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폭발도 AI로 예측한다…서울에 모인 25개국, 우주날씨 공동대응 논의
-7~11일 서울서 UN·우주항공청 공동 ISWI 개최…25개국 200여 명 참여
-AI는 태양 활동 패턴을 더 빨리 읽지만 관측 사각·오경보 한계 여전
-위성·GPS·항공·전력망 피해 줄이려면 국제 데이터 공유와 예·경보 연계가 핵심
태양에서 일어나는 폭발은 지구에서 수천만㎞ 떨어진 우주의 일이지만 피해는 지상에서 나타난다. 위성 통신과 GPS가 흔들리고 항공기의 고주파 통신이 약해질 수 있으며, 강한 지자기폭풍은 전력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은 태양 활동을 지상의 태풍처럼 관측하고 예측하는 ‘우주기상’ 체계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대량의 태양 관측자료에서 사람이 놓치기 쉬운 패턴을 찾아 태양 흑점이나 폭발 가능성을 더 일찍 경고하는 방식이다.
우주항공청과 국제연합(UN)은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26 국제우주환경학술행사(ISWI)’를 공동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AI를 활용한 우주환경 국제협력 및 역량 증진’이다. 미국 NASA·NOAA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중국 국립우주과학센터 등을 포함해 25여 개국에서 2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에서 열리는 UN 차원의 첫 우주환경 분야 국제행사라고 밝혔다.
‘우주날씨’는 왜 지구의 문제가 됐나
우주기상은 태양 활동이 지구 주변 우주환경에 일으키는 변화를 뜻한다. 대표적인 현상이 태양플레어와 코로나질량방출(CME), 태양 고에너지입자다.
태양플레어는 강한 전자기복사를 방출한다. 지구를 향해 발생하면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에 지구의 낮 지역 전리층에 거의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때 항공과 선박 등이 사용하는 고주파 통신이나 일부 항법 신호가 약해질 수 있다.
태양 고에너지입자는 빠르면 수십 분 안에 지구 주변에 도달한다. 위성 전자장비에 오류를 일으키거나 우주비행사의 방사선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CME는 훨씬 느리다. 태양에서 대량의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방출돼 지구에 도달하는 데 통상 수십 시간이 걸린다. NOAA는 CME가 지구에 영향을 줄 경우 약 30~72시간 뒤 강한 지자기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시간 차이가 우주기상 예보에서 중요하다. 어떤 현상은 이미 발생한 뒤 몇 분 안에 영향을 주지만, 어떤 현상은 하루 이상 앞서 대비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위성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우주기상이라는 이름 때문에 피해가 위성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영향 범위는 훨씬 넓다.
NOAA에 따르면 강한 태양플레어는 지구의 낮 지역에서 고주파 무선통신을 약화시키거나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태양 고에너지입자는 위성 전자장비의 오작동과 고위도 무선통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지자기폭풍은 GPS·GNSS 정확도에도 영향을 준다. 지구 상층 대기의 전리층이 불규칙해지면서 위성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전파의 경로가 변하기 때문이다. 위치정보의 오차가 커지면 항공과 선박, 측량, 정밀농업 등 위성항법에 의존하는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망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 자기장이 빠르게 변하면 긴 송전선에 유도전류가 발생할 수 있다. 강도가 크면 변압기와 전력망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우주기상이 과학자만의 연구대상이 아니라 국가 기반시설 관리 문제가 된 이유다.
AI는 무엇을 먼저 찾아내나
기존 우주기상 예측에서는 연구자와 예보관이 태양 표면의 흑점과 자기장 구조, X선·자외선 관측자료를 지속적으로 살핀다. 특히 이미 태양 표면에 나타난 활동영역의 크기와 자기장 복잡성을 분석해 태양플레어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AI는 이 과정에서 사람이 일일이 비교하기 어려운 대량의 시계열 자료를 빠르게 처리한다.
NASA는 지난 8월 머신러닝을 이용해 태양 표면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활동영역을 최대 12시간 전에 예측하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AI는 태양 내부의 음향 활동과 자기장 데이터에서 아주 미세한 변화를 찾아 활동영역이 표면으로 등장하기 전의 징후를 식별한다.
현재 실제 예보기관은 태양 표면에 이미 나타난 활동영역을 분석해 플레어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한다. AI가 활동영역 자체의 출현을 몇 시간 일찍 파악할 수 있다면 예보 시작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12시간 앞선 활동영역 예측’이 곧 ‘태양폭발을 12시간 전에 정확히 맞힌다’는 뜻은 아니다. 활동영역이 만들어졌다고 반드시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예보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모든 폭발을 맞히지는 못한다
AI 우주기상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도다.
태양 활동은 서로 다른 물리적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같은 형태의 흑점이라도 강한 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무 일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AI는 과거 관측자료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는 데 강하지만 학습하지 못한 유형의 태양 활동이 나타날 경우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 큰 폭발 자체가 평상시보다 훨씬 드물다는 점도 문제다.
AI 학습자료 대부분은 비교적 평온한 상황이고 실제로 가장 중요한 극단적인 우주기상 사건은 데이터가 적다. 이 때문에 모델이 전체 정확도는 높더라도 드문 대형 폭발을 놓치거나 반대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오경보가 발생할 수 있다.
