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의 ‘탈중국’은 어디까지 왔나…완제품은 국산화, 핵심부품은 여전히 중국 의존
우크라이나가 전시에 드론을 대량 생산·조달하는 체계를 빠르게 키웠지만, 이를 곧바로 공급망 자립으로 읽기는 어렵다. 2026년 들어 우크라이나 국방 조달에서 우크라이나산 드론 비중은 95%까지 올라왔지만, 모터용 자석, 배터리 셀, 비행제어장치, 열화상용 부품처럼 전투 지속능력을 좌우하는 하위 부품에서는 중국 의존이 여전히 깊다. 전시 생산국가의 전투력은 완제품 조립 능력만이 아니라, 이런 병목 부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 셈이다.
핵심 독자 질문인 ‘국산화가 전투 지속능력을 얼마나 바꾸는가’에 대한 답도 여기서 갈린다. 국산화는 조달 속도와 설계 변경, 수리·개량, 물량 확대에는 이미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 다만 그것이 곧 중국 의존 탈피를 뜻하지는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현재 국산화는 완제품과 일부 모듈의 현지화에 가깝고, 핵심 소재·전자부품 단계에서는 아직 외부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산 드론 95%’와 ‘중국 의존’은 동시에 성립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26년 6월 방위조달청 DOT를 통해 국방전력에 조달된 무인기의 95%가 우크라이나에서 제조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시 조달 체계가 국내 업체 중심으로 재편됐고, 사용 부대가 직접 성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고르는 방식이 생산 확대를 밀어 올렸다는 의미다. 같은 해 9월에는 정부 운영 플랫폼 브레이브1 마켓을 통해 연초 이후 59만대가 넘는 무인기가 주문됐다고도 밝혔다. 대량 조달·대량 투입의 기반이 국내 생산 체계 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완제품의 제조지와 조달 구조를 보여줄 뿐,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원산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CSIS는 2025년 말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드론이 사실상 모두 중국 공급망에 기대고 있다고 짚었다. 탄소섬유, 희토류 자석, 리튬이온 전지, 반도체 같은 기반 부품과 소재가 중국 생산망에 깊게 묶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의 진단도 비슷하다. AP통신이 2026년 10월 우크라이나 업체들을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2년간 중국산 전기모터와 비행제어장치 의존을 줄이려 했지만 자석, 모터, 칩, 열화상 센서, 배터리 셀 등은 여전히 크게 중국에 기대고 있다. 겉으로는 ‘우크라이나산’ 드론이 늘어났어도, 전투력의 바닥을 받치는 부품망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직수입 비중은 줄었지만, 실질 의존도는 그보다 높다
중국 의존을 숫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회 조달 때문이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세관 자료를 인용해 2024년 초 우크라이나가 수입한 드론 부품의 약 90%가 중국에서 직접 들어왔지만, 2026년 1~8월에는 그 비중이 28%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탈중국이 빠르게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감소를 곧바로 실질 의존 축소로 읽기는 어렵다. AP통신은 폴란드와 체코 등에서 들어온 것으로 잡히는 부품 상당수가 실제로는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동방연구센터 OSW도 2025년 10월 분석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수입 통계가 원산지와 실제 유통경로를 완전히 일치시키지 못하며, 제3국 경유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폴란드가 우크라이나행 드론·부품 유통의 중요한 허브 구실을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결국 ‘중국에서 직접 들어오느냐’와 ‘중국산에 의존하느냐’는 다른 질문이다. 우회 수입이 늘수록 직수입 통계는 낮아질 수 있지만, 병목 부품의 실질 원산지는 그대로일 수 있다. 이번 주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조달 비중 자체보다도, 대체 가능한 부품과 대체가 어려운 부품이 무엇인지다.
그 구분에서 가장 취약한 영역은 자석과 배터리 셀, 열화상 계통이다. RUSI는 2025년 연구보고서에서 중국이 영구자석과 게르마늄, 성숙 공정 반도체, 센서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면밀히 심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열화상 카메라용 렌즈에 쓰이는 게르마늄, 모터에 필요한 네오디뮴계 자석처럼 다른 공급처를 단기간에 키우기 어려운 품목이 대표적이다.
