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37%가 ‘해양폭염’…뜨거워진 바다가 폭우·산불·어업까지 흔든다
올여름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육지만이 아니었다. 바다 역시 기록적으로 달아올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물리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7월 전 세계 바다의 37%가 해양폭염 상태를 경험했다. 1991년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두 번째로 넓은 수준이다. 장기적인 해양 온난화 추세를 제거하고 계산해도 27%가 해양폭염에 해당해 역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재 해양폭염은 동태평양과 일본해·쿠로시오 확장역, 북동대서양과 지중해, 태즈먼해, 남빙양 일부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다의 평균온도 자체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7월 남·북위 60도 사이의 해수면 평균온도는 20.96도로 관측 사상 가장 높은 7월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이었던 2023년 7월의 20.89도를 넘어섰고, 6월 19일 이후 7월 말까지 매일 같은 날짜 기준 역대 최고 수온이 이어졌다. NOAA 역시 7월 전 지구 해양 표면온도가 20세기 평균보다 1.02도 높아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이었다고 집계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바다가 단지 ‘조금 더 따뜻해졌다’는 데 있지 않다.
바다는 지구가 추가로 흡수한 열의 대부분을 저장하는 거대한 열 저장고다. 평년보다 높은 수온이 며칠이 아니라 수주 또는 수개월 이어지면 산호와 어류, 플랑크톤 같은 해양생물의 생존조건이 바뀌고, 양식장에서는 대량 폐사 위험이 커진다. 동시에 바다는 대기에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며 폭우와 강한 폭풍이 발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반대로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는 육지에서는 해양과 대기의 비정상적인 열 분포가 대기순환을 흔들면서 산불 위험을 키우는 배경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양폭염은 바닷속에서만 끝나는 재해가 아니다.
‘해양폭염’은 바다가 더운 날이 아니라 평년의 극단을 넘어선 상태다
해양폭염은 특정 지역의 수온이 그 계절에 평소 나타나는 범위를 크게 넘어 일정 기간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NOAA 등에서는 지역별 과거 수온 분포의 상위 10%, 즉 90백분위수를 넘어선 상태가 최소 5일 이상 이어질 때 해양폭염으로 분류한다. 같은 28도의 바닷물이라도 열대 해역에서는 평범할 수 있고 고위도 해역에서는 극단적인 고온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온도가 아니라 해당 지역과 계절의 평년값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육상의 폭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이 있다.
육상에서는 하루 최고기온이 몇 도인지가 중요한 반면 해양에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고온이 이어졌는지가 생태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류와 산호, 해조류는 자신이 적응한 온도범위가 비교적 좁은 경우가 많다. 평년보다 2~3도 높은 수온이 며칠 이어지는 것보다 몇 주 이상 계속되는 상황이 훨씬 위험할 수 있다.
올해 7월 상황이 심각하게 평가되는 이유도 범위와 지속기간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7월 말에는 전 세계 바다 37%가 동시에 뜨거웠다
해양 관측기관인 머케이터 오션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7월 31일 남·북위 60도 사이 전 세계 해양의 37%가 해양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한 달 초 32%였던 면적이 월말 37%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약 23%는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 해양폭염이었고, 약 14%는 한 달 이상 지속된 상태였다.
강도 역시 높아졌다.
7월 중순 이후 강한 등급의 해양폭염 면적은 꾸준히 늘어 월말에는 전 세계 바다의 약 10~11%에 이르렀다. 지난해 7월 말 해양폭염 면적이 약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확산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해양폭염은 특정 대양 하나에 국한되지 않았다.
