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탄소중립’ 광고가 법정에서 따지는 것…문구보다 중요한 건 예외, 상쇄, 실제 이행 근거다

기업의 ‘탄소중립’ 광고가 소송으로 이어질 때 법정이 먼저 보는 것은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그 문구가 무엇을 약속하는지, 그 약속을 뒷받침할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다. 최근 기후소송의 흐름에서도 기업을 상대로 한 사건 가운데 가장 흔한 축은 이른바 ‘기후워싱’ 또는 그린워싱 사건으로 분류된다. 다만 법원이 곧바로 기업의 기후전략 전체를 심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쟁점은 대개 광고 문구의 범위, 예외의 숨김 여부, 상쇄 사용 방식, 그리고 목표 달성 경로의 설명 수준으로 좁혀진다.

런던정경대 그랜섬연구소의 2026년 기후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만 새 기후소송 249건이 제기돼 1986년 이후 누적 사건 수는 3600건을 넘었다. 이 보고서는 기업 관련 사건 가운데 기후워싱 사건이 가장 흔한 유형이라고 정리했다. 같은 보고서는 2025년 한 해에만 에너지·금융·운송·부동산·소비재 분야 기업을 상대로 한 전략적 사건이 50건 넘게 제기됐다고 적었다. 기업의 홍보 문구가 더 이상 주변 쟁점이 아니라 본안 분쟁의 중심으로 올라와 있다는 뜻이다.


문제가 되는 문구는 대체로 네 가지다


첫째는 ‘친환경’, ‘지속가능’, ‘탄소중립’처럼 범위가 넓은데 설명은 좁은 문구다. 이런 표현은 소비자나 투자자에게 전체 기업 또는 상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까지 개선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근거가 일부 사업, 일부 공정, 일부 자산에만 해당한다면 문구가 만든 전체 인상과 자료의 범위가 어긋난다.

둘째는 절대적 표현이다.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배제한다’, ‘없다’, ‘완전히 중립’ 같은 문구는 예외가 조금만 드러나도 곧바로 취약해진다. 광고주는 흔히 세부 기준서나 내부 정책에 예외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원과 규제기관은 대체로 소비자가 광고 본문만 보고 받는 전체 인상을 중시한다. 나중에 긴 문서의 단서조항을 내세워 처음의 강한 인상을 고치기는 어렵다.

셋째는 상쇄를 감축처럼 말하는 표현이다. 실제 배출은 그대로 두고 탄소크레디트 구매나 외부 사업 참여로 ‘중립’을 선언하는 경우가 여기에 들어간다. 이때 법적 위험은 두 갈래다. 우선 상쇄를 썼다는 사실을 감추거나 희미하게 쓰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상쇄가 배출 감축과 같은 뜻인 것처럼 전달되면, 어떤 종류의 크레디트를 썼는지와 별개로 표현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

넷째는 미래 목표를 현재 성과처럼 말하는 방식이다. ‘2050 넷제로’는 그 자체만으로 위법한 문구가 아니다. 그러나 언제, 무엇을, 어떤 기준연도로, 어떤 배출 범위에서, 어떤 수단으로 줄일지 설명이 없으면 법적으로는 장래 사실에 관한 표현으로 다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중간 경로와 측정 방식이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실제 사건은 문구와 자산·실적의 불일치를 겨냥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ASIC가 최근 몇 년간 낸 그린워싱 사건들은 무엇이 실제로 문제 되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연방법원은 머서 슈퍼애뉴에이션 사건에서 해당 상품이 ‘지속가능성에 깊이 헌신한’ 가입자에게 적합하며 탄소집약적 화석연료 기업 등을 배제한다고 홍보한 점을 문제 삼았고, 법원은 1130만 호주달러의 벌금을 명령했다. 쟁점은 ‘좋은 의도’가 아니라 홍보 문구와 실제 투자 구성이 일치했는지였다.

같은 해 뱅가드 사건에서도 핵심은 비슷했다. 회사는 특정 채권 펀드에 화석연료 등 업종에 대한 ESG 배제 스크린이 적용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지수와 펀드 내 상당 비중의 증권 발행인이 그 기준에 따라 조사되거나 걸러지지 않았다고 ASIC는 밝혔다. 법원은 이 허위·오해 유발 표현을 인정했고, 이후 1290만 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스크리닝이 적용된다’는 한 문장이 실제 심사 체계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쓰일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드러난 사례다.

액티브 슈퍼 사건은 더 직설적이다. 이 회사는 도박, 석탄 채굴, 오일샌드, 러시아 관련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홍보했지만, 법원은 2021년 2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직접 또는 간접 투자 형태로 해당 자산을 보유했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No Way’, ‘eliminate’, ‘not invest’ 같은 단정적 표현이 별도의 정책 문서로 자동 보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광고 문구를 읽고 받는 인상과 실제 보유 자산 사이에 틈이 있으면, 그 틈 자체가 쟁점이 된다는 의미다.


