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한국 한파가 심해진다? 제트기류 가설은 남고, 관측·모형의 결론은 갈렸다

북극 온난화가 한국의 한파를 더 심하게 만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따뜻해지고 해빙이 줄어드는 것은 관측으로 분명하지만, 그 변화가 제트기류를 흔들어 한국을 포함한 중위도에 더 잦거나 더 강한 한파를 만든다는 인과고리는 아직 강하게 합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기후평가와 대규모 모형 실험은 이 연결이 있더라도 신호가 약하고, 해마다 한파의 크기와 위치를 좌우하는 내부 변동성이 더 크다고 본다.

질문을 둘로 나누면 정리가 쉽다. 첫째, 북극이 실제로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느냐는 관측 문제다. 둘째, 그 변화가 한국 한파로 이어지느냐는 원인 검증 문제다. 첫 질문에는 비교적 분명한 답이 있지만, 둘째 질문에는 아직 조건과 예외가 많다.


북극 온난화와 해빙 감소 자체는 분명한 관측 사실


NOAA의 2025년 북극 리포트카드에 따르면 2025 수문연도인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북극 평균 기온은 19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1980년 이후 북극 연평균 기온이 전 지구 평균보다 거의 세 배 빠르게 올랐다고 정리했다. 2025년 3월 북극 해빙 면적은 위성관측 47년 기록 중 가장 낮았고, 2025년 9월 일최소 해빙 면적은 460만 제곱킬로미터였다.

같은 보고서는 2025년 늦여름 해빙이 2005년보다 28% 적었고, 다년생 해빙은 2005년과 비교해 47% 줄었다고 밝혔다. 4년 이상 된 오래된 해빙은 2025년 9월 기준 9만5000제곱킬로미터만 남아, 1985년부터 2004년 평균과 견주면 95% 감소했다. 북극이 더 따뜻해지고 얼음이 약해졌다는 대전제는 이제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쟁점은 “북극 변화가 한국 한파를 만든다”는 인과고리


논쟁의 핵심은 북극 온난화가 중위도 제트기류를 약하게 하거나 더 굴곡지게 만들어 찬 공기가 남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는지다. 이른바 ‘따뜻한 북극-차가운 대륙’ 가설은 2010년대 초반 이후 큰 주목을 받았다. 북극, 특히 바렌츠-카라해 쪽 해빙이 줄면 하층 대기가 따뜻해지고, 이 신호가 행성파와 성층권 극소용돌이 변화를 거쳐 유라시아 한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를 지지하는 연구도 있다. 2014년 발표된 연구는 바렌츠-카라해 해빙 감소가 유라시아의 잦은 한랭한 겨울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고, 2021년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논문도 가을 해빙 감소가 특정 북유라시아 순환 패턴과 결합할 때 늦겨울의 유라시아 혹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기상학회 학술지에 실린 2022년 연구 역시 가을 북극 해빙 감소 뒤 한국 2월 기온이 낮아지는 관계를 제시했지만, 그 크기는 작다고 적었다.


하지만 IPCC와 최근 대규모 모형은 “있더라도 약하다” 쪽에 더 가깝다


문제는 이런 관측 상관관계가 곧바로 강한 인과관계로 굳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북극 온난화와 중위도 대기순환의 연결에 대해 상반된 근거들이 아직 완전히 화해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극 증폭이 남북 기온차를 줄여 중위도 한랭 극한을 전반적으로 덜 차갑게 만드는 열역학적 효과는 비교적 견고하지만, 제트기류의 굴곡과 정체를 늘려 극한을 키운다는 동역학적 효과는 훨씬 덜 견고하다고 정리했다.

같은 이유로 IPCC는 역사적 북극 온난화와 해빙 감소가 중위도 변동성에 미친 정확한 역할과 크기에 대해 낮음에서 중간 정도의 신뢰수준만 제시했다. 다시 말해 북극이 따뜻해진 사실은 강하게 확인되지만, 그것이 한국 한파를 얼마나 바꿨는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의 대규모 모형 실험도 비슷한 결론을 낸다. 2022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PAMIP 다중모형 연구는 미래 해빙 감소가 중위도 편서풍을 약화하는 반응을 여러 모형에서 공통으로 찾았지만, 그 크기는 작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 반응이 개별 연도의 변동성 가운데 약 10%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관측에서 보이던 북극 해빙과 대기순환의 관계도 최근에는 약해져, 더 이상 모형과 뚜렷하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파가 더 심해진다”보다 “특정 조건에서 한파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가 더 정확


이 논쟁에서 자주 놓치는 대목은 평균 변화와 사건 발생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점이다. 장기 평균으로 보면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중위도의 겨울 한랭 극한은 대체로 약해지는 방향이 우세하다. 2023년 지구물리연구회보 논문은 북극 해빙 손실이 진행된 미래 조건에서 북반구 중·고위도의 20년 빈도 겨울 한파가 덜 심해지는 쪽으로 모의된다고 보고했다.

반면 계절 내부나 특정 해에는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가을 해빙 감소가 성층권 극소용돌이 약화, 우랄 블로킹, 북극진동 위상, 엘니뇨 같은 다른 대기·해양 조건과 맞물리면 동아시아 찬 공기 남하를 거들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이런 경우 북극 변화는 단독 원인이라기보다 여러 퍼즐 가운데 하나로 작동한다. 한국 한파를 설명할 때도 북극만 떼어내기보다 북극진동, 시베리아 고기압, 성층권 온난화, 열대 태평양 상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 독자에게 필요한 결론


따라서 “북극이 따뜻해지면 한국 한파가 심해진다”는 문장은 현재 증거 수준으로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북극 온난화와 해빙 감소는 분명하며, 일부 경로를 통해 동아시아 겨울 순환과 한파 발생 확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조건부이고, 최근 평가에서는 내부 변동성에 비해 작거나 관측에서 일관되게 재현되지 않는다는 쪽의 근거가 더 강하다.

결국 한국의 겨울이 앞으로 평균적으로 더 추워진다고 볼 근거는 약하다. 다만 평균기온 상승과 별개로, 특정 겨울에 강한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북극 변화는 그 가능성을 키우는 결정적 단일 원인이라기보다, 일부 해에 한파의 배경장을 바꾸는 보조 요인으로 보는 편이 현재 과학적 합의에 더 가깝다.

자료: NOAA, Arctic Report Card 2025(2025); NSIDC, Sea Ice Index and Sea Ice Today tools(2025); 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Chapter 10 and Chapter 11(2021); Smith 외, Robust but weak winter atmospheric circulation response to future Arctic sea ice loss(2022); Mori 외, Robust Arctic sea-ice influence on the frequent Eurasian cold winters in past decades(2014); Jang 외, Delayed Impacts of Arctic Sea-Ice Loss on Eurasian Severe Cold Winters(2021); Bi 외, Seasonal Prediction of Korean Surface Temperature in July and February Based on Arctic Sea Ice Reduction(2022); Lo 외, Changes in Winter Temperature Extremes From Future Arctic Sea-Ice Loss and Ocean Warming(2023)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