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C의 항산화 변화가 만성질환 예방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비타민 C는 사람 몸에서 항산화 기능을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효과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식이보충제국이 정리한 전문가용 자료를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 다수에서 비타민 C 보충이 심혈관 사건이나 암 발생 위험을 뚜렷하게 낮추지 못했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인 ‘산화스트레스 지표가 좋아지면 심혈관 사건도 줄어드느냐’에 대한 현재의 답은, 둘을 같은 결과로 보면 안 된다는 쪽에 가깝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연구가 측정하는 결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산화스트레스 지표, 염증 수치, 혈관 내피 기능 같은 값은 중간 단계의 생체표지자다. 반면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암 발생처럼 환자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결과는 임상 종말점이다. 전자가 일부 좋아졌다고 해서 후자가 반드시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 C 연구는 바로 이 간극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생체표지자와 임상 종말점은 다른 질문이다
비타민 C 단독 보충의 중간지표 개선 가능성은 일부 연구에서 관찰됐다. 무작위 대조시험들을 묶은 메타분석에서는 성인 참가자 44개 임상시험을 종합했을 때 혈관 내피 기능 개선 신호가 보고됐다. 다만 이런 연구는 대체로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으며, 참가자의 기저 영양상태나 질환 위험도에 따라 결과 차이가 컸다. 즉 ‘몸속 산화 손상을 줄일 수 있는가’와 ‘몇 년 뒤 심근경색을 막는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반대로 임상 종말점을 본 대형 시험에서는 결과가 냉정했다. 남성 의사 1만464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에서는 비타민 C 500mg을 매일 8년가량 복용해도 주요 심혈관 사건이 줄지 않았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위험요인이 많은 40세 이상 여성 8171명을 평균 9.4년 추적한 시험에서도 비타민 C 500mg은 전체 심혈관 사건에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항산화 비타민 복합제를 쓴 다른 대규모 시험들에서도 허혈성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암 예방 근거도 비슷하다. 미국 식이보충제국은 관찰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대부분의 무작위 임상시험은 비타민 C 단독 또는 다른 영양소와 함께 쓴 보충제가 암 위험을 낮춘다는 결론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정리한다. 프랑스 성인 1만3017명을 대상으로 한 SU.VI.MAX 연구에서는 복합 항산화제를 썼을 때 남성에서만 일부 신호가 있었지만 여성에서는 그렇지 않았고, 애초에 비타민 C 단독 효과를 떼어 말하기도 어렵다. 반면 남성 의사 대상 연구와 여성 고위험군 연구에서는 500mg 비타민 C 보충이 전체 암이나 특정 암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
관찰연구와 임상시험이 엇갈리는 이유도 있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은 흡연, 운동, 체중, 소득, 전반적 식생활 같은 다른 건강 요인도 함께 다를 수 있어 비타민 C 자체의 효과만 분리하기 어렵다. 또 사람의 혈장과 조직 내 비타민 C 농도는 엄격하게 조절돼 하루 섭취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올려도 농도 증가 폭이 크지 않다. 전문가 자료는 하루 100mg 이상에서 세포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200mg 이상에서는 혈장 농도가 소폭만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이미 결핍이 아닌 사람에게 메가도스를 더해도 임상적으로 큰 차이가 안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용 경로를 섞어 말하는 것도 주의할 대목이다. 경구 비타민 C 보충과 정맥 비타민 C는 체내 도달 농도부터 다르다. 정맥 투여는 훨씬 높은 혈중 농도를 만들 수 있어 주로 암 치료 보조 연구에서 따로 다뤄지지만, 그것이 건강한 사람의 만성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는 아니다. 예방, 치료 보조, 피로 개선, 실험실 수치 변화는 각각 다른 질문으로 봐야 한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도 이런 이유로 일반 성인의 심혈관질환·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 E나 베타카로틴처럼 일부 보충제는 권고하지 않았고, 비타민 C를 포함한 단일 또는 소수 영양소 보충제에 대해서는 이득과 위해의 균형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는 ‘효과가 확실하다’는 뜻도,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뜻도 아니다. 현재까지는 항산화라는 생물학적 가능성과 실제 질병 예방 효과 사이에 아직 메워지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메가도스가 늘 안전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 자료에 따르면 비타민 C는 전반적으로 독성이 낮지만, 고용량에서는 설사, 메스꺼움, 복부 경련 같은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상한섭취량은 하루 2000mg으로 제시돼 있으며, 신장질환이나 고옥살산뇨, 철 과다 축적 위험이 있는 사람은 더 신중한 구분이 필요하다. 만성질환 예방을 기대하고 수치를 올리는 것과 개인의 결핍 교정, 질환 치료 중 보조 사용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근거를 종합하면, 비타민 C의 항산화 작용은 생화학적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만성질환 예방의 임상적 증거를 뜻하지는 않는다. 독자가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수치가 바뀌었는가’보다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오래, 어떤 용량과 비교군으로 시험했을 때 심근경색·뇌졸중·암 발생이 줄었는가’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대형 무작위시험이 메가도스 비타민 C의 뚜렷한 예방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