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뒤 허기는 왜 더 오래 남나…렙틴·그렐린이 보여준 1년의 변화
체중을 줄인 뒤 오히려 배고픔이 더 자주 느껴지는 현상은 흔히 의지력의 문제로 설명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들은 그보다 생리학적 적응이 더 오래 남는다고 보여준다. 201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임상시험에서는 과체중·비만 성인 50명이 10주 저열량 식이로 평균 13.5kg을 감량한 뒤 1년까지 추적됐는데, 렙틴은 낮아지고 그렐린은 높아진 상태가 유지됐고 주관적 허기도 기저치보다 높게 남았다. 감량이 끝난 뒤에도 몸이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방향의 신호를 일정 기간 계속 보낸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결과를 곧바로 “호르몬이 바뀌면 반드시 다시 찐다”로 읽을 수는 없다. 같은 분야의 후속 연구들을 보면, 감량 뒤에도 허기·포만감·예상 섭취량 같은 행동 지표와 혈중 호르몬 지표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개인별 체중 재증가도 호르몬 하나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았다. 감량 뒤 식욕의 생리학은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먹게 되는지는 식사 구성, 유지 전략, 생활환경, 순응도 같은 다른 조건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렙틴은 내려가고 그렐린은 올라갔다
렙틴은 주로 지방조직에서 분비돼 에너지 저장 상태를 뇌에 알리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체지방이 줄면 렙틴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이는 대체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와 연결된다. 반대로 그렐린은 공복과 식사 사이 허기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대표적 신호로, 체중 감량 뒤 상승이 반복해서 관찰돼 왔다.
NEJM 연구의 핵심은 이런 변화가 감량 직후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연구진은 렙틴, 그렐린뿐 아니라 펩타이드YY, 콜레시스토키닌, 인슐린 등 여러 식욕 관련 호르몬과 주관적 식욕 점수를 감량 전, 10주 뒤, 62주 시점에 비교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러 호르몬이 감량 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배고픔 역시 더 크게 보고됐다. 체중 감량 뒤 유지기가 힘든 이유를 단순한 습관 복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근거다.
문제는 ‘허기’와 ‘실제 섭취’가 같지 않다는 점
그렇다고 혈액검사에서 그렐린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음식 섭취가 반드시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018년 국제비만저널 연구는 비만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8주 초저열량 식이, 4주 재급식, 1년 유지 과정을 추적했다. 이 연구에서도 약 15% 감량이 1년간 유지된 참가자들은 공복 허기가 높아졌고 활성 그렐린은 상승한 채 남았다. 그런데 동시에 식후 포만감도 커졌고, 식후 예상 섭취량은 줄어드는 양상이 함께 관찰됐다.
이 조합은 감량 뒤 식욕 조절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복에는 더 배고프지만, 식사를 시작한 뒤에는 포만 신호가 어느 정도 보완될 수도 있다. 같은 연구에서 콜레시스토키닌과 펩타이드YY 같은 다른 장 호르몬은 시점에 따라 방향이 달랐고, 결국 사람의 식사 행동은 렙틴과 그렐린만으로 요약되지 않았다.
실제 식사량을 직접 본 연구에서도 비슷한 점이 드러난다. 2019년 미국 연구진이 위우회수술군과 식이 감량군을 비교했을 때, 식이 감량군은 10kg 감량 뒤 그렐린, 허기, 예상 섭취량이 더 올라가는 방향을 보였지만, 시험식 뒤 자유섭취 점심의 섭취 열량이 항상 단순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혈중 신호와 주관적 식욕, 한 끼 섭취량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완전히 같은 지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얼마나 오래 가나…적어도 1년, 그러나 개인차 크다
질문을 시간으로 바꾸면 현재 근거는 비교적 분명하다. 감량 뒤 호르몬 변화와 허기 증가는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속될 수 있다. 다만 그보다 훨씬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패턴이 유지된다고 말할 정도로 일관된 인체 자료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연구마다 감량 폭, 식이 방식, 유지 프로그램, 참가자 특성이 달라 결과의 크기와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
또 성공적으로 체중을 유지한 사람들에서는 다른 보상 신호도 보고됐다. 2016년 덴마크 연구는 8주 감량 후 1년 유지에 성공한 참가자들에게서 식후 GLP-1과 PYY 반응이 장기적으로 커졌고, 그렐린은 감량 직후 상승했다가 감량 전 쪽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감량 뒤의 생리 변화가 모두 체중 재증가만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다.
호르몬이 재증가를 완전히 예측하지는 못했다
체중이 다시 늘지 여부를 예측하는 데서도 한계는 뚜렷하다. 2014년 리뷰는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추적 연구 12편을 검토한 뒤, 감량 중 렙틴·그렐린·인슐린 감수성 변화만으로 자유생활 환경에서의 체중 재증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렙틴 감소가 더 큰 사람이 더 잘 유지했다는 결과와 그 반대 결과가 함께 있었고, 그렐린 증가가 재증가와 일관되게 연결된다는 근거도 당시에는 뚜렷하지 않았다.
이 점은 기사 제목의 핵심 질문에도 직접 연결된다. 감량 뒤 허기가 오래가는 것은 실제 현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현상을 특정 호르몬 수치 하나로 개인별 미래 체중까지 확정하는 것은 과학이 아직 허용하지 않는다. 호르몬은 유지가 어려운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생활환경과 행동을 지워버릴 만큼 결정적 예언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유지기 생리학’의 문제
정리하면, 체중 감량 뒤에는 지방 감소에 따라 렙틴이 낮아지고 공복 허기와 연결되는 그렐린이 오르는 경향이 적어도 1년 정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끝난 뒤 더 배고프다고 느끼는 경험 자체는 과장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생리 변화와 맞닿아 있다. 다만 그 변화가 곧바로 실제 과식이나 체중 재증가로 일대일 대응하는 것은 아니며, 식후 포만 반응이나 유지 프로그램에 따라 일부 상쇄될 여지도 있다.
이 분야의 의미는 체중 유지 실패를 도덕성이나 의지력의 언어에서 떼어내는 데 있다. 감량 뒤 몸은 종종 이전보다 더 먹도록 압박하는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유지기의 어려움은 개인의 나약함보다, 감량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는 식욕 조절 시스템의 적응으로 보는 편이 현재 근거에 더 가깝다.
자료: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Long-term persistence of hormonal adaptations to weight loss(2011);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Investigation of the long-term sustainability of changes in appetite after weight loss(2018);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Successful weight loss maintenance includes long-term increased meal responses of GLP-1 and PYY3-36(2016); Physiological Reports, Comparison of surgical versus diet-induced weight loss on appetite regulation and metabolic health outcomes(2019);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Adaptations of leptin, ghrelin or insulin during weight loss as predictors of weight regain: a review of current literature(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