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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뼈와 콘크리트는 미래의 화석이 될까…인류세 논쟁 속 ‘인공 화석’의 조건

닭뼈와 콘크리트는 지질학자들이 인류 문명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력한 ‘인공 화석’ 후보로 거론해 온 물질이다. 다만 이것이 곧 공식적인 지질시대 경계나 확정된 미래 화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를 종합하면, 닭뼈와 콘크리트는 인간 활동이 남긴 독특한 층서학적 신호로 연구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넓게, 얼마나 오래, 어떤 형태로 보존될지는 매몰 환경과 이후 지질 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공식 인류세는 부결됐지만, 인간 흔적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인류세’라는 말의 지위다. 국제층서위원회 산하 제4기 층서소위원회 웹페이지에 실린 2024년 3월 26일 공동 성명에 따르면, 제4기 층서소위원회는 인류세를 지질시대표의 정식 단위로 채택하자는 제안을 부결했고, 국제층서위원회와 국제지질과학연맹도 이를 승인했다. 즉 2026년 10월 현재 인류세는 공식 지질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인간이 남긴 물질 흔적 연구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같은 웹페이지에 공개된 2023년 인류세 작업반 제안서는 1952년을 경계 후보로 제시하면서, 플루토늄 증가처럼 전 지구적으로 비교 가능한 신호를 핵심 지표로 삼았다. 이 논의의 배경에는 플라스틱, 비산재, 금속, 인공 구조물, 생물상 변화처럼 인간 활동이 남긴 다양한 흔적을 지층에서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오랜 검토가 있다.


닭뼈는 왜 ‘인공 화석’ 후보가 됐나


닭뼈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많이 소비돼서가 아니다. 2018년 영국 연구진은 육계용 닭이 인간에 의해 재설계된 생물권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현대 육계가 중세 후기 가축 닭보다 몸집이 크게 커졌고,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성장 속도와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으며, 골격 형태와 병리, 뼈의 화학 성분까지 조상 집단과 뚜렷하게 달라졌다고 정리했다.

핵심은 ‘뼈가 어디에, 얼마나 쌓이느냐’다. 연구진은 닭뼈가 방사성 핵종 같은 지구화학 지표처럼 전 지구에 균일하게 퍼진 표지는 아니라고 봤다. 대신 매립지나 대량 폐기 장소처럼 보존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매우 풍부하게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닭뼈는 인류 문명이 특정 방식으로 생물을 바꾸고 대량 생산·대량 폐기한 결과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신호이지, 단독으로 지질시대 경계를 정하는 만능 표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콘크리트는 ‘인공 암석’에 가깝지만, 보존은 별개의 문제다


콘크리트는 닭뼈와 성격이 다르다. 2014년 기술화석 연구는 콘크리트, 벽돌, 모르타르, 아스팔트 같은 물질을 인간이 만든 새로운 암석성 물질로 다뤘다. 이 연구는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화와 함께 이런 물질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했다고 정리했다. 즉 콘크리트는 자연 퇴적물이 아니라 인간이 지표에 대규모로 공급한 ‘인공 지층 재료’라는 점에서 인류세 논쟁의 대표 사례가 됐다.

다만 콘크리트가 많다고 해서 모두 미래의 화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건물과 도로처럼 지표에 노출된 구조물은 침식과 파쇄, 재개발, 재활용의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매립되거나 다른 퇴적물과 함께 묻히면 장기 보존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연구자들이 콘크리트를 ‘후보’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관측되는 대량 존재와 미래 지층에서의 안정적 보존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결국 화석 여부는 ‘존재’보다 ‘보존 조건’이 가른다


지질학에서 화석이나 층서 표지가 되려면 많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정 시점을 가리킬 만큼 분명해야 하고, 다른 지역과 비교가 가능해야 하며, 이후 지질 작용을 견딜 만큼 보존돼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닭뼈는 인간이 만든 생물학적 변화의 상징성이 크고, 콘크리트는 인간이 만든 암석성 물질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둘 다 보존의 범위와 지속성에서는 조건부다.

같은 이유로 인류세 논쟁에서도 최종 후보는 닭뼈나 콘크리트 자체보다 1950년대 전후의 플루토늄 낙진, 비산재, 산업 오염물질처럼 더 동시적이고 상관 비교가 쉬운 신호에 무게가 실렸다. 닭뼈와 콘크리트는 인간 문명이 지층에 남기는 흔적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지만, 공식 경계를 정하는 기준과 완전히 같은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닭뼈와 콘크리트가 미래의 화석이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은 이렇다. 둘 다 이미 인류세 연구에서 중요한 인공 화석 후보로 취급되지만, 실제로 미래의 지층에서 얼마나 넓고 오래 남을지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보존 환경에 달린 과학적 전망의 영역이다.

자료: Subcommission on Quaternary Stratigraphy, Working Group on the ‘Anthropocene’ 웹페이지 및 Joint statement by the IUGS and ICS on the vote by the ICS Subcommission on Quaternary Stratigraphy(2024-03-26); Carys E. Bennett 외, The broiler chicken as a signal of a human reconfigured biosphere(2018); Jan Zalasiewicz 외, The technofossil record of humans(2014); Jaia Syvitski 외, Extraordinary human energy consumption and resultant geological impacts beginning around 1950 CE initiated the proposed Anthropocene Epoch(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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