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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 여름 해빙 소실과 그린란드 빙상 붕괴는 다른 이야기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는 말은 하나의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 가지를 섞어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북극해의 해빙이 여름철에 얼마나 줄었는지, 그 얼음이 얼마나 오래되고 두꺼운지, 그리고 육지 위에 놓인 그린란드 빙상이 얼마나 질량을 잃고 있는지는 각각 다른 지표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얼음 감소’라는 표현이 어떤 때는 항로와 생태계 문제를, 어떤 때는 해수면 상승 문제를 뜻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분리해야 할 것은 ‘여름철 북극이 얼음이 없는 상태’와 ‘그린란드 빙상이 붕괴하는 상태’다. 전자는 보통 북극해의 9월 해빙 최소 범위를 뜻한다. 후자는 육상빙하인 그린란드 빙상이 장기적으로 순손실을 이어가며 해수면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과정이다. 둘 다 기후변화와 연결되지만, 같은 사건도 아니고 같은 속도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얼음 없는 북극’은 대개 북극해 여름 해빙 지표를 뜻한다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ice-free Arctic’는 북극 전체에서 얼음이 0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NSIDC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북극해 해빙 범위가 100만 제곱킬로미터 아래로 떨어질 때를 사실상 ‘얼음 없는 북극’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해빙 범위는 바다 면적 가운데 얼음 농도가 15% 이상인 구역을 합산한 값이다. 다시 말해 이 표현은 ‘여름철 북극해의 해빙이 거의 사라지는 상태’에 대한 운영상 정의이지, 북극권의 모든 얼음이 사라진다는 선언이 아니다.

이 기준이 생긴 이유도 분명하다. NSIDC에 따르면 1981~2010년의 여름철 최소 해빙 범위 평균은 600만 제곱킬로미터를 넘었다. 그래서 100만 제곱킬로미터라는 문턱은 여전히 일부 얼음이 남아 있더라도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북극해가 열린 바다에 가까워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중적으로는 ‘얼음이 없다’는 표현이 쓰이지만, 과학적으로는 ‘거의 얼음이 없는 여름 북극해’에 가깝다.


면적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두께와 나이도 함께 봐야 한다


해빙을 볼 때 면적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실제 변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NSIDC는 해빙 범위가 관측이 비교적 안정적인 지표라 주로 사용되지만, 두께와 부피는 얼음의 체력을 보여주는 별도 정보라고 설명한다. 같은 범위가 유지돼도 얇고 어린 얼음이 많아지면 다음 해 여름에 더 쉽게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NOAA의 2025 북극 리포트카드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5년 3월 북극 겨울 해빙 최대 범위는 위성관측 47년 기록 중 가장 낮았다. 반면 2025년 9월 최소 범위는 역대 10번째로 낮아, 2012년 같은 최저 기록 경신은 아니었다. 숫자만 보면 ‘올해는 최악이 아니었다’고 읽힐 수 있지만, 같은 보고서는 4년 이상 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해빙이 1980년대 이후 95% 넘게 줄었다고 짚었다. 즉 북극해 해빙은 해마다 순위가 오르내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얇고 더 어린 얼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린란드 빙상은 바다얼음이 아니라 육지얼음이다


그린란드 빙상은 북극해 해빙과 물리적으로 다른 대상이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이고, 그린란드 빙상은 육지 위에 쌓인 거대한 담수 얼음 덩어리다. 그래서 둘 다 ‘북극의 얼음’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무엇이 줄어드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해수면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떠 있는 해빙이 녹는 일은 해수면 상승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 반면 그린란드처럼 육지에 놓인 얼음이 녹거나 바다로 흘러들면 해양에 새로운 물질량이 추가되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에 직접 연결된다. 북극해 여름 해빙 소실과 그린란드 빙상 손실을 같은 문장으로 묶어 말하면, 독자는 ‘북극해 얼음이 줄어들었으니 곧바로 해수면이 크게 오른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린란드에서 확인되는 것은 ‘연간 순손실’이지 곧바로 ‘붕괴’가 아니다


NOAA 2025 북극 리포트카드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은 1990년대 후반 이후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5 질량수지 연도는 2024년 9월 1일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인데, GRACE-FO 위성 관측 기준 질량수지는 마이너스 129±50기가톤이었다. 이는 2003~2024년 평균 손실보다 덜 큰 손실이지만, 순손실 자체가 멈췄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간 손실’과 ‘붕괴’의 차이다. 연간 질량수지는 한 해 동안 눈으로 얻은 양과 유출·융해·빙산 분리로 잃은 양을 합친 값이다. 반면 빙상 붕괴는 수십 년에서 수세기, 더 길게는 그 이상 지속되는 비가역적 감소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IPCC는 그린란드 빙상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해수면에 약 7미터를 더할 수 있지만, 그런 변화는 세기 말 한두 해의 사건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온난화 아래 수세기에서 수천 년 규모로 진행되는 문제라고 봤다.


같은 ‘북극 얼음 감소’라도 실제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북극해 해빙 감소는 우선 바다의 반사율 저하, 북극 증폭, 해양 생태계 변화, 연안 활동과 항로 조건 변화 같은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NOAA는 2025년 3월 해빙 최대 범위가 최저였고, 9월 최소 범위가 10번째로 낮았다고 정리하면서도, 오래된 다년생 해빙의 급감과 북극해 일부 지역의 수온 상승을 함께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얼음이 조금 덜 보인다’는 수준이 아니라, 북극해가 계절적으로 더 열린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린란드 빙상 손실의 중심 영향은 다르다. 질량이 줄면 해수면 상승에 직접 기여하고, 담수 유입 변화는 북대서양 해양순환과 주변 해양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온난화가 두 현상을 함께 밀어 올리더라도, 하나는 주로 떠 있는 바다얼음의 계절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육지 얼음의 장기 질량 변화라는 점을 구분해야 실제 위험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무슨 얼음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사라진다는 것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결국 ‘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는 문장을 검증하는 첫 질문은 이것이다. 북극해의 여름 해빙 범위를 말하는가, 해빙의 두께와 나이를 말하는가, 아니면 그린란드 빙상의 장기 손실을 말하는가. 세 질문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발표 주체가 NOAA인지 NSIDC인지, 기준 시점이 9월 최소인지 연간 질량수지인지, 관측 대상이 바다얼음인지 육지얼음인지부터 확인해야 문장의 뜻이 분명해진다.

현재까지 공식 관측이 보여주는 결론은 비교적 선명하다. 북극해 여름 해빙은 장기적으로 줄고 있으며,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얼음의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그린란드 빙상도 장기 순손실 상태에 있다. 다만 이것을 한 문장으로 뭉뚱그려 ‘북극 얼음이 사라진다’고 말하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지표와 서로 다른 시간 규모의 변화를 하나의 사건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자료: NOAA, Arctic Report Card 2025(2025);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What do scientists mean by “ice-free Arctic” (2023);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Quick Facts About Sea Ice(확인 시점 2026년 10월);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How is Arctic sea ice changing?(확인 시점 2026년 10월);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Does sea ice melt raise sea level?(2025); 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Chapter 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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