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명

초가공식품, 성분표만으로 가를 수 있나…NOVA 분류가 보는 것과 놓치는 것

초가공식품을 고를 때 소비자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영양성분표와 원재료명이다. 그러나 NOVA 분류로 말하는 초가공식품은 영양소 함량만으로도, 원재료명만으로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 원재료명은 중요한 단서이지만, NOVA가 실제로 보려는 것은 식품의 영양이 아니라 가공의 정도와 목적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6년 1월 갱신한 건강한 식생활 자료에서 건강한 식단의 바탕으로 비가공 또는 최소가공 식품을 제시하고, 지방·당·나트륨이 많은 고도로 가공된 식품 섭취 증가를 문제로 짚었다. 다만 WHO의 이 설명만으로 개별 제품이 초가공식품인지 판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분류에는 제품이 어떤 공정을 거쳤고, 어떤 성분이 어떤 기능으로 들어갔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NOVA는 영양이 아니라 가공의 목적을 묻는다


NOVA 분류는 2010년 처음 제안될 때부터 식품을 지방, 당, 단백질 같은 영양소 조합보다 산업적 가공의 범위와 목적에 따라 나누는 틀로 설계됐다. 이후 현재 널리 쓰이는 체계는 비가공·최소가공 식품, 가공 조리용 재료,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의 4그룹으로 정리됐다. 여기서 핵심은 같은 열량이나 같은 당 함량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다른 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몸에 덜 좋은 음식’의 동의어가 아니다. 여러 단계의 산업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즉석형 제형이면서, 가정 조리에서 거의 쓰지 않는 성분이나 맛·향·색·질감을 조정하는 첨가물이 특징적으로 들어가는 제품군을 뜻한다. 그래서 분류의 출발점부터 영양성분표보다 제조 방식과 조성의 구조를 더 중시한다.


원재료명은 가장 현실적인 단서지만, 판정 도구로는 불완전하다


그렇다고 성분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최근 NOVA 적용 논문들과 실무 지침은 원재료명에서 향료, 감미료, 유화제, 착색료, 증점제 같은 이른바 ‘감각적 기능’의 첨가물이나, 고과당시럽·말토덱스트린·분리대두단백 같은 가정 조리에 드문 성분이 보이면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포장식품을 판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원재료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확정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NOVA 적용을 체계화한 2021년 흐름도 연구는 일부 식품이 압출, 성형, 예비유탕, 가수분해, 수소첨가 같은 산업 공정을 거쳤는지가 분류의 근거가 되지만, 이런 정보가 라벨에 적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는 첨가물의 기능이 표시되지 않으면 법규나 유사 제품 정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포장 앞면과 뒷면만 보고 분류할 수 있는 범위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복합식품은 더 어렵다. 빵, 수프, 시리얼, 식물성 대체식품, 소스가 섞인 냉동식품처럼 여러 성분이 결합한 제품은 조리법과 배합 비율, 첨가물의 역할에 따라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세부 자료가 부족하면 분류 일치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양성분표로는 더 어렵다…같은 영양값이어도 결과가 같지 않을 수 있다


영양성분표만으로 초가공식품을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는 더 분명하다. 영양성분표는 열량, 당류, 지방, 나트륨 같은 결과값을 보여주지만, 그 값이 어떤 공정과 조합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설탕·지방·나트륨이 높으면 건강상 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곧 NOVA의 초가공 여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임상시험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의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초가공식품 위주 식단과 비가공 식단을 열량, 당, 지방, 나트륨, 식이섬유 기준으로 맞춰 제공했는데도 참가자들은 초가공 식단에서 하루 평균 약 500킬로칼로리를 더 먹었고 2주 동안 체중이 늘었다. 영양소 수치가 비슷해도 가공 수준이 다른 식단에서 섭취 행동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영양성분표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공도의 차이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소비자가 성분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실제 구매 단계에서 원재료명은 여전히 유용하다. 원재료 수가 많고, 가정에서 거의 쓰지 않는 당류·단백 분리물·변성전분류가 들어가며, 향료·착색료·유화제·감미료·증점제 같은 첨가물이 반복해서 보인다면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대로 원재료가 적고 식품 자체와 소금·설탕·기름 정도로 끝나는 경우는 가공식품이거나 최소가공 식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성분표가 보여주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어떤 공정이 적용됐는지, 첨가물이 보존용인지 질감 조정용인지, 원래 식품의 구조가 얼마나 해체됐는지, 같은 제품군 안에서 제조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는 라벨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성분표는 ‘1차 선별 도구’로는 쓸 수 있어도, NOVA 분류의 완전한 대체물로 보기는 힘들다.

결국 질문의 답은 단순하지 않다. 초가공식품은 성분표만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성분표만으로 항상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NOVA 분류는 영양성분표가 보여주는 숫자보다 더 넓은 정보를 요구하고, 원재료명은 그 가운데 가장 실용적인 단서일 뿐 최종 판정표는 아니다.

자료: 세계보건기구, Healthy diet(2026.1.26); Monteiro CA 외, A new classification of foods based on the extent and purpose of their processing(2010); David MBP 외, Decision flowchart for food classification by the extension and purpose of industrial processing: update and practical application(2021); Srour B 외, Machine learning prediction of the degree of food processing(2023); 미국 국립보건원, Eating highly processed foods linked to weight gain(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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