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후과학·우주

화산은 잦아들었는데 공항은 왜 계속 닫혔나…아낙크라카타우 화산재의 위험

-인도네시아 8개 공항 한때 폐쇄…화산재 최고 5만피트까지 관측

-분화 약해져도 바람 따라 재확산 가능…SIGMET·위성·현장 검사 거쳐 운항 재개

인도네시아 아낙크라카타우 화산 분화로 자카르타를 비롯한 자바·수마트라 지역의 항공망이 큰 혼란을 겪었다. 분화 강도가 낮아진 뒤에도 공항이 곧바로 문을 열지 못하면서 화산 활동과 항공 운항 재개의 기준이 서로 다른 이유에도 관심이 쏠렸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에 따르면 7일 오전까지 화산재 영향으로 8개 공항이 임시 폐쇄됐다. BMKG는 첫 분화가 시작된 4일 이후 39건의 항공기상특보인 SIGMET을 발행했으며, 화산재는 한때 최고 5만피트, 약 15.2㎞ 높이까지 관측됐다.

8일에는 상황이 일부 호전됐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과 할림페르다나쿠수마공항, 반둥 후세인사스트라네가라공항 등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람풍의 일부 공항은 추가 확인을 거치며 재개 시점이 늦어졌다. 분화가 약해지는 것과 항공기가 안전하게 날 수 있다는 판단 사이에 별도의 검증 과정이 있다는 의미다.


화산재는 단순한 ‘먼지구름’이 아니다


항공기 입장에서 화산재는 일반적인 구름이나 미세먼지와 성격이 다르다. 화산재는 폭발 과정에서 잘게 부서진 암석과 광물, 유리질 입자로 이뤄진다. 입자 크기가 작아 눈으로는 연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항공기 엔진과 센서, 외부 표면에 물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제트엔진이 화산재를 흡입하면 문제가 커진다. 고온의 연소실로 들어간 화산재 일부가 녹았다가 온도가 낮은 터빈 부위에서 다시 굳으면서 공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엔진 출력 저하나 정지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기체 앞유리나 외부 센서에 화산재가 충돌하면 마모와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속도와 고도 등을 측정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조종사가 실제 비행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산재 구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공역은 분화가 잦아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정상 항로로 돌리지 않는다.


분화가 멈춰도 하늘의 화산재는 남는다


화산과 공항 운영을 바라볼 때 가장 흔한 오해는 화산 활동이 약해지면 항공 운항도 곧 정상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화산이 재를 새로 뿜지 않더라도 이미 대기 중으로 올라간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수백㎞ 이동할 수 있다. 고도별 바람 방향과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지상에서 화산재가 거의 보이지 않아도 높은 고도의 항공로에는 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BMKG는 7일 오전 분석에서 지상부터 약 1만5000피트 고도까지의 화산재가 서쪽과 남서쪽, 북서쪽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5만피트까지 올라간 화산재는 람풍·벤쿨루·반텐 서쪽과 남서쪽의 인도양 방향으로 더 멀리 이동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결국 공항 재개 여부는 화산 분화 강도 하나가 아니라 화산재가 어느 고도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바람이 바뀌면 안전했던 공항도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인도네시아 당국이 공항 재개에 신중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람이었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7일 공항 폐쇄를 연장하면서 화산재 확산 방향이 계속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산재가 한동안 공항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더라도 풍향이 바뀌면 다시 공항이나 항공로 쪽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6일에는 화산재가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이후 일부 고도에서 동쪽으로 방향이 바뀌는 상황도 관측됐다. 교통부는 이런 변화 때문에 화산재 양이 감소하는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지 지속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공 운항에서 화산재 위험은 현재 위치뿐 아니라 앞으로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까지 포함하는 문제다.


SIGMET 39건은 항공기에 보내는 위험 경보다


BMKG가 이번 분화 이후 39건을 발행한 SIGMET은 항공 운항에 중요한 기상정보다.

SIGMET은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기상현상을 알리는 국제 항공기상정보다. 강한 난류나 뇌우뿐 아니라 화산재처럼 항공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도 대상이 된다.

7일 오전 발행된 SIGMET에서는 화산재가 약 1만5000피트까지 관측됐고 시속 약 15노트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BMKG는 위성영상과 지상관측을 함께 사용해 화산재 이동을 계속 갱신했다.

항공사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을 취소하고, 항공당국은 공항을 폐쇄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공항 폐쇄는 활주로에 재가 많이 쌓였는지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공항 주변 상공과 항로의 위험까지 포함한다.


