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장의 광섬유 드론, 왜 재밍을 비켜가나…전자전이 다시 불러낸 ‘유선 조종’의 대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광섬유 FPV 드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조종 명령과 영상 전송을 무선 주파수가 아니라 실물 광섬유 케이블로 주고받기 때문에,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떨어뜨리거나 귀환시키는 기존 전자전 수단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곧 ‘무적’이나 ‘완전자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을 직접 끌고 가야 하는 만큼 비행 경로와 고도, 회전 방식, 탑재중량, 조종 훈련에서 새로운 제약이 생기고, 대응도 전파교란보다 탐지·사격·절단 같은 물리적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재밍에 강한 이유는 ‘무선 링크’를 빼버렸기 때문
광섬유 드론의 핵심은 조종사와 기체 사이의 통신 구조다. 일반 FPV 드론은 조종 명령과 영상 신호를 무선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상대가 전파를 강하게 뿌리거나 위성항법 신호를 속이면 연결이 끊기거나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반면 광섬유 드론은 가느다란 케이블이 비행 중 뒤로 풀리면서 기체와 조종기를 직접 잇는다. 이 구조에서는 핵심 통신이 공중으로 방사되지 않으므로, 전파 교란과 신호 스푸핑에 의존하는 전통적 대드론 체계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광섬유 드론은 숲, 건물 내부, 교량 아래, 참호나 엄폐물 인근처럼 무선 드론이 영상 손실을 겪기 쉬운 곳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종이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NATO 혁신 과제 문서와 미 육군 교훈 문건은 이런 기체를 현행 전자전 기반 대드론 수단으로 막기 어렵다고 적시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광섬유 조종형 FPV 드론을 전자전에 강한 전력으로 소개해 왔다.
강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반경, 탑재량, 비행기술이 모두 거래조건
무선 링크를 포기한 대가도 분명하다.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케이블 스풀의 무게와 부피다. 스풀을 더 길게 감을수록 사거리는 늘 수 있지만, 같은 기체에서 폭약이나 센서에 배정할 수 있는 중량은 줄어든다. 미 육군은 스풀의 무게와 부피가 탄두 탑재량을 제한한다고 설명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기체 사례에서도 스풀 길이가 늘어나면 유효 탑재량이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된다.
비행 방식도 까다롭다. 우크라이나 측 운용 지침은 급격한 선회와 급상승·급강하를 피하고, 측면 기동을 줄이며, 바람이 강한 높은 고도에서는 케이블이 과도하게 풀려 사거리가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케이블이 장력 아래에서는 버티더라도 꺾이거나 끊어지면 즉시 연결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긴 케이블을 달수록 조종감이 둔해지고, 케이블 저항 때문에 일종의 ‘돛 효과’가 생겨 세밀한 조종이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용반경 역시 광고 수치와 실전 수치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025년 5월 소개한 Khyzhak REBOFF 계열은 10~20km 스풀을 장착하지만, 10km급 모델의 실효 사거리는 기동과 기상 대응을 위해 케이블의 10~20%를 남겨두는 탓에 8~9km 수준으로 제시됐다. 같은 자료는 25~30km 스풀 기체의 준비 상황도 언급하지만, 이는 곧바로 모든 전선에서 같은 효율이 난다는 뜻은 아니다. 거리, 기동, 탑재량은 서로 맞바꾸는 관계에 가깝다.
전자전의 효과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장의 대응 축이 바뀌고 있다
광섬유 드론이 늘었다고 해서 전자전이 무용해진 것은 아니다. 전자전이 무선 FPV와 위성항법 의존 드론을 압박하자, 일부 임무가 광섬유형으로 옮겨간 것이다. 다시 말해 공격과 방어의 경쟁이 전파 대 전파에서, 탐지·식별·요격·케이블 절단 같은 물리적 대응까지 넓어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NATO와 영국 국방부는 이 위협을 기존 재밍 체계만으로 막기 어렵다고 보고 별도 대응 수요를 공개했다. NATO 문서는 광섬유 FPV 드론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과제를 따로 제시했고, 영국도 이 유형을 기존 대책에 면역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미 육군 문건은 케이블의 반짝임이나 적외선 신호, 더 커진 소음, 반복 발진 위치 같은 흔적으로 운영 지점을 찾아내거나, 장애물에 걸리게 만들고 물리적으로 절단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군 연구자들도 광학 탐지, 차단망, 소화기·기관총류 같은 직접 타격 수단을 주요 대응책으로 거론했다.
전술적 효과도 여기서 나온다. 광섬유 드론은 재밍이 심한 구간에 먼저 들어가 전자전 장비나 차량, 참호 인근 표적을 때리고, 그 뒤에 다른 무인기나 포병 타격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 육군은 이런 기체가 먼저 적 전자전 장비를 제거해 후속 드론 운용을 쉽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사례에서도 20km급 광섬유 기체의 주요 표적에 포병, 박격포, 전자전 장비가 포함돼 있다.
‘드론 전쟁’과 ‘완전자율 전쟁’은 아직 같은 말이 아니다
광섬유 드론의 확산을 곧바로 완전자율 무기의 등장으로 연결하는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CSIS는 2025년 우크라이나의 AI·자율성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이 부분 자율 기능과 AI 보조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표적 탐지부터 교전 결정까지를 기계가 독자 수행하는 완전한 자율성은 아직 전장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특히 교전 결정에서는 인간 감독이 여전히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광섬유 드론은 자율무기라기보다, 강한 전자전 환경에서 인간 조종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해법에 더 가깝다. AI는 영상 분석, 표적 인식, 마지막 접근 단계의 보조 항법 같은 분야에서 결합될 수 있지만, 광섬유 케이블 자체가 자율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전쟁에서 먼저 벌어진 일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 것’보다, 전자전이 무선 드론의 약점을 드러내자 다시 유선 조종이라는 오래된 원리가 값싼 소형 무인기에 맞게 재해석된 것이다.
결국 질문의 답은 분명하다. 광섬유 제어는 전자전의 영향을 크게 줄인다. 그러나 그것은 전장을 단순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든다. 무선 교란을 피하는 대신 무게, 경로계획, 조종 난도, 케이블 파손 위험을 떠안아야 하고, 방어 측도 재밍 장비만이 아니라 센서 융합과 근거리 요격, 물리적 차단으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의 광섬유 드론은 전자전이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전자전이 공격 기술을 다른 형태로 진화시켰다는 증거에 가깝다.
자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Ukraine’s Future Vision and Current Capabilities for Waging AI-Enabled Autonomous Warfare(2025-03-06);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Extending the Battlespace to Space(2025); NATO Allied Command Transformation, Frontline Innovation: NATO’s 16th Innovation Challenge Counters Fibre-Optic Controlled Drone Threats(2025); NATO Allied Command Transformation, Countering Fiber-Optic-Controlled FPV Drones: Detect, Track, Neutralize(2025); Ministry of Defence of Ukraine, Resistant to enemy EW: Ukrainian fiber-optic-controlled drones Khyzhak REBOFF(2025-05-20); Ministry of Defence of Ukraine, The Ministry of Defence showcased FPV drones controlled using fiber optics to the Armed Forces of Ukraine(2025-01-02); Ministry of Defence of Ukraine, В Армія+ запустили курс про дрони на оптоволокні(2025-11-05); U.S. Army Center for Army Lessons Learned, Fiber Optic Drones: Posing a Significant C-UAS Challenge(2025-08-12); BRAVE1, General Rules for Operating Fiber Optic Drones(2024-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