중부 태평양에서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광범위한 고수온대가 형성됐고, 뉴질랜드 주변 남태평양과 남빙양 일부에서는 수개월째 지속되는 해양폭염도 관측됐다. NOAA는 현재 동태평양과 일본해·쿠로시오 확장역, 북대서양, 그린란드해, 지중해, 태즈먼해 등 여러 해역에서 동시에 해양폭염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다 전체가 같은 정도로 뜨거워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대양에서 극단적인 고수온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왜 올해 바다가 이렇게 뜨거워졌나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가장 큰 배경은 장기간 이어지는 지구온난화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가 우주로 내보내는 에너지보다 흡수하는 에너지가 많아졌고, 그 여분의 열 대부분이 바다에 축적돼왔다. 해수는 공기보다 열용량이 크기 때문에 대기가 받은 열을 흡수하며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춰왔지만, 그 결과 해양 자체의 열 함량은 계속 증가했다.
올해는 여기에 강하게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까지 겹쳤다.
코페르니쿠스는 7월 중·동부 열대 태평양에서 관측된 기록적인 고수온이 엘니뇨 발달과 연결돼 있으며, 중앙 적도 태평양에서 멕시코와 중미 서해안까지 넓은 지역에서 강하거나 매우 강한 해양폭염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니뇨만으로 올해 해양고온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북태평양과 서부 북대서양, 남반구 여러 해역, 유럽 주변 바다에서도 평년보다 높은 수온이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일부 지역에서는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장기적인 해양온난화 위에 엘니뇨와 지역별 대기순환 변화가 겹치면서 해양폭염이 더욱 넓고 강하게 나타나는 구조다.
지중해는 평년보다 8도 높은 곳까지 나타났다
올여름 유럽 주변 바다는 특히 뜨거웠다.
ESA가 코페르니쿠스 해양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29일 지중해 일부에서는 해수면온도가 1991~2020년 평균보다 최대 약 8도 높게 나타났다. 남프랑스 연안과 코르시카·사르데냐 주변, 이탈리아반도 주변에서 특히 큰 수온 편차가 관측됐다.
7월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는 유럽 대서양 연안과 서부 지중해에서 7월 기준 해수면온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광범위한 강한 또는 매우 강한 해양폭염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스케이만 일부에서는 ‘극심’ 단계의 해양폭염까지 관측됐다.
지중해처럼 육지로 둘러싸인 반폐쇄성 바다는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고 수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장기간 맑은 날씨와 약한 바람이 이어지면 태양복사로 들어온 열이 바다 표면에 축적되고, 수직혼합이 약해져 표층 고온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조건이 반복되면 해양생태계는 육지의 장기 폭염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호는 색을 잃고, 일부 생물은 살던 바다를 떠난다
해양폭염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생태계에서 나타난다.
산호는 자신과 공생하는 미세조류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데 수온이 장기간 너무 높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이 조류를 배출한다. 이때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산호백화가 발생한다.
고온이 짧게 끝나면 회복할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면 산호가 죽을 수 있다.
산호초는 수많은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대규모 산호백화는 생물다양성 감소와 어업·관광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SA는 최근 기후과학 평가를 소개하면서 해양폭염이 점점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생태계 손상과 해안지역 생계 위협, 극한기상 위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류도 영향을 받는다.
물고기는 주변 수온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수온이 오르면 대사율과 산소 요구량이 증가한다. 반면 따뜻한 물에는 차가운 물보다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가 적다.
필요한 산소는 많아지는데 사용할 수 있는 산소는 줄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부 어종은 더 차가운 북쪽이나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이동이 어려운 조개류나 양식어류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해양폭염이 어장을 바꾸는 방식은 ‘물고기가 죽는다’보다 복잡하다
수온 상승은 어획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어종은 기존 서식지에서 사라지고, 다른 어종은 이전에 없던 지역으로 들어온다. 어획량 자체가 줄지 않더라도 어종 구성이 바뀌면서 지역 어업의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냉수성 어종이 북쪽으로 이동하면 기존 어민은 더 멀리 나가야 할 수 있고, 어선과 어구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어종이 새로 들어오면 새로운 어업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기존 생태계와 경쟁관계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가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면 산업이 적응할 시간이 있지만, 해양폭염처럼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일어나면 대응하기 어렵다.
양식업은 특히 취약하다.