‘탄소중립’의 약점은 상쇄를 어디까지 숨기느냐에 있다


기업의 탄소중립 광고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어려움은 배출 감축과 상쇄를 한 문장에 뒤섞는 방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4년 설명자료에서 기후 관련 기업 주장, 예컨대 ‘넷제로’나 ‘탄소중립’ 같은 표현은 과학적 근거와 생애주기 관점, 명확하고 투명한 설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특히 이런 주장을 입증하려면 배출량 정보와 오프셋 정보를 분리해 보고하고, 오프셋이 배출 감축인지 탄소제거인지도 구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같은 집행위 자료는 더 나아가 상품 수준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2026년 9월 27일부터 적용되는 새 규칙 아래에서는 탄소상쇄에 근거한 상품 관련 주장 자체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집행위는 안내했다. 이미 2024년 공지에서도 ‘green’이나 ‘environmentally friendly’ 같은 막연한 환경 주장은 입증하지 못하면 금지된다고 밝혔고, 회원국은 2026년 3월 27일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옮기도록 했다. 즉 앞으로는 ‘이 상품은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이 특히 더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는 상쇄가 곧바로 불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법적 판단의 초점이 ‘상쇄를 썼는가’에서 ‘상쇄를 감축처럼 광고했는가’, ‘소비자가 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오해하게 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차원의 장기 전환 계획과 특정 상품·서비스의 현재 환경성을 같은 문장으로 묶을수록 위험은 커진다.


법정에서 끝까지 남는 증거는 감축 실적, 경계선, 예외 조항이다


그린워싱 사건에서 유용한 증거는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기준연도와 비교연도가 분명한 실제 배출량 자료다. ‘2019년 대비 30% 감축’ 같은 문구가 있으면, 총배출량인지 순배출량인지, 스코프 1·2·3 가운데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 효과가 섞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둘째, 광고 문구가 가리키는 대상의 경계선이다. 기업 전체인지, 특정 브랜드인지, 특정 노선이나 제품군인지가 불분명하면 소송에서 공격받기 쉽다.

셋째, 예외와 간접 노출이다. 투자상품에서는 직접 보유만 배제하고 ETF나 외부펀드를 통한 간접 보유는 남겨두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물기업에서도 해외 자회사, 위탁생산, 공급망 배출, 일부 지역 사업장 같은 예외가 쟁점이 된다. 광고 본문이 강할수록 예외는 더 앞에, 더 쉽게 보이게 설명돼야 한다.

넷째, 미래 목표의 실행 문서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중간 목표, 투자 계획, 감축 수단, 기술 가정, 외부 검증, 이사회 승인 기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호주 ASIC의 가이드라인도 넷제로 같은 장래 목표를 제시할 때는 언제 어떻게 달성할지, 어떤 가정에 기대는지, 어떻게 측정할지를 분명히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목표가 미래에 관한 표현일수록 ‘합리적 근거’가 사실상 핵심 증거가 된다.


기후소송의 의미는 판결문보다 이행 단계에서 갈린다


그린워싱 소송은 광고 한 줄의 진위를 따지는 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전환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실행했는지를 묻는 절차가 되기 쉽다. 다만 소송에서 일부 문구가 문제 됐다고 해서 곧바로 산업 전반의 감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LSE 보고서도 기후친화적 판결이 자동으로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이행에는 지속적인 정치적·법적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이 점은 낯설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탄소중립기본법 사건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수치 자체만으로는 위헌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정량적 기준이 없는 구조는 미래에 부담을 넘기는 방식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목표의 존재 여부보다도 그 목표가 중간 경로와 실효적 장치를 갖췄는지였다. 기업 광고에서도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있는가보다, 그 말 뒤에 시간표와 실행 장치가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리하면, 기업의 탄소중립 광고가 법정으로 갈 때 실제로 문제가 되는 문구는 과장된 한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가 숨긴 범위와 예외다. 감축 실적이 상쇄와 뒤섞였는지, 현재 성과와 미래 계획이 구분돼 있는지, 광고의 강한 표현을 실제 자산·배출 자료가 받쳐주는지가 판단의 중심이다. 독자가 이런 광고를 볼 때도 확인할 기준은 비슷하다. 무엇을 줄였는지,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상쇄는 얼마나 썼는지, 달성 경로는 공개돼 있는지다. 그 네 가지 질문에 답이 없으면 ‘탄소중립’은 비전이라기보다 분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자료: 헌법재판소,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 최근 주요결정(2024.8.29.);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Grantham Research Institute, 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2026 snapshot(2026.6.25.);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 How to avoid greenwashing when offering or promoting sustainability-related products INFO 271(2026.3.5. 업데이트);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 ASIC’s first greenwashing case results in landmark $11.3 million penalty for Mercer(2024.8.2.);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 ASIC wins first greenwashing civil penalty action against Vanguard(2024.3.28.);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 ASIC’s Vanguard greenwashing action results in record $12.9 million penalty(2024.9.18.); 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 Court finds Active Super made misleading ESG claims in a greenwashing action brought by ASIC(2024.6.5.); European Commission, Green claims(2026.10.14. 기준 열람); European Commission Directorate-General for Energy, New EU rules to empower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enter into force(2024.3.27.); European Commission Directorate-General for Climate Action, Questions and Answers on how the Carbon Removals and Carbon Farming Regulation relates to existing EU law(2024.4.5.)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