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빈곤층 현금지원 대상을 가려도 누락은 남는다…성과보다 중요한 건 구제 절차
빈곤층 현금지원에서 AI는 배분 속도와 표적화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누락 문제를 없애지는 못한다. 세계은행과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AI 기반 선별은 기존의 단순한 지리기반 선별보다 일부 상황에서 제외 오류를 줄였지만, 실제 지원 과정에서는 휴대전화 보유 여부, 본인 등록, 문해력, 행정 절차 같은 비알고리즘 요인이 더 큰 누락을 만들기도 했다. 결국 검증 가능한 성과는 ‘더 잘 가려낼 가능성’이고, 검증 가능한 한계는 ‘가려낸 뒤에도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이 남는다’는 점이다.
토고 긴급현금지원 사례, AI는 선별 정확도를 높였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대표 사례는 토고의 코로나19 대응 긴급현금지원 플랫폼 노비시다. 세계은행은 이 사업을 소개하면서, 위성영상과 가구소비 조사, 이동통신 메타데이터를 결합해 가장 가난한 지역과 개인을 우선순위화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만7000명의 신규 수급자를 추가로 선별했고, 모델은 570만명의 소비 수준을 예측하는 데 활용됐다.
이 사례의 장점은 기존 복지대장이나 소득자료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도 긴급 현금지원을 빠르게 집행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의 디지털 사회보장 전달체계 플레이북은 토고 사례를 두고, 당시 정부가 검토한 다른 지리기반 선별 방식과 비교하면 빅데이터·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제외 오류를 4%에서 21% 줄였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 수치는 모든 빈곤지원 제도에 일반화된 성과가 아니라, 특정 시기와 특정 국가의 긴급대응 맥락에서 비교한 결과다.
핵심 한계는 알고리즘 자체보다 전달 과정의 누락이었다
성과만 보면 AI 선별이 답처럼 보이지만, 원논문은 오히려 누락이 어디서 생기는지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2022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고정된 예산 아래 토고 농촌 확장 사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화 데이터 기반 기계학습 선별의 제외 오류율이 53%였다고 제시했다. 다시 말해 예산 제약 아래 지원 대상이 돼야 할 사람 상당수가 여전히 밖에 남았다는 뜻이다.
논문이 제시한 제외 경로는 알고리즘 점수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우선 휴대전화와 심카드가 있어야 했고, 최근 사용 기록이 남아 있어야 했으며, 유권자 등록이 돼 있어야 했다. 여기에 스스로 등록을 시도해야 하고, 문자 해독이나 디지털 사용 능력이 부족하면 등록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서야 알고리즘 판정이 작동했다. 선별 정확도가 개선돼도 신청·등록·인증 절차에서 빠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 실제 복지 도달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데이터의 시차 문제도 드러냈다. 연구진은 모델이나 휴대전화 데이터가 약 18개월가량 오래되면 예측 정확도와 정밀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빈곤 상태가 빠르게 변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최신 데이터가 없을수록 AI의 장점도 약해진다는 얘기다.
세계은행도 ‘AI는 만능이 아니다’고 본다
세계은행의 사회보장 타기팅 보고서는 기술 발전이 정확도 개선의 가능성을 주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정리한다. 어떤 선별 방식이든 상황과 정책 목적, 행정 역량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고, 더 정교한 모델보다 더 나은 데이터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급자 선별은 단순히 누가 가난한지를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제한된 예산에서 무엇을 우선할지,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오분류를 어떻게 바로잡을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은행의 사회보장 전달체계 소스북은 여기서 구제 절차의 역할을 분명히 적었다. 이의제기와 고충처리 체계는 신청인별 실수를 바로잡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제외 오류, 잘못된 인적사항, 지급액 오류를 다시 평가·등록 단계로 되돌려 제도를 수정하는 피드백 장치라는 설명이다. 불만 제기가 거의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접수 창구가 멀거나, 글을 읽기 어렵거나, 보복이 두려우면 가장 취약한 집단일수록 항의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주는 함의는 ‘자동선별 확대’보다 ‘이의신청 실효성’에 있다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미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법에 두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수급자나 급여 신청인은 시장·군수·구청장 처분에 대해 통지일부터 90일 안에 시·도지사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다시 그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재차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시·도지사와 중앙행정기관은 각각 30일 안에 심사와 통지를 해야 한다.
이 조항은 한국이 이미 ‘선정 오류를 사후에 바로잡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복지행정에서 자동화나 예측모형 활용이 늘더라도, 법에 절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는 신청인이 왜 탈락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구두 신청을 포함한 접근 가능한 창구가 작동해야 하며, 이의 제기 결과가 실제 선정 변경으로 이어질 예산과 행정 여지가 있어야 한다. 해외 사례가 보여준 것은 AI의 성공 여부가 모델 정확도만이 아니라, 누락된 사람이 다시 들어올 통로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빈곤 현금지원에서 AI의 검증 가능한 성과는 빠른 대규모 선별과 일부 상황에서의 제외 오류 감소다. 반면 검증 가능한 한계는 휴대전화 보유, 데이터 최신성, 자기신청 능력, 디지털 접근성, 행정 절차 등 현실 조건 때문에 누락이 계속 생긴다는 데 있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확인되는 결론은 단순하다. AI 선별은 복지 전달의 보조수단이 될 수 있지만, 누락을 줄이는 최종 안전장치는 설명 가능한 결정과 실효적인 구제 절차여야 한다.
자료: World Bank, Prioritizing the poorest and most vulnerable in West Africa: Togo’s Novissi platform for social protection uses machine learning, geospatial analytics, and mobile phone metadata for the pandemic response(2021.4.13.); World Bank, A New Look at Old Dilemmas: Revisiting Targeting in Social Assistance(2022); World Bank, Sourcebook on the Foundations of Social Protection Delivery Systems(2020); World Bank, Playbook on Digital Social Protection Delivery Systems: Towards Dynamic Inclusion and Interoperability(2024); Nature, Machine learning and phone data can improve targeting of humanitarian aid(2022.3.16.);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시행 2025.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