자연산 어류는 수온이 너무 높으면 이동할 수 있지만 가두리나 수조 안의 양식어류는 다른 지역으로 피할 수 없다.
한국도 이미 ‘바다 폭염’을 겪고 있다
해양폭염은 먼 바다 이야기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여름 우리나라 연안 수온이 평년보다 약 1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6월부터 고수온·적조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고수온은 통상 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올라 양식생물의 서식 한계를 넘어설 때 대량폐사 위험이 커지는 대표적인 여름철 어업재해다.
실제로 7월 30일에는 서·남해 내만 등 6개 해역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지고 18개 해역에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정부의 고수온 위기경보가 ‘심각Ⅰ’ 단계로 상향됐다.
8월 초에는 상황이 더 확대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 고수온 경보가 발효된 해역이 6곳에서 17곳으로 늘었고 충남에서도 양식장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8월 18일 충남 천수만의 수온은 28.5도로 평년보다 0.5도 높았고, 조피볼락과 숭어 양식장에서 피해 신고가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우리 바다 역시 해양고온이 실제 수산업 피해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7월 하순 한국 주변 바다도 빠르게 달아올랐다
기상청 관측을 보면 변화의 속도도 확인된다.
2026년 7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온도는 24.3도였지만 하순에 들어 빠르게 상승했다. 하순 평균은 26.1도로 최근 10년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서해는 25.6도로 최근 10년 중 세 번째, 남해는 27.6도로 역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하순 서해는 1.4도, 남해는 1.3도 높았다.
1도 남짓한 차이는 일상적인 기온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바다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해양생물은 특정 수온범위에 적응해 있고, 여름철에는 이미 생존 가능한 온도 상단에 가까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평년보다 1~2도 더 높아지면 생리적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특히 바람이 약하고 조류가 느린 내만에서는 고온수가 오래 머물면서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
뜨거운 바다는 왜 물고기를 질식시키나
고수온 양식장 피해는 단지 물이 뜨거워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수온이 상승하면 물속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량이 감소한다.
반면 어류의 대사활동은 빨라진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지만 물속 산소 공급은 줄어드는 모순이 생긴다.
여기에 밤에는 식물플랑크톤과 해조류도 호흡하면서 산소를 소비해 용존산소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밀집된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해진다.
어류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산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수온기에는 사료 공급을 조절하거나 산소공급 장치를 가동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가 올해 액화산소 공급장치와 산소발생기, 차광막 등 고수온 대응장비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해수부는 올해 관련 장비를 전년보다 31% 늘려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수온과 적조가 겹치면 피해는 더 커진다
뜨거운 바다는 적조와도 연결될 수 있다.
적조는 특정 식물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증식하면서 바닷물 색이 변하고, 일부 종이 독성을 내거나 산소를 고갈시켜 어류를 폐사시키는 현상이다.
수온이 높다고 항상 적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영양염과 일사량, 해류와 바람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고수온이 특정 적조생물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이미 산소 부족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양식어류에 적조까지 겹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8월 10일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남해 앞바다에 적조 예비특보가 발표되자 적조 위기경보를 ‘주의’로 올렸다.
고수온과 적조를 별개의 재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뜨거운 바다는 폭우의 ‘연료’가 될 수 있다
해양폭염이 육지 날씨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통로는 수증기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증발량이 늘어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 따뜻한 공기 자체도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다.
이 수증기가 저기압이나 전선, 태풍처럼 강한 상승기류를 만나면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응결하며 집중호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바다가 뜨겁다는 사실만으로 폭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 조건이 갖춰졌을 때 쏟아질 수 있는 비의 잠재량을 높이는 배경이 될 수 있다.
ESA도 해양폭염과 높은 해수온이 물순환과 극한기상에 영향을 주며 폭우와 가뭄, 산불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에서는 주변 해수온이 특히 중요하다.
