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사 초안을 써도 정정보도 책임은 사람 몫…보도 업무에서 남는 인간의 고유 책임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사 초안, 요약, 전사 같은 반복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는 단계에 들어섰지만, 보도 업무에서 끝내 자동화되기 어려운 핵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구의 말을 기사에 실을지 고르고,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상충하는 주장을 검증해 공익성과 인격권 침해 위험을 함께 판단하며, 오보가 났을 때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는 일이다. 2025년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와 국내 언론 윤리·법제를 함께 보면, 언론 일은 ‘직업 전체의 소멸’보다 ‘과업의 분해와 재배치’에 더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ILO는 2025년 5월 발표한 직무 노출 연구에서 생성형 AI의 영향이 직업의 일괄 대체보다 과업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전 세계 노동자의 4명 중 1명이 일정 수준의 생성형 AI 노출이 있는 직업에 속한다고 추정했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직업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여러 과업으로 구성돼 있어 가장 가능성 높은 변화는 ‘직무 변형’이라고 적었다. 사무직이 가장 높은 노출도를 보였고, 디지털화가 강한 전문·기술직의 노출도도 커졌다는 점은 기사 초안 작성이나 문서 정리처럼 언론 현장의 일부 작업도 자동화 압력을 받는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초안 작성은 빨라져도, 취재 판단과 검증은 분리되지 않았다
실제 뉴스룸의 공식 지침도 이런 구분을 분명히 하고 있다. AP는 생성형 AI 관련 기준에서 AI를 발행 가능한 기사 작성 도구로 보지 않고, 공개 가능한 정보로 쓰려면 편집 판단과 취재원 검증 기준을 다시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026년 7월 갱신한 기준에서도 AI가 초기 조사, 문서 요약, 전사, 번역, 제목 제안, 맞춤법 교정 등을 도울 수는 있지만, 편집 판단·검증·책임은 AP 기자의 몫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기준을 보도 업무에 그대로 대입하면 자동화가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이 갈린다. 회의록 전사, 긴 보고서 요약, 기사 구조 초안, 검색 보조는 AI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익명 제보의 신빙성을 가르는 판단, 이해당사자에게 반론 기회를 부여할지 여부, 현장 관찰과 문서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의 결정, 문장 하나가 사실 서술인지 평가인지의 경계를 세우는 일은 아직 규칙만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법적 책임은 모델이 아니라 언론사와 기자에게 남는다
국내 법제는 책임의 귀속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목적 조항은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조화를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보도가 진실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사가 이를 수용하면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거나 방송하도록 정하고 있다. 청구의 상대도 AI 시스템이 아니라 언론사 등의 대표자다.
이 구조는 생성형 AI가 기사 초안에 관여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되는 주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정정보도 지연, 반론권 보장 실패 같은 문제는 최종 발행 권한을 가진 언론사와 편집 체계가 감당해야 한다.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기계 쪽으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언론 윤리도 ‘사람의 검증’과 ‘오보의 정정’을 전제로 한다
기자 직무의 고유성은 윤리 규범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은 뉴스를 보도할 때 진실을 존중해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고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잘못된 보도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잡는다고 적고 있다. 실천요강은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까지 못 박는다. 한국신문윤리실천요강 역시 오보, 부정확한 보도, 왜곡보도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들은 단순히 ‘사람이 마지막 버튼을 누른다’는 의미의 인간 개입과는 다르다. 정확성 판단, 취재 방식의 정당성,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여부, 오보 시 수정 의무는 모두 책임 주체의 윤리적 설명 가능성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인간의 고유 책임은 문장을 직접 쓰는 손기술보다, 어떤 문장을 왜 싣는지 설명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데 더 가깝다.
자동화의 경계는 ‘작성’보다 ‘발행 책임’에서 갈린다
이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뉴스룸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은 기사 생산의 모든 단계가 아니라 일부 세부 과업이다. 초벌 문안 작성, 자료 정리, 키워드 추출, 유사 기사 비교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취재 지시를 내리고, 원자료와 당사자 발언을 대조하고, 사실 오류와 법적 위험을 걸러내고, 독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어디까지 설명할지 정하는 역할은 오히려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결국 보도 업무에서 인간의 고유 책임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취재원과 원자료의 진위를 가리는 검증 책임이다. 둘째, 반론권·명예·사생활·공익을 함께 따지는 편집 판단 책임이다. 셋째, 잘못이 확인됐을 때 정정과 설명, 법적 대응을 수행하는 발행 책임이다. 생성형 AI는 기사 생산 속도를 바꿀 수 있지만, 공적 책임의 최종 서명란까지 대신하고 있지는 않다.
자료: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Generative AI and Jobs: A Refined Global Index of Occupational Exposure(2025.5.20); The Associated Press, Standards around generative AI(확인일 2026.10.16); The Associated Press, AP updates newsroom standards for artificial intelligence(2026.7.23);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시행 2023.8.8, 확인일 2026.10.16);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확인일 2026.10.16);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확인일 2026.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