NASA 역시 AI 기반 우주기상 모델을 연구하는 목적을 즉시 기존 예보관을 대체하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향후 운영예보로 연결할 수 있는 보조수단을 만드는 단계다.
오경보도 비용이 든다
우주기상 예보에서 ‘위험할 수 있으니 일단 경보를 많이 내자’는 방식도 정답은 아니다.
강한 태양 활동 경보가 나오면 위성 운영기관은 민감한 작업을 연기하거나 위성을 안전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항공사는 고위도 항로를 변경할 수 있고 전력회사는 송전망 상태를 더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다.
이런 조치는 피해를 예방하지만 비용도 발생한다.
따라서 경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경제적 비용과 업무 부담이 커지고, 반복된 오경보는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경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AI가 좋은 예측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적중률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놓친 위험’과 ‘잘못 울린 경보’를 함께 줄여야 한다.
태양폭발 이후에도 예측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
태양플레어가 관측됐다고 우주기상 예측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특히 CME가 발생하면 실제로 지구를 향하고 있는지,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언제 도착하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지구에 도달했을 때 CME 내부 자기장의 방향도 지자기폭풍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약 1억5000만㎞를 이동하는 동안 CME의 속도와 형태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도착시간 예측에도 오차가 생긴다.
반대로 태양플레어의 X선과 극자외선은 빛의 속도로 도달한다. 이미 지구에서 관측할 때는 영향도 거의 동시에 시작된다.
결국 AI를 통한 우주기상 예측은 하나의 ‘폭발 예측’이 아니라 활동영역 발생, 플레어 가능성, CME 발생과 방향, 지구 도착시각, 지자기폭풍 강도를 각각 예측하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봐야 한다.
관측자료가 많을수록 AI도 강해진다
AI 우주기상 예측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태양을 관측하는 위성은 자기장과 X선, 자외선, 코로나 영상을 수집한다. 지구 주변에서는 태양풍의 속도와 밀도, 자기장을 측정하고 지상에서는 자기장 관측소와 전리층 관측망 등이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 자료가 장기간 연속적으로 쌓여야 AI도 정상 상황과 위험 상황의 차이를 학습할 수 있다.
문제는 한 국가가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태양을 관측하는 위성과 지구 자기장을 측정하는 장비는 여러 국가와 기관이 운영한다. 장비의 위치와 관측 방식도 서로 다르다.
NOAA가 현재 행성 K지수를 계산할 때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영국·독일·호주 등 여러 나라 지상 자기장 관측자료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 우주환경센터의 자료 역시 국제관측망의 일부로 활용된다.
그래서 서울 회의의 핵심도 ‘AI’보다 국제공조다
이번 서울 ISWI 행사의 주제에는 AI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실제 중요한 문제는 국제협력이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행사에는 약 25개국 200여 명이 참여하며 AI 기반 우주환경 예측기술을 포함한 분야별 세션과 포스터 발표가 진행된다.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지상관측기기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실습도 마련됐다.
한국은 이번 행사에서 ‘제3차 우주재난 관리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구축한 국내 우주환경 예·경보 시스템과 연구 성과를 실제 예보업무에 연결하기 위한 연구-운영 협력체계도 소개할 계획이다.
과학자가 개발한 AI 모델이 논문 속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과 국가 예·경보 체계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데이터가 끊기거나 센서가 고장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모델의 경보를 예보관이 어떻게 검증할지, 결과를 위성·항공·전력기관에 어떤 단계로 전달할지까지 정해야 한다.
AI 예보의 최종 목적은 ‘맞히는 것’보다 대비시간을 버는 것
우주기상 예측에서 AI의 가치는 숫자 하나를 정확하게 맞히는 데만 있지 않다.
위성 운영자가 민감한 작업을 중단할 시간을 벌고, 항공사가 통신 장애 가능성이 높은 항로를 검토하고, 전력회사가 지자기 유도전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보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태양 고에너지입자는 수십 분 안에도 도달할 수 있고 CME는 수십 시간에 걸쳐 지구로 이동한다. 현상마다 대응 가능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이 몇 시간 빨라지는 것만으로도 실제 운영에서는 의미가 클 수 있다.
특히 위성과 GPS, 전력망, 항공기 운항처럼 사회가 우주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우주기상 예보의 가치도 커진다.
AI는 이 과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관측망이 부족하거나 국가 간 데이터 공유가 끊기면 AI 역시 충분한 판단 근거를 얻기 어렵다.
우주날씨 예측도 결국 ‘관측-AI-사람’의 결합이다
태풍 예보가 위성영상과 수치모델, 예보관 판단을 결합하듯 우주기상도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태양관측 위성과 지상관측망이 데이터를 모으고 AI와 물리모델이 위험 가능성을 계산한 뒤 예보관이 여러 결과를 비교해 경보를 결정하는 구조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믿고 어느 단계에서 경보를 내릴지 판단하는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번 서울 국제행사가 AI 기술 자체와 함께 오경보와 관측자료 공유, 연구결과의 실제 예보 전환을 주요 논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양폭발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 그러나 활동영역이 나타나기 전의 미세한 신호를 AI가 몇 시간 일찍 읽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의 관측망과 데이터가 연결되면서 대비시간을 늘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우주기상 예측의 경쟁력은 앞으로 AI 모델 하나의 성능보다 얼마나 많은 관측자료를 안정적으로 공유하고 그 결과를 위성·항공·통신·전력망의 실제 대응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