기상청이 올해 7월 하순 서해와 남해의 높은 수온을 별도로 분석하는 것도 한반도 주변 수증기 공급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뜨거운 바다만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해양고온이 나타나면 강한 태풍 가능성도 자주 거론된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방출하는 잠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충분히 높은 해수면온도와 깊은 따뜻한 수층은 태풍이 강해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바다가 뜨겁다고 모든 태풍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층과 하층의 바람 방향·속도 차이를 의미하는 연직시어가 강하면 태풍의 구조가 흐트러질 수 있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거나 육지와 상호작용하면 약해질 수도 있다.
또 태풍이 지나가며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릴 경우 자신의 에너지원을 스스로 줄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해양폭염은 태풍 강화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유리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
문제는 수면뿐 아니라 수십m 아래까지 따뜻해져 있을 때다.
태풍이 바닷물을 뒤섞어도 차가운 물이 쉽게 올라오지 않으면 높은 에너지 공급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폭염과 산불은 멀리 떨어진 재해처럼 보여도 연결돼 있다
바다의 열이 산불에 직접 불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
산불은 번개나 사람의 부주의 등 점화원이 있어야 발생한다.
하지만 해양과 대기의 온도분포가 대규모 기압계를 바꾸고 특정 지역에 고온·건조한 날씨를 오래 유지시키면 산불이 번지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올해 서유럽이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서유럽은 6~7월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았고, 서부와 중부 유럽 상당 지역에서 건조한 조건이 지속·강화됐다. 이런 고온과 건조 상태 속에서 대형 산불이 확산됐다.
ESA도 2026년 유럽 산불 상황을 설명하면서 높은 기온과 부족한 강수, 낮은 토양수분, 강풍이 산불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해양폭염이 산불의 직접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육지와 바다를 하나의 기후시스템으로 보면 기록적인 해양고온과 장기적인 대기 고온이 같은 에너지 불균형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바다가 열을 흡수해주니 괜찮다’는 단계가 아니다
바다는 오랫동안 지구온난화의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다.
대기에 그대로 남았다면 훨씬 큰 기온 상승을 만들었을 열을 해양이 흡수하면서 육상의 온난화 속도를 낮췄다.
그러나 그 대가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열팽창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산소 용해도가 낮아지며, 해양생태계의 서식지가 이동한다. 산호와 해조류, 플랑크톤처럼 생태계 기반을 이루는 생물이 반복적인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복하기 전에 다음 해양폭염이 찾아올 수도 있다.
ESA가 소개한 최근 기후과학 평가에서는 해양폭염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증가하면서 생태계 피해뿐 아니라 해안지역 생계와 해양의 탄소흡수 능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가 계속 열을 받아주는 것이 무한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의미다.
장기 온난화를 빼도 해양폭염 면적이 27%라는 의미
NOAA 자료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있다.
7월 전 세계 해양폭염 면적은 37%였지만 장기적인 수온 상승 추세를 제거한 뒤 계산해도 27%에 달했다. 두 수치 모두 199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현재 상황을 두 가지 층위로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첫째, 장기적으로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과거의 극단적인 수온이 오늘날에는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둘째, 올해는 그 장기 추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강한 자연 변동까지 더해졌다.
엘니뇨와 지역별 대기정체, 해류 변화 등이 겹치며 해양폭염을 추가로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후변화 때문에 전부 일어났다”거나 반대로 “엘니뇨 같은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한쪽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장기적인 온난화가 기본온도를 끌어올리고 그 위에서 자연적인 기후변동이 해마다 고온의 위치와 강도를 바꾸는 구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앞으로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전망이다.
NOAA의 8월 해양폭염 전망은 북반구 2026~2027년 겨울에 전 세계 해양폭염 면적이 4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실현된다면 1991년 이후 가장 넓은 수준이 된다. 다만 해당 전망은 실험적 계절예측 모델을 이용한 결과이므로 실제 관측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엘니뇨가 강화되는 동부 열대 태평양에서 올해 말까지 해양폭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전망됐고, 캘리포니아와 바하칼리포르니아 앞바다, 서·북인도양, 태즈먼해 등에서도 높은 가능성이 제시됐다.
