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잠을 더 자면 식사량이 줄까…무작위시험에선 하루 섭취열량 약 270킬로칼로리 감소

‘잠을 덜 자면 살이 찐다’는 말은 관찰연구만으로는 원인과 결과를 가르기 어렵다. 다만 이를 직접 시험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평소 수면이 짧은 과체중 성인이 수면 시간을 늘렸을 때 식사량에 해당하는 에너지 섭취가 실제로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2년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시험에서는 수면 연장군의 하루 에너지 섭취가 대조군보다 약 270킬로칼로리 적었다.


관찰연구가 아니라 생활환경에서 한 무작위 개입시험


문제가 된 연구는 미국 시카고대와 위스콘신대 매디슨 연구진이 진행한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참가자는 21세에서 40세 사이의 성인 80명으로, 체질량지수(BMI)는 25.0 이상 29.9 이하였고 평소 수면 시간이 6.5시간 미만인 과체중군이었다. 연구는 2주간의 평소 수면 기간을 먼저 관찰한 뒤, 참가자를 수면 연장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다시 2주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면 연장군은 개인별 수면위생 상담을 받고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8.5시간으로 늘리도록 안내받았다. 대조군은 기존 생활을 유지했다. 중요한 점은 연구진이 식단을 짜주거나 운동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집에서 평소처럼 생활했고, 연구진은 손목 활동기록계로 수면 시간을 추적했다. 이 설계 덕분에 실험실의 극단적인 수면 박탈 조건이 아니라 일상에 가까운 환경에서 수면 연장의 효과를 본 시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핵심 결과는 ‘수면 증가’와 ‘섭취 감소’의 동반 변화


시험 결과, 수면 연장군은 대조군보다 평균적으로 하루 약 1.2시간 더 오래 잤다. 그와 함께 에너지 섭취는 대조군 대비 하루 270.4킬로칼로리 감소했다. 95% 신뢰구간은 마이너스 393.4에서 마이너스 147.4킬로칼로리였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그 감소가 어떤 뜻인지는 연구의 계산 방식을 봐야 한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적어 쓴 식사일지나 기억에 의존하지 않았다. 총 에너지 소비량은 이중표지수법으로 측정했고, 몸무게와 체성분 변화로 체내 에너지 저장량의 변화를 계산한 뒤 이를 합쳐 에너지 섭취를 추정했다. 즉 ‘무엇을 먹었다고 답했는지’가 아니라, 몸에서 드나든 에너지의 객관적 지표를 이용해 섭취량 변화를 추정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조군은 기저치보다 하루 114.9킬로칼로리 섭취가 늘었고, 수면 연장군은 155.5킬로칼로리 줄었다. 전체 참가자를 합쳐 분석했을 때는 수면 시간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섭취가 줄어드는 역상관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이 1시간 늘 때 에너지 섭취가 하루 약 162킬로칼로리 감소하는 경향을 제시했다.


운동량 증가가 아니라 먹는 양 변화에 더 가까웠다


이 시험에서 총 에너지 소비량은 두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더 오래 잔 참가자들이 갑자기 더 많이 움직이거나 더 많은 열량을 태워서 차이가 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수면 연장이 에너지 균형을 바꾼 주된 경로가 소비 증가보다 섭취 감소 쪽에 가까웠다고 봤다.

체중도 짧은 기간이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대조군은 평균 0.39킬로그램 늘었고 수면 연장군은 0.48킬로그램 줄어, 집단 간 차이는 마이너스 0.87킬로그램이었다. 다만 연구 기간이 2주에 그쳤기 때문에 이 수치만으로 장기 체중 감량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 이 연구가 관찰연구보다 한발 더 나간 근거로 평가되나


수면과 비만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 다수는 관찰연구였다. 이런 연구는 ‘잠이 짧은 사람이 더 살이 찌는 경향’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짧은 수면이 원인인지, 이미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교대근무, 식습관 같은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인지는 분리하기 어렵다. 반면 이번 연구는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수면 연장 개입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조건에서는 수면을 늘리는 조치가 섭취 열량 감소와 연결됐다는 점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이전의 실험실 연구는 며칠간 수면을 강하게 제한한 뒤 식사량 변화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시험은 참가자들이 자기 집에서 생활한 채 수면을 늘리도록 했고, 음식 섭취를 직접 통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과가 크든 작든 실제 생활에 가까운 조건에서 나온 근거라는 점이 이 연구의 강점이다.


그렇다고 ‘잠만 늘리면 누구나 살이 빠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 결과를 일반화할 때는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대상은 젊은 성인 과체중군이었고, 평소 수면이 6.5시간보다 짧은 사람들만 포함됐다. 정상 체중이거나 이미 충분히 자는 사람, 고령층, 만성질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 기간도 2주로 짧다. 수면 시간을 늘린 직후 식욕 조절이나 야식 기회 감소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어도, 그 효과가 몇 달 또는 몇 년 유지되는지는 이 시험만으로 알 수 없다. 연구진 역시 장기 유지 효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독자의 질문인 ‘수면 연장이 에너지 섭취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현재까지의 가장 직접적인 답은 이렇다. 적어도 평소 잠이 부족한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무작위시험에서는, 수면 시간을 약 1시간 남짓 늘렸을 때 하루 에너지 섭취가 유의하게 줄었다. 다만 이것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확정적 체중감량 처방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자료: JAMA Internal Medicine, Effect of Sleep Extension on Objectively Assessed Energy Intake Among Adults With Overweight in Real-life Settings: A Randomized Clinical Trial(2022)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