위성으로 보고 현장에서는 ‘종이 검사’까지 한다


화산재가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에는 위성관측과 지상검사가 함께 사용된다.

이번 아낙크라카타우 분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당국은 위성자료와 기상관측뿐 아니라 이른바 ‘페이퍼 테스트’도 실시했다. 공항 주변에 화산재가 실제로 떨어지고 있는지를 종이 표면 등을 이용해 현장에서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피해 가능성이 있는 공항에서 약 30분 간격으로 페이퍼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공항에서는 7일 여러 차례 연속으로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지만 당국은 즉시 공항을 열지 않았다. 다른 기상자료와 항공 안전조건까지 추가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상에 화산재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행경로 전체가 안전하다는 판단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음성 판정이 나와도 바로 비행기를 띄우지 않은 이유


수카르노하타공항에서는 7일 네 차례 연속 현장검사에서 화산재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당국은 공항을 곧바로 열지 않았다.

화산재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공항 시설과 항공기 자체도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활주로와 유도로, 항공기 외부에 남은 화산재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청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항공기 운항은 한 번 재개하면 수십 대의 항공기가 연속해서 이착륙한다. 재개 뒤 다시 공항을 닫으면 공중에 떠 있는 항공기와 대체공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당국이 일시적인 관측값보다 여러 차례의 반복 검사와 기상 예측을 중시하는 이유다.


8개 공항 폐쇄가 항공망 전체로 번진 이유


이번 사태는 화산에서 가까운 소규모 공항 몇 곳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최대 국제관문인 수카르노하타공항과 자카르타 도심의 할림페르다나쿠수마공항이 함께 영향을 받았다. 람풍과 반둥 등 주변 지역 공항도 폐쇄되면서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에서 대규모 운항 차질이 발생했다.

AP는 이번 사태로 약 3000편에 가까운 항공편이 영향을 받고 약 34만1000명의 승객이 차질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8일 자카르타 주요 공항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일부 공항은 안전 확인이 계속됐다.

대형 허브공항이 폐쇄되면 해당 공항을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편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연결편과 승무원 운용, 항공기 배치까지 함께 꼬이면서 다른 나라 노선에도 영향이 번진다.


공항을 다시 연다고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공항 재개와 항공편 정상화도 구분해야 한다.

교통당국이 활주로와 공역을 안전하다고 판단해 공항을 다시 열더라도 이전에 취소된 항공편과 지연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운항 일정은 상당 시간 불안정할 수 있다.

항공기는 원래 예정된 공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대기하고 있을 수 있고 승무원의 근무시간 제한 때문에 당장 운항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연결편을 놓친 승객을 다시 배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따라서 8일 수카르노하타 등 주요 공항이 재개됐다는 사실이 모든 항공편이 즉시 원래 일정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 당국도 승객들에게 출발 전에 항공사에서 최신 운항상태를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아낙크라카타우는 아직 활동이 끝난 것이 아니다


공항이 다시 열렸지만 화산 활동 자체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AP에 따르면 25시간가량 이어진 강한 분화 활동은 일요일을 지나며 약해졌지만 8일에도 추가 분화가 관측됐다. 화산의 경보 수준도 인도네시아 체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단계가 유지됐고 분화구 반경 3㎞ 이내 접근 제한도 계속됐다.

이는 항공당국이 화산의 완전한 정지를 기다린 뒤 공항을 여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화산재 이동과 공항·항로 상황을 분석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할 때 운항을 재개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화산이 다시 강하게 분화하거나 풍향이 바뀌면 추가 운항 제한이 내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화산재 대응은 재난예보와 항공운항이 만나는 영역이다


이번 아낙크라카타우 사태는 화산재 대응이 단순한 화산 관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화산관측기관은 분화 규모와 분화구 상태를 확인한다. 기상기관은 화산재가 어느 고도에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분석한다. 항공기상 당국은 SIGMET을 발행하고 공항과 항공사는 실제 운항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에 위성영상과 풍향·풍속 예측, 지상 화산재 검사, 활주로 청소, 항공기 점검이 연결된다.

화산 폭발 장면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날 수 있지만 안전한 항공운항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은 훨씬 길어질 수 있는 이유다.

아낙크라카타우 분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화산재가 덜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공항을 열지 않았고 반복된 현장검사와 위성관측, 바람 변화까지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항공 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화산이 조용해졌느냐가 아니라 항공기가 지나갈 공기와 활주로가 실제로 안전해졌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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