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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미래 지층에 어떻게 남나…‘플라스틱 지층’은 한 겹의 층이 아니라 환경별로 다른 흔적이다

플라스틱이 미래 지층에 남길 흔적은 하나의 균일한 ‘플라스틱 층’에 가깝기보다, 매립지·해안·호수 바닥·해저 같은 서로 다른 퇴적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층서위원회(ICS)와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체계에서 인류세는 2024년 3월 26일 기준 공식 지질시대로 채택되지 않았고, 당시 인류세 작업반이 제안한 기준점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1950년대 초 인공 방사성핵종 신호였다. 다만 같은 논의 속에서 플라스틱은 콘크리트, 비산재와 함께 인간 활동이 남긴 새로운 물질군이자 ‘테크노화석’ 후보로 꾸준히 다뤄져 왔다.

따라서 “플라스틱이 지층의 표지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두 갈래 답이 필요하다. 공식 연대표의 경계 표지로 채택됐느냐와, 실제 퇴적층 안에 식별 가능한 흔적으로 축적되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후자다. 플라스틱은 이미 여러 환경에서 눈에 보이는 복합물, 미세입자, 화학적 부산물의 형태로 퇴적 기록에 들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흔적과 잘게 부서진 흔적은 다르게 남는다


가장 직관적인 흔적은 녹은 플라스틱이 모래·산호 조각·현무암 같은 자연 물질과 붙어 만들어진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다. 2014년 미국지질학회지에 실린 하와이 카밀로 해변 연구는 이런 물질이 해변 표면 아래 약 15센티미터 깊이에서도 확인됐고, 2센티미터에서 22.5센티미터까지 다양한 파편으로 분포한다고 보고했다. 일부는 현무암의 구멍을 플라스틱이 메운 형태로 남아, 단순 쓰레기보다 더 ‘암석화된’ 흔적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이런 대형 흔적이 어디서나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연구와 이후 호수 퇴적물 연구를 함께 보면, 에너지가 큰 해변은 파도와 폭풍에 의해 계속 뒤섞이기 쉽고, 그 결과 표면의 플라스틱 조각은 마모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2015년 온타리오호 연구도 해안의 플라스틱 펠릿은 폭풍 때 유기물과 함께 재작업돼 보존 가능성이 낮은 반면, 호수 바닥에 묻힌 플라스틱은 보존 가능성이 더 높다고 구분했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어디에 묻히느냐’가 지층 흔적의 운명을 갈랐다는 뜻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조용한 퇴적 환경에서 더 강한 지층 신호가 된다


지질학적 표지로 더 넓게 검토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이다. 2016년 검토 논문은 플라스틱이 육상과 해양 모두에서 널리 퍼진 거시적 파편이자 사실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세입자로서, 향후 지층의 구성 성분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이 논문은 특히 플라스틱 종류의 등장 시기와 제품 형태가 인류세 퇴적물 내부의 시간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후 2022년 공개 리뷰는 전 세계 퇴적 코어 90개를 추려 검토했고, 이 가운데 연대 정보가 있는 39개 코어에서 미세플라스틱 종류의 출현 순서가 기존의 납-210, 세슘-137 같은 연대측정 결과와 대체로 들어맞는다고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자주 확인된 고분자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폴리염화비닐, 폴리스티렌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1910년대 이후, 1930년대 이후, 1950년대 이후, 1970년대 이후를 가리키는 네 개의 미세플라스틱 조성 구간을 제안했다. 플라스틱 종류의 역사 자체가 얕은 지층에서는 일종의 연대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결론은 어디까지나 보조 지표로 읽어야 한다. 같은 리뷰는 일부 코어에서 생산 시기보다 이른 층에서 해당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이는 시료 오염이나 퇴적 후 재이동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하천 바닥 퇴적물을 본 다른 연구에서는 1973년 이후 상용화된 PET 같은 비교적 ‘젊은’ 고분자가 50센티미터보다 깊은 층에서 검출돼, 자연스러운 연속 퇴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강바닥처럼 교란이 잦은 환경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연대를 알려주기보다 오히려 재이동과 혼합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남는 것은 ‘플라스틱 한 줄’이 아니라 퇴적 환경별 조합이다


플라스틱이 미래 지층에 남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자료만 봐도 환경에 따라 갈린다. 조용하고 연속적으로 퇴적이 이뤄지는 해저나 호수 바닥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시간 순서를 어느 정도 보존한 채 쌓일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스페인 북서 지중해 대륙붕 코어 연구는 1965년 이후 미세플라스틱 매몰률이 크게 증가했고, 재이동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는 퇴적물에 들어간 뒤 추가 분해 신호 없이 보존된다고 보고했다. 반대로 해변, 하천, 범람원처럼 교란이 잦은 곳에서는 같은 플라스틱이 더 빨리 부서지거나 깊이 섞여 들어가, 지층 표지라기보다 이동성 오염물질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검증 가능한 결론은 이렇다. 플라스틱은 미래 지층에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높지만, 그 흔적은 전 지구적으로 동일한 한 겹의 층으로 남기보다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퇴적 구간, 녹아 암석과 결합한 플라스틱 복합물, 각 시대를 반영하는 고분자 조성의 변화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조합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인류세의 공식 채택 여부와 별개로, 플라스틱은 이미 일부 퇴적 환경에서 인간 활동을 읽을 수 있는 지질학적 신호가 되고 있다. 다만 그 신호의 강도는 플라스틱 자체의 내구성보다도, 얼마나 빨리 묻히고 이후 얼마나 덜 교란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

자료: Subcommission on Quaternary Stratigraphy, Working Group on the ‘Anthropocene’(2024 확인본);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Joint statement by the IUGS and ICS on the vote by the ICS Subcommission on Quaternary Stratigraphy(2024-03-26); Zalasiewicz 외, The geological cycle of plastics and their use as a stratigraphic indicator of the Anthropocene(2016); Corcoran 외, An anthropogenic marker horizon in the future rock record(2014); Corcoran 외, Hidden plastics of Lake Ontario, Canada and their potential preservation in the sediment record(2015); Chen 외, Are microplastics the ‘technofossils’ of the Anthropocene?(2022); Simon-Sánchez 외, Can a Sediment Core Reveal the Plastic Age? Microplastic Preservation in a Coastal Sedimentary Record(2022); Huppertsberg 외, Riverbed depth-specific microplastics distribution and potential use as process marker(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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