국산화가 바꾸는 것은 ‘물량’보다 ‘속도와 적응력’이다
그렇다고 국산화의 효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AP통신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업체 비리이는 3년 전 공격용 드론 부품의 거의 90%를 중국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70~80%를 우크라이나산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현지 분석가들은 이런 자립 확대가 단순한 원가 문제가 아니라, 전장 요구에 맞춘 재설계를 며칠 단위로 해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 공급망을 거치면 수개월 걸릴 개량 주기를 훨씬 짧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전자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탐지와 교란, 주파수 변경, 항법 보완이 빠르게 맞물리는 전장에서 드론 설계를 계속 수정해 왔다. 기체와 제어모듈, 소프트웨어, 전원계통을 국내에서 더 많이 다룰수록 주파수 대역 변경이나 탑재 장비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생산라인과 가까운 곳에서 반복할 수 있다. 국산화가 전투 지속능력을 바꾸는 첫 번째 지점은 바로 이 ‘적응 속도’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별도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 국방부는 2025년 12월 브레이브1 구성품 회의에서 무인체계용 국내 부품 제조사를 위한 특별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이미 250종이 넘는 무인기 부품을 규격화했다고 밝혔다. 목표 역시 완제품 숫자 확대가 아니라 ‘핵심 부품 생산의 독립성’ 확보라고 명시했다.
개별 사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2026년 6월 소개한 F-Drones의 요격 드론 LITAVR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전자장치, 모터, 속도제어기, 비행제어기를 개발해 중국 부품 의존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됐다. 이는 모든 체계가 이미 국산화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부 고부가 부품에서 대체 시도가 실제 양산 체계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투 지속능력의 한계선은 아직 중국이 쥐고 있는 부품에 있다
문제는 이런 국산화가 아직 공급망 전체를 바꾸지 못했다는 데 있다. AP통신이 인용한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서방 대체품으로 전면 전환할 경우 비용이 최대 60% 늘고 생산량도 비슷한 폭으로 줄 수 있다고 봤다. 전시 대량소모 체계에서 가격 상승과 물량 감소는 곧 전선 유지 능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드론이 소모품에 가까운 전장에서는 한 대의 고성능보다 충분한 수량과 빠른 보충이 더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열화상 계통은 대체 난도가 높다.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카메라 설계와 일부 조립은 할 수 있어도 센서와 렌즈는 수입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산으로 전환하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만, 생산능력과 가격이 병목이다. 이런 부품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부에 그쳐도, 빠지면 완제품 전체가 멈춘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말하는 공급망 자립은 ‘모든 것을 국내에서 만든다’는 뜻보다 ‘중국이 끊어도 바로 멈추지 않는 구조를 얼마나 넓히느냐’에 가깝다. 국내 생산 확대, 제3국 경유 조달, 대만·유럽·미국산 대체선 확보, 특정 부품의 현지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양산은 유지돼도 개량 속도가 늦어지고, 반대로 설계 역량이 있어도 병목 부품이 끊기면 생산량이 급락한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가 2025년 8월 러시아 드론 생산에 관여한 중국 업체들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항법 수신기, 모터, 카메라, 칩 같은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별도로 지목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다른 편에 서 있어도, 양측의 드론 전력은 상당 부분 같은 부품 생태계에 얽혀 있다.
정리하면, 우크라이나의 국산화는 이미 전투 지속능력을 바꾸고 있다. 조달 속도는 빨라졌고, 주문량은 커졌으며, 전장에 맞춘 개량 주기는 짧아졌다. 그러나 그 효과는 아직 ‘완전한 공급망 독립’이 아니라 ‘중국 충격을 늦추고 완충하는 능력’에 더 가깝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은 완제품 단계에서는 빠르게 국산화됐지만, 전쟁을 오래 버티게 하는 결정적 조건인 핵심 부품 단계에서는 여전히 중국 공급망의 그림자 안에 있다.
자료: 우크라이나 국방부, 95% of drones procured for the Defence Forces are Ukrainian-made(2026년 6월 2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Troops have ordered over 590,000 UAVs through Brave1 Market since the start of the year(2026년 9월 2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Denys Shmyhal: Ukraine is launching a special grant program for domestic manufacturers of UAV components(2025년 12월 4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Intercepting targets at 350 km/h: F-Drones’ Ukrainian LITAVR counter-drone(2026년 6월 8일); CSIS, The Drone Supply Chain War: Identifying the Chokepoints to Making a Drone(2025년 12월 9일); CSIS, Ukraine’s Future Vision and Current Capabilities for Waging AI-Enabled Autonomous Warfare(2025년 3월 6일); RUSI, Drones: Decoupling Supply Chains from China(2025년 11월); OSW Centre for Eastern Studies, Game of drones: the production and use of Ukrainian battlefield unmanned aerial vehicles(2025년 10월 14일); Associated Press, Ukraine’s drone arsenal is highly dependent on parts from China(2026년 10월 14일); National Security and Defense Council of Ukraine, President enacts NSDC decision on sanctions against companies involved in the development of Russian drones with AI elements(2025년 8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