지중해에서는 가을로 갈수록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여름 동안 생태계가 받은 열 스트레스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양생태계에서는 한 번의 극단적인 고온보다 반복되는 고온 사건 사이의 회복기간이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봐야 할 것은 ‘평균 수온’보다 양식장 한계온도다
한국에서 해양폭염을 이야기할 때 전 세계 평균 수온 기록보다 더 직접적인 숫자는 28도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해양수산부가 고수온 특보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준 가운데 하나로, 여러 양식어종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크게 받기 시작하는 온도대다.
천수만은 8월 18일 28.5도를 기록했고 이미 조피볼락과 숭어 피해 신고가 집중되고 있었다.
따라서 어업 현장에서는 “올해 평균 수온이 역대 몇 위인가”보다 특정 양식장이 위험수온을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밤에도 수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고온이 연속해서 유지되면 어류가 회복할 시간을 얻지 못한다.
육상에서 열대야가 사람의 건강위험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수산물 가격에도 결국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면 소비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양식어류가 대량 폐사하면 공급량이 줄어 특정 어종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어민은 살아남은 물량을 조기에 출하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반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비도 올라간다.
산소공급장치와 냉각시설, 차광막, 양식장 이동, 보험 가입 등 고수온 대응비용이 증가하고,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아예 양식어종을 더 따뜻한 물에 견디는 종으로 바꿔야 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어업뿐 아니라 지역 음식문화와 유통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식탁에 영향을 주는 경로가 농작물에만 있는 것이 아닌 이유다.
바다의 1도가 육지의 1도보다 가볍지 않은 이유
7월 세계 해양 표면온도가 20세기 평균보다 1.02도 높았다는 숫자는 작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고 물은 공기보다 훨씬 많은 열에너지를 저장한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이 1도 이상 높아졌다는 것은 해수면의 얇은 한 층만 따뜻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지구 기후시스템에 막대한 열이 축적돼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그 열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고 대기로 방출되며 증발을 늘리고, 태풍과 폭우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수증기의 배경조건을 바꾼다. 동시에 생물에게는 자신의 서식지가 이동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해양폭염은 뉴스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도로가 녹거나 숲이 불타는 장면처럼 눈에 띄는 피해가 즉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생태계와 어업의 조건이 이미 변하고 있다.
바다 37%라는 숫자가 경고하는 것은 ‘뜨거운 여름’보다 더 크다
7월 전 세계 해양의 37%가 해양폭염을 겪었고, 남·북위 60도 사이의 평균 해수면온도는 관측 사상 가장 높은 7월 기록인 20.96도까지 올라갔다.
이것을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웠다는 이야기로만 보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바다가 오랫동안 열을 저장하면서 평년의 기준 자체가 높아지고 있고, 그 위에 엘니뇨 같은 자연변동이 겹치면서 해양폭염의 규모와 지속기간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는 바닷속에서 시작되지만 육지까지 이어진다.
산호와 어류가 스트레스를 받고 양식장이 피해를 입으며, 바다는 대기로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공급한다. 기압계와 대기조건이 맞으면 폭우와 강한 폭풍을 키우는 연료가 될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고온과 건조가 이어지며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7월 말 고수온 위기경보가 ‘심각Ⅰ’까지 올라갔고, 8월에는 여러 해역에서 28도를 넘는 수온과 양식장 피해가 현실화됐다.
해양폭염은 바다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에 가깝다.
눈앞에서 불길이 치솟거나 강물이 넘치기 전에, 지구 기후시스템이 저장하고 있는 열이 먼저 바다에서 기록으로 나타난다.
올여름 바다의 37%가 평년의 극단을 넘어섰다는 숫자는 그래서 단지 해수온 통계가 아니다.
앞으로 폭우와 태풍, 수산업과 해양생태계를 이해할 때 바다의 온도를 육지의 날씨와 따로 볼 수 없다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