaping Digital Education: Enabling Factors for Quality, Equity and Efficiency(2023); OECD, PISA 2022 Results (Volume I and II) – Country Notes